[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인터넷사업자 관련 협회들이 ‘n번방 방지법’을 반대하고 나섰다. n번방 방지법에 사적 검열 우려가 남아있고, 해외사업자에 대한 집행력이 떨어져 역차별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안정상 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플랫폼 사업자의 최소한의 사회적 책무를 외면한 이기주의적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n번방 방지법’이라 불리는 정보통신망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n번방 방지법은 네이버·카카오 등 인터넷사업자에게 디지털성범죄 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인터넷사업자는 불법 촬영물 유통방지 책임자를 지정하고 매년 투명성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한 과방위는 디지털성범죄 정보가 해외 인터넷사업자를 통해 유통되는 상황을 고려해 ‘국외사업자 역외규정’을 도입했다. n번방 방지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해야 입법화된다.

12일 열린 <20대 국회의 인터넷규제입법 임기 말 졸속처리 중단하라!> 긴급 기자회견 (사진=미디어스)

이와 관련해 체감규제포럼·한국인터넷기업협회·코리아스타트업포럼·벤처기업협회 등 인터넷사업자 협회는 12일 <20대 국회의 인터넷규제입법 임기 말 졸속처리 중단하라!>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국회 과방위가 사업자 의견을 청취하지 않고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n번방 방지법’이 구체적이지 않아 사적 검열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n번방 방지법’과 관련해 이해관계자의 의견청취나 숙의의 시간과 절차도 없었다”면서 “해외사업자에 대한 규제집행력은 전혀 진보된 바 없이 국내 사업자에게 과도한 규제를 배가시키고 있다”고 했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n번방 방지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당장 편한 법”이라면서 “정부와 국회가 책임을 플랫폼 사업자에 떠넘기는 건 실효성 있는 대안이 아니다. 또 민간인 사찰과 빅브라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호 사무총장은 “정부와 국회는 공청회 같은 의견수렴 없이 입법을 진행했다”면서 “국민 알 권리까지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호 사무총장은 “현재 n번방 방지법은 많은 부분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면서 “법이 너무 포괄적이다. 이대로 법이 통과되면 위헌이며, 공청회 등을 통해 합리적인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민주당은 “플랫폼 사업자의 최소한의 사회적 책무를 외면한 이기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안정상 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사적 검열 논란에 대해 “개정법률안 어디에도 ‘사적검열’에 해당하는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안정상 위원은 “사업자에 사적 공간 조치를 강제하는 법은 명백히 위헌”이라면서 “‘사적검열’ 우려는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n번방 방지법’이 헌법적 가치를 심대하게 침해하고 있는 것처럼 포장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정상 위원은 ‘해외사업자에 대한 규제집행력이 없어 역차별 우려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해외사업자 법 집행력을 담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국내 사업자를 동일한 잣대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안정상 위원은 “해외사업자들에 대한 법 집행력 담보에 애로가 있는 점은 이미 익히 알려져 있다”면서 “그래서 n번방 방지법에 역외규정을 신설했다. 물론 역외규정으로 법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그동안 이 규정마저 없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정상 위원은 ‘n번방 방지법 입법화 과정에서 사업자 의견을 듣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법안심사 일주일 전 네이버·카카오·인터넷기업협회 등 관계자를 만나 충분히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실제 이들의 지적에 따라 일부 조항을 수정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인터넷사업자협회는 ‘글로벌 CP 역차별 해소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반대의견을 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CP사에게 ‘서비스의 안정 수단 확보를 위한 기술적 조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국내외 CP 역차별을 해소하려면 통신사를 감시하는 법안을 우선 통과시켜야 한다”면서 “CP 책임을 강화하는 법이 통과되면 역차별이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정상 위원은 “통신사뿐 아니라 CP사도 ‘서비스 안정 수단 확보’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양질의 콘텐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적 조처를 하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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