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채널A-검사장 유착 의혹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인권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본부장의 감찰 통보를 반려한 윤 총장이 수사권을 가진 감찰본부의 감찰을 회피하기 위한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보수언론은 한동수 대검 감찰본부장이 윤 총장에 '항명'한 것이라는 식의 비판을 내놓고 있다 .

9일 한겨레는 윤 총장이 채널A 기자가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취재원을 협박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8일 대검찰청 인권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7일 한 감찰본부장은 휴가중인 윤 총장에게 채널A-검사장 유착 의혹에 대해 감찰에 착수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윤 총장은 녹취록 전문을 살펴본 뒤 필요할 경우 감찰에 착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감찰을 반려했다. 대검은 현재 채널A와 MBC에 해당 의혹 관련 녹취록을 자료요청했지만 아직 전달받지 못한 상태다. 한 본부장은 대검 감찰본부 운영 규정에 근거, 여전히 감찰 개시 권한은 감찰본부에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한겨레는 이날 기사 <윤석열 '측근 검사장 비위 의혹' 대검 감찰 피하기 '꼼수'>에서 "윤 총장이 대검 인권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은 강제수사권이 있는 대검 감찰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검찰 비위 조사 전담기구인 감찰본부를 놔두고 인권부에 조사를 맡기는 것을 두고 비판이 나온다"고 풀이했다.

한 본부장은 윤 총장에게 '대검찰청 감찰본부 설치 및 운영 규정'에 근거한 감찰 개시를 보고했다. 해당 규정은 고검검사급 이상 검사의 비위 조사와 관련해 감찰본부장은 검찰총장에게 감찰 개시 사실과 그 결과만을 보고한다고 돼 있다. 반면 8일 대검이 공개한 비공개 규정 '대검찰청 감찰위원회 운영 규정'에서는 중요 감찰사건의 감찰 개시는 감찰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한 뒤 결정하도록 돼 있어 감찰본부와 대검 간 의견대립이 표출되는 양상이다. 대검이 공개한 규정에 따르더라도 한 감찰본부장이 감찰위원회 심의를 거쳐 감찰 착수가 가능하지만 윤 총장은 인권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한겨레 4월 9일 <‘측근 감찰’ 막은 윤석열, 인권부에 조사 지시>

한겨레는 대검 인권부가 해당 의혹을 조사하는 것은 부서의 업무 성격과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인권부는 검찰공무원의 막말이나 가혹행위 등 조사 과정에서의 직접적인 인권침해를 감독하는 부서"라며 "채널A 기자와 현직 검사장의 유착 의혹을 밝혀내는 건 인권부의 고유 업무와 거리가 멀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두 규정이 상충하는 면이 없지 않지만, 중요한 건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일"이라며 "윤 총장 최측근이 의혹에 연루돼 있을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윤 총장까지도 감찰 대상이 될지 모를 사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엇보다 '감찰의 독립성'이 최우선순위가 돼야 마땅하다"고 했다.

반면 보수언론에서는 한 본부장이 윤 총장에게 문자메시지로 감찰을 통보한 것은 '항명'이라는 검찰측 주장이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중앙일보는 기사<한동수 "검·언유착 감찰" 문자 통보하자 윤석열 "반대">에서 "대검의 공식 부서에서 진상을 파악중인데도 대검의 감찰부장이 검찰 수뇌부와 사전 교감 없이 '감찰 착수' 보고를 한 것은 결국 검찰 내 견해차를 방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한 감찰본부장이 '추미애 법무부'를 대변한다고 보는 기류가 감지되고, 법원 내 진보적 성향 판사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점도 거론된다며 대검측 주장에 힘을 실었다.

조선일보는 관련 기사에서 한 본부장이 대검 감찰 규정을 위반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검찰 내부에서는 이를 검찰총장에 대한 '항명'으로 규정하는 기류"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검찰에선 한 본부장의 감찰 개시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왔다"면서 "한 본부장이 윤석열 총장과 그 측근이라는 검사장에게 큰 비리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선거 국면에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같다"는 한 검사의 발언을 전했다.

4월 9일 중앙일보 <한동수 “검·언유착 감찰” 문자 통보하자 윤석열 “반대”>, 조선일보<윤석열에 '측근 감찰' 문자 통보… 대검 감찰본부장 규정 위반 논란>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검찰의 감찰이 이 같은 논란을 빚으면서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에 이목이 재차 쏠리게 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7일 채널A 기자와 성명불상의 검사를 협박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늘 오후 김재호 사장, 김차수 전무 등 채널A 대표이사를 불러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한 청문을 진행한다. 채널A의 자체진상조사결과는 의혹제기 일주일이 넘도록 나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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