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세월호 막말', '5.18 망언', 미래통합당에 붙은 꼬리표다.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지난 6년 간 통합당에서는 막말과 징계 논의가 반복됐고 제대로 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막말을 뱉은 당사자는 제자리와 스피커를 되찾았다. 이 같은 '패턴'이 반복된 결과 4·15 총선에서 '차명진'이 탄생했다.

통합당은 13일 세월호 막말을 쏟아내 온 차명진 경기 부천병 후보를 뒤늦게 제명, 후보자격을 박탈했다. 통합당 지도부는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고 했지만 선거여론에 밀리고 밀려 지나간 버스에 손을 흔드는 식의 조처를 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래통합당 경기 부천병 차명진 후보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열린 윤리위원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차 씨의 이번 TV토론 세월호 막말은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솜방망이' 징계 전력에서 비롯됐다. 그가 지난해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코앞에 두고 유족들을 향해 "징하게 해 쳐먹는다"고 발언했을 때 한국당은 그를 당 윤리위에 제소했다. 당 윤리위에서 내려진 징계는 당원권 3개월 정지, 징계 수위가 현저히 낮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가 사과하는 것으로 상황을 넘겼다. 같은 시기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어라. 징글징글하다"고 한 정진석 의원은 '경고' 징계를 받았다.

징계를 받은 차 씨는 SNS, 방송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2개월여 만에 다시 "꽥 소리라도 하고 죽겠다"며 재차 "내가 세월호 괴담 피해 당사자", "슬픔을 무기삼아 절대권력으로 군림", "세월호를 좌파의 예리한 무기로 활용" 등의 세월호 막말을 내뱉었다.

그런 차 씨에게 통합당은 공천을 결정했다. 공천을 받은 차 씨는 곧장 으름장을 놨다. 그는 "제가 후보로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젠 당선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막말 딱지를 붙이고 저주를 퍼부은 자들, 지금부터는 가만두지 않겠다"며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했다. 자신을 비판한 언론사 기자들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반드시 정의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차 씨 공천소식에 세월호 유족들은 "차명진은 추호도 반성하지 않는다"며 공천 철회를 촉구했다. 차 씨는 이미 유족들에게 모욕 등의 혐의로 민·형사상 고소를 당한 상태였지만 통합당은 유족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선거 준비를 이어나갔다. 검찰은 경찰이 차 씨를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지 3개월여가 지나도록 기소 여부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통합당 국회의원 후보가 된 차 씨는 후보자 TV토론에서 공공연히 세월호 막말을 내뱉기에 이르렀다. 통합당 지도부는 TV토론 방송직전 차 씨 제명을 결정했다고 밝히며 수습에 나섰지만 즉각 제명이 아닌 윤리위 회부를 결정했다. 그 결과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의 대국민 사과 하루 만에 차 씨는 윤리위에서 '탈당 권유' 처분을 받으며 총선을 완주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차 씨는 선거운동을 더 열심히 하겠다고 나섰고, 김 위원장은 "한심하다"면서도 "지역 유권자들이 현명하게 판단해주실 거라 믿는다"고 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차 씨 막말를 둘러싼 비판여론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중도층 표심 등을 의식한 통합당은 선거를 이틀 앞두고서야 그를 제명했다. 그간 통합당에서 면죄부를 받아온 차 씨는 당의 결정에 불복을 선언하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고, 당에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도 차 씨의 세월호 막말은 난무하고 있다. 차 씨 제명에 통합당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차 씨 제명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당원 게시글 수백 개가 올라왔다. 그간 통합당이 극우 지지층 눈치를 보며 막말 인사들에 대한 면죄부를 반복해 부여한 결과다.

차 씨의 세월호 막말 직전에는 '5.18 망언' 사태가 있었다. 이른바 '5.18 망언 3인방'인 김순례·이종명·김진태 의원에 대해서도 통합당의 '패턴'은 반복됐다. 세 의원은 5.18 북한군 침투설을 주장하는 극우인사 지만원 씨를 초청해 토론회를 열고 "5.18 유공자는 괴물집단", "5.18 폭동" 등의 망언을 했다. 통합당 윤리위는 김순례 의원에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징계가 종료되고 김 의원은 당 최고위원으로 복귀했다. 행사를 주최한 김진태 의원에 대해서는 '경고', 이종명 의원에는 '제명' 징계가 내려졌다. 그러나 이종명 의원에 대한 실제 제명은 그로부터 1년 뒤인 지난 2월, 이 의원의 미래한국당 이적과 함께 이뤄졌다. '솜방망이 징계', '꼼수 제명'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왼쪽부터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통합당이 차 씨 제명을 결정한 13일, 강원도 춘천에서는 김진태 후보 선거사무원이 세월호 추모 현수막을 훼손한 사건이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 6주기를 앞두고 춘천 거리에 추모 현수막이 걸린 지 6시간 만에 현수막은 김진태 후보 측 인사로부터 찢겨 나갔다. 김진태 후보 선본 차량 안에서는 훼손된 세월호 현수막 23장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김진태 후보는 선거사무원의 개인적 일탈 행위라고 했지만 김 후보 역시 '인양 비용이 많이 드니 아이들을 가슴에 묻자'는 세월호 막말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4.16 연대는 성명에서 "차명진을 기른 것이 바로 통합당"이라며 "여전히 통합당 안에 수많은 차명진들이 있으며, 그 중에서도 춘천의 차명진이라 부를 만한 자가 바로 김진태"라고 규탄했다.

한편,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차 씨의 이번 세월호 막말 사태의 1차적 책임은 종합편성채널에 있다고 비판했다. 대표적인 '막말 패널' 차 씨를 '전문가 패널'로 출연시켜 그 영향력을 키운 게 종편이었다는 지적이다.

차 씨는 지난해 4월까지 MBN 시사 프로그램 고정 출연자로 출연했고, 이전부터 TV조선, 채널A 등 종편 방송사의 전문가 패널로 자주 출연해 유명세를 얻었다. 민언련은 차 씨가 종편 방송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기 위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묵살하고, 5.18 망언·왜곡을 두둔했으며, 그런 차 씨를 종편 출연자 일부가 감싸는 등의 사례를 나열하며 "이 참담한 사태의 근본적 배경에는 종편이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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