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재승인 심사에서 중점심사사항(공정성) 과락 평가를 받은 TV조선에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다. '검언유착'·'취재윤리 위반' 의혹이 불거진 채널A에 대해서는 '철회권 유보' 조건의 재승인이 의결됐다.

TV조선 청문위원회는 TV조선의 공정성 개선 가능성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판단, 재승인 거부 의견을 냈다. 미래통합당 추천 안형환 방통위 상임위원은 방송의 공정성을 이유로 정부부처인 방통위가 방송사의 재승인 조건과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며 조건없는 재승인을 주장했다.

방통위는 20일 오후 전체회의에서 TV조선·채널A 재승인에 관한 안건을 심의해 TV조선에는 조건부 재승인 3년을, 채널A는 철회권 유보 조건을 부가해 재승인 4년을 의결했다.

TV조선에는 공적책임‧공정성 관련 주요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승인 처분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과 함께, 다음 재승인 심사에서 총점 기준에 미달하거나 이번 재승인 심사와 동일한 중점심사사항에서 연속으로 과락이 발생할 시 재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부가됐다.

TV조선이 재차 재승인 심사에서 미달할 시 '재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는 조건은 기존 조건부 재승인의 취지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양한열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위원들의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말 방통위가 OBS 등에 재허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인 이행실적 미흡에 조건이행 미달 시 '허가를 취소한다'는 조건을 붙인것과 대조적인 것 아니냐는 질문에 양 국장은 "종합적 판단으로 방송사 단순 비교는 힘들다"고 말했다. OBS는 당시 재허가 심사에서 총점 652.57점을 받아 재허가 기준을 넘겼지만 중점 심사사항인 '방송프로그램의 기획·편성·제작 및 공익성 확보 계획의 적절성'에서 과락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 외에 TV조선에 부가된 재승인 조건과 권고사항은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 제고를 위해 사업계획서와 추가개선계획 성실히 이행하고 실적을 매년 1월 31일 방통위에 제출할 것 ▲복수의 전문 외부기관을 선정해 시사·보도프로그램 등의 공적책임, 공정성에 대한 진단을 받아 매년 1월 31일 방통위에 제출하고 홈페이지에 공개할 것 ▲소유·경영의 분리를 통한 방송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자가 방송사의 사내이사를 하지 않도록 할 것 ▲방송 전문성이 있는 사외이사를 선임하도록 노력할 것 ▲각종 내부위원회에 시민사회단체 등의 추천을 받은 외부인사를 포함하도록 노력할 것 등이다.

채널A에는 향후 조사‧검증‧수사 등을 통해 방통위가 채널A 경영진으로부터 접수한 의견청취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방송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문제가 확인될 경우 재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는 '철회권 유보' 조건이 부가됐다.

이 외에 채널A에 부가된 재승인 조건과 권고사항은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 제고를 위해 사업계획서와 추가개선계획을 성실히 이행하고 실적을 매년 1월 31일 방통위에 제출할 것 ▲취재윤리 위반 문제 등에 대한 진상조사가 종료된 직후 그 결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방통위에 제출할 것 ▲보도 공적책임 제고를 위한 개선계획 마련과 내부교육 실시 ▲취재윤리 포함 내부규정을 제정하고 내부규정 위반 기자·PD에 대한 징계규정을 강화할 것 등이다.

더불어 두 방송사에는 선거방송의 공정성 강화를 위해 기존 방송심의규정 위반으로 인한 법정제재 5건 이하 조건에 추가해 선거방송 심의 특별규정 위반으로 인한 법정제재를 전국단위 동시선거별로 각 2건 이하를 유지하도록 하는 조건이 부가됐다.

방송통신위원회 (사진=미디어스)

TV조선에 대해 표철수·허욱 상임위원은 조건부 재승인 의견을, 안영환 상임위원은 조건 없는 재승인을, 김창룡 상임위원은 재승인 거부 의견을 냈다.

TV조선은 재승인 심사 결과 총점 1000점 중 653.39점을 획득해 종편 재승인 기준(650점)보다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그러나 TV조선은 중점심사사항인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 실현가능성 및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에 대한 평가점수가 배점의 50%에 미달했다. 650점 이상이라도 중점심사사항인 '방송의 공적책임', '방송프로그램 기획‧편성'이 배점의 50%에 미달하게 되면 조건부 재승인 또는 재승인 거부가 가능하다.

