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사업자에 대해 디지털성범죄 방지 의무를 부여하는 정보통신망법(n번방 방지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학계는 “개정안은 실효성이 없고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터넷사업자를 규제의 대상이 아닌 협업 상대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과방위는 인터넷사업자에게 불법 성착취물 유통방지 의무를 부여하는 법 개정을 논의 중이다. 박광온·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국내 인터넷사업자 불법 성착취물 유통방지 의무(필터링) 부여 ▲인터넷사업자가 불법 촬영물을 삭제하지 않으면 매출액 10% 과징금 부과 ▲국외 사업자 역외규정 도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과방위는 오는 6일 법안소위, 7일 전체회의를 열어 'n번방' 방지법을 논의할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n번방 방지법은 사적 검열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재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개정안은 폐쇄형 디지털성범죄 행위에는 손을 놓고, 국내기업에만 규제를 가한다”고 평가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네이버·다음·구글 등을 회원사로 둔 인터넷사업자 협회다.

김재환 실장은 “네이버·카카오·구글 등 사업자는 디지털성범죄 관련 게시물을 필터링하고 있다”면서 “국회에 발의된 정보통신방법 개정안은 실효성이 없다. n번방 사건에서 가장 문제가 된 텔레그램에는 적용을 못한다”고 평가했다.

김재환 실장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적 검열’ 우려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환 실장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업자는 이용자가 업로드하는 파일을 모두 필터링해야 한다”면서 “사적검열 우려는 나올 수밖에 없다. 업로드 파일을 누군가 본다고 생각하면 누가 좋아하겠나”고 했다.

김재환 실장은 “인터넷사업자에 일방적으로 의무를 부과한다고 디지털성범죄가 없어지지 않는다”면서 “정부와 기업이 대화에 나서야지 과징금은 해결책이 아니다. 정부가 핫라인 구축 등 자율규제 방안을 제안한다면 기업들은 흔쾌히 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정진근 강원대 교수는 지난달 28일 <n번방 방지법, 재발방지 가능한가> 토론회에서 “인터넷사업자에 대한 규제는 n번방의 책임을 범죄자가 아닌 사업자에 초점을 맞추도록 한다”면서 “관련 문제의 핵심을 희석시킬 우려가 있다. 인터넷사업자를 방조자로보는 것이 아니라 범죄자 처벌의 동반자로 인정하는 입법안이 설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는 “여론을 의식한 입법이 법체계의 불완전성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범죄의 수단인 기술 체계 자체를 범죄 행위로 인식하는 사회적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지난달 20일 논평에서 “사업자에게 모니터링 의무를 지운다면 절대 다수의 선량한 이용자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통신 비밀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밝혔다. 오픈넷은 “실효성 없고 이용자의 프라이버시까지 침해하는 모니터링 의무나 기술적 조치 의무를 신설하기 보다는 플랫폼 사업자의 자율규제를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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