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서울 이태원 클럽 코로나19 집단감염과 관련해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게이클럽' 표현 등 성소수자를 앞세운 보도가 이어지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개인의 성적지향을 부각한 이 같은 행위는 혐오와 차별을 확산시킬 뿐만 아니라 방역에 도움이 안 된다는 방역당국, 시민사회 비판이 이어진다.

10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특정 커뮤니티에 대한 비난은 방역의 관점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접촉자가 비난을 두려워해 진단검사를 기피하게 되면 그 피해는 우리사회 전체가 떠안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태원 클럽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성소수자에 대한 비난여론이 집중되는 상황에 우려를 표한 것이다.

이날 SNS 상에서는 이태원 클럽 확진자와 접촉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실명, 얼굴사진 등 개인정보가 나돌았다. 이들의 신원을 추정·특정하는 관련 언론보도에는 성소수자 혐오 댓글이 우후죽순 달리고 있다.

국민일보 5월 7일 <이태원 게이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갔다>, 9일 <"결국 터졌다"… 동성애자 제일 우려하던 '찜방'서 확진자 나와>.

논란의 시발점은 언론보도였다. 지난 7일 국민일보는 <이태원 게이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갔다>는 제목의 단독 보도에서 "이태원 게이클럽에 지난 2일 코로나19 확진자 1명이 다녀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는 경기도 용인시가 발표한 확진자 동선을 넘어 나이, 성별, 직장, 해당 클럽의 상호 등이 적시됐다. 국민일보 보도 이후 관련 보도가 언론 전반에서 이어졌다. 포털사이트에는 '게이클럽' 등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해당 국민일보 보도의 제목은 현재 <이태원 유명 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갔다>로 수정된 상태다.

국민일보는 9일에도 <"결국 터졌다"… 동성애자 제일 우려하던 '찜방'서 확진자 나와> 기사에서 "남성 간 성행위자들이 집단 난교를 벌이는 찜방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개인의 성적지향에 초점을 맞춘 보도들이 이어진 것이다.

일부 지자체의 부적절한 대응도 논란이다. 인천시는 7일, 이태원 클럽 코로나19 확진사례 발생 이후 방역을 이유로 지역 인권단체에 연락해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명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언론보도와 지자체 대응은 성소수자들로 하여금 '아웃팅'(당사자 동의 없이 타인에 의해 성적지향 등이 공개되는 행위) 공포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와 중앙방역대책본부 권고,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에도 반한다. 인권위는 지난 3월 9일 코로나19 확진자 동선공개 시에 개인을 특정하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것을 권고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도 지난 3월 14일 개인이 특정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것을 지침으로 세웠다. 확진자 개인 사생활에 대한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 경우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밝히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자협회가 지난 2월 제정한 '코로나19 보도준칙'에서도 '인권 침해 및 사회적 혐오·불안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자극적 보도 및 방송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10일 논평을 내어 "공권력의 행사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다른 기본권의 보호를 포기함으로써 개인의 존엄성과 인권을 침해하고,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 그리고 혐오와 모욕을 강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한다면 이는 허용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민변은 "특히 언론사들이 부각시키고 있는 확진자 및 접촉자들의 성적지향 등 개인의 내밀한 인격과 관련된 민감정보는 그 공개 자체로 개인의 존엄성이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고 소속 집단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엄격한 보호가 필요하다"며 "방역당국과 언론사는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고 이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상황과 그에 따른 책임을 엄중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5월 11일 사설 <성소수자 혐오, 방역에 아무 도움 안된다>

경향신문은 11일 사설 '성소수자 혐오, 방역에 아무 도움 안된다'에서 "가까스로 안정세를 찾은 코로나19 사태가 성소수자 집단 때문에 다시 확산한다는 '마녀사냥'식 비난이 쏟아지는 것"이라며 "성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그 자체로 온당치 않을 뿐 아니라 방역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성적 지향은 질병과 아무 상관없는 정보이다. 이를 부각시키는 것은 성소수자들로 하여금 검사를 기피하고 방역망 바깥으로 숨도록 만들 뿐"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 공개 방식도 보완이 필요하다. 개인별 동선을 일일이 공개하는 대신 당일 확진판정을 받은 사람들이 거쳐 간 장소를 포괄적으로 공개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국민일보는 11일 "한국교회언론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이태원 클럽이 ‘게이 클럽’이라 보도한 것은 공익적 보도이며 보호받아야 할 언론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팬데믹 상태인데, 용인시 66번 확진자가 다녀간 곳을 '게이 클럽'이라고 보도해 아우팅 당했다며 기자와 언론사에 대한 압력이 들어오고 있다"며 "이번 보도는 공익적 차원에서 한 것이며 동성애를 포함한 다중이 모이는 클럽에서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는 교회언론회 논평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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