이에 TV조선은 지난 10일 방통위 청문 절차를 밟았다. 이날 방통위 회의에서 공개된 TV조선 청문결과는 '재승인 거부'다. 청문위원회는 TV조선의 개선 조치가 미흡하고, 방송심의 법정제재 건수가 여전히 많으며, 오보·막말 등으로 방송의 공정성과 품질이 낮아 방통위의 '재승인 거부' 결정이 합당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표철수 상임위원은 "TV조선은 지난번 재승인과 달리 총점 650점을 넘어 전반적으로 개선이 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중점심사사항 과락도 소수점 단위(0.4%)의 근소한 차이이고 오보·막말·편파방송 방심위 법정제재 역시 1년 4건 이하 기준을 지켰다. 조건부 재승인을 해서 기회를 더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냈다.

안형환 상임위원은 중점심사사항 과락에도 불구하고 TV조선에 조건없는 재승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위원은 방통위 재허가·재승인 제도의 기본 근간인 방송의 공정성 항목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방송의 공정성이 과연 방송사 재승인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한가, 공정성은 누가 판단하며 심사위는 공정한가에 대한 논란이 항상 있어왔다"면서 "특히 정부기구에 의해 공정성을 악용될 문제가 크다. 공정성 문제의 0.4점 과락을 가지고 한 언론사의 문을 닫게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욱 상임위원은 조건부 재승인 의견을 내놨지만, TV조선이 다음 재승인 심사에서 총점 기준에 미달하거나 중점심사사항 과락이 재차 발생한다면 재승인을 거부한다는 추가 조건을 부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허 위원은 "중점심사사항 과락이 나왔지만 종합점수가 650점을 넘었고 콘텐츠 투자 확대, 제재 감소 등 노력해온 점을 일정부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음 심사에서 미달 시 반드시 재승인을 거부하는 게 재승인 제도의 취지를 살리고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승인 거부 의견을 낸 김창룡 상임위원은 TV조선이 공정성 문제로 반복적인 조건부 재승인을 받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중점심사사항에서 과락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개선될 희망이 없다"는 의견을 냈다. 김 위원은 "TV조선은 2010년부터 3번의 재승인 심사를 거치면서 늘 막말·편파방송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17년 재승인 심사 때 650점 기준에 못 미쳤을 때 이미 취소됐어야 한다"며 "5.18 광주민주화운동, 지소미아 관련 오보 등 과연 진실을 추구한 방송사였는가 의문이다. TV조선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채널A에 대해서는 표철수·허욱·김창룡 위원이 조건부 재승인 의견을 냈고 안형환 위원이 조건 없는 재승인 의견을 냈다.

허욱 위원은 "실체적 진실에 대한 최종판단이 나올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취재윤리 위반, 협박취재, 검언유착 등의 의혹이 존재하는 사건이다. 회사 개입이 밝혀질 경우 단순 취재윤리 위반을 넘어선 심각한 사건으로 철회권 유보를 명시해 재승인하는 것이 현재 상황에서 재승인 제도 취지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안형환 위원은 "채널A는 과락 점수도 없었다.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 문제를 가지고 방송의 인허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타당하지 않다"며 "내부자율심의가 작동하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게이트키핑에 의해 취재가 중단된 점도 고려해야 한다. 피해자가 없는 사건으로 조건부 승인을 하지 않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김창룡 위원은 "언론계 전체가 무형의 큰 피해를 입은 사건이다. 단순히 이 시점에서 취재윤리 문제로 논의를 전개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기자윤리 차원을 넘어 협박죄 등 형법, 방송법 위반 등이 불거져 있다. 제대로 된 진실이 전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방통위가 굉장히 무책임한 행정을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종편PP가 출범한지 10년이 되어 가고 세번째 재승인 심사를 받고 있음에도 여전히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을 종편이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방송의 공적책임을 다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방송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241개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방송독립시민행동'은 20일 방송통신위원회가 TV조선, 채널A 두 방송사에 대한 조건부 재승인 결정을 내리자 방통위 상임위원들의 사퇴를 촉구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미디어스)

한편, 두 방송사의 조건부 재승인 소식을 전해들은 언론시민사회에서는 방통위원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었다. 전국 241개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방송독립시민행동'은 이날 방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방통위 결정은 채널A와 TV조선뿐 아니라 한국언론 전체의 취재윤리 위반과 정파 저널리즘에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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