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정부광고 대행수수료 인하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 민병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은 언론계의 정부광고 대행수수료 인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광고 대행수수료가 줄어들면 언론진흥정책이 쇠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언론재단은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 시행에 관한 법률안’에 따라 정부광고를 대행하고 있다. 언론재단은 광고비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수수료로 받아 언론진흥정책에 사용한다. 한국신문협회·한국방송협회·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유관단체는 “정부광고 대행수수료 10%는 과도하다”며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언론재단이 ‘통행세’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민병욱 이사장은 지난달 31일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광고 대행수수료를 줄인다고 매체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없다”고 단언했다. 정부광고 대행수수료는 광고비와 별도로 책정되며 수수료 전액이 언론진흥을 위해 쓰인다는 것이다. 아래는 민 이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민병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 취임 2년 6개월이 지났다. 취임 후 언론재단이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확실한 변화는 정부광고법 제정이다. 그동안 언론재단의 재원 마련 방법이 모호했다. 정부광고법이 생긴 후 정부광고 수수료 대부분이 언론진흥기금으로 들어가고 있다. 일부 관리운영비를 제외하고 나머지 돈은 언론 진흥을 위해 쓰인다. 정부가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법정신을 구현했다고 볼 수 있다.

취임 후 처음부터 이야기한 건 저널리즘 고양·고취다. 그간 저널리즘에 매진했다. 예컨대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 해외 프레스센터를 설치했다. 기자들이 해외에서 취재에 매진할 수 있는 제반을 만들었다. 해외 프레스센터 운영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뉴스콘텐츠 지원 금액 역시 늘었다. 취임 전 언론재단의 뉴스콘텐츠 지원 금액은 4억 원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19억 원이다. 또 언론인 스터디 모임을 지원했고 단기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기자들이 스스로 배워나갈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그간의 활동이 충분하진 않지만, 노력했다.

- 4월 저널리즘 종합교육센터를 개관할 예정이다. 미디어리터러시센터 및 언론인 교육센터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잘 진행되고 있나

원래 ‘신문의날’인 4월 7일 개관식을 하려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공사가 늦어졌다. 4월 말이나 5월 초쯤 개관이 가능할 것 같다. 저널리즘센터는 언론인과 일반인의 교육기관이다. 현재는 작게 시작하지만, 훗날 프레스센터보다 창대한 기구로 성장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 정부광고법을 두고 언론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정부광고 수수료 10%가 과도하다는 비판이다. 한국신문협회·한국방송협회 등 언론사 이익단체는 물론 한국기자협회도 수수료 인하를 주장한다

역설적인 상황이다. 정부광고 수수료는 언론사가 아닌 광고주가 지불하는 돈이다. 정부광고법 시행 이전 정부광고 수수료는 불투명했다. 광고비가 100원이라고 가정하면, 과거 100원 중 10원을 수수료로 제했다. 현재는 언론사가 광고비 100원 전액을 다 받을 수 있다. 수수료 10원은 정부기관이 따로 내는 돈이다. 특히 수수료 대부분은 언론진흥을 위해 사용된다. 수수료를 줄인다고 매체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없다. 언론재단이 수수료로 다른 일을 한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일은 없다. 수수료 인하 주장은 인정하기 어렵다.

- 법에선 정부기관이 정부광고 수수료를 부담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언론사들은 ‘정부기관이 수수료를 광고비 총액에 포함해 실질 광고비가 줄었다’고 주장한다. 애당초 정부기관이 광고 예산을 110원(광고비 100원, 수수료 10원)이 아닌 100원만 책정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광고 수수료가 줄어들면 광고비가 늘 것’이란 기대는 정부 예산·회계에 대한 오해 때문에 빚어졌다. 정부광고법 시행 후 많은 정부기관이 예산안에서 정부광고 금액과 수수료를 별도 항목으로 책정했다. 수수료로 책정된 예산을 정부광고로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수수료가 낮춰진다고 매체사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 물론 정부광고법 시행 1년이 지났기에 시행착오가 있었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안정화될 것이다.

정부광고 수수료는 언론계에 돌아갈 돈이다. 정부광고법이 안정화된다면 언론사들은 ‘정부광고 수수료를 더 올려달라’고 주장해야 한다. 그래야 언론진흥 기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당장 광고비 때문에 ‘정부광고 수수료를 인하하라’고 말하는 건 언론진흥을 위해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다.

- 언론재단이 정부광고 수수료를 받으면서 특별한 일을 안 한다는 비판이 있다

‘통행세’ 논란이다. 우리가 가만히 앉아서 아무 일도 안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언론재단이 처리하는 광고는 20만 건 이상이다. 100만 원~200만 원 정도 소액광고가 많다. 일반 광고회사에선 소액광고를 처리하려 하지 않는다. 수수료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언론재단이 공공기관이기에 소액광고를 대행할 수 있는 거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광고주 교육도 이뤄지고 있다. 광고 CMS를 만들고, 여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광고 수수료로 언론사 직접 지원을 하긴 어렵다. 간접지원이기 때문에 언론사가 체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언론사 직접 지원은 적절하지 않다. 여러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통행세’ 논란은 언론 경영 악화에 따른 절규로 본다. 다만 조금 성급하다고 생각한다.

신문협회보 3월 1일자 지면 (사진=한국신문협회)

- 최근 신문협회와 갈등을 빚었다. 신문협회는 신문협회보를 통해 연일 언론재단을 비판했다. 언론재단이 정부 광고 수수료를 신문계에 환원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언론재단과 함께 언론진흥책을 찾아야 할 파트너가 비판하니 우선은 미안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신문협회는 신문사 이익단체다. 레거시 미디어의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손길을 내밀어달라는 뜻으로 이해한다. 신문협회에 새로운 회장단이 꾸려졌다. 이전 회장단과 더 많은 소통을 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 새로운 분들과 더 많이 이야기하고 협의해 나가겠다. 직접 지원은 안 된다는 원칙이나 저널리즘에 대한 가치를 지키면서 이야기하겠다.

- 방송계에서 ‘정부광고 수수료로 인한 혜택을 못 받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언론재단이 신문법에 따라 만들어진 기관으로 방송 지원 정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광고법 시행 1년이기 때문이다. 언론재단은 신문법에 따라 만들어진 기구다. 방송을 지원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부족했다. 하지만 정부광고법이 통과되면서 방송·광고 지원도 가능해졌다. 점차 방송 지원이 늘어날 것이다. 국민과 방송의 거리를 가깝게 만들 수 있는 지원을 위해 노력하겠다.

- 법에서 규정하는 ‘언론’에 포함되지 않은 뉴미디어가 많다. 언론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언론의 역할을 하는 뉴미디어는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뉴미디어 지원 정책은 부족한 실정이다. 뉴미디어에 대한 지원책은 없나

생각은 많다. 다만 규정의 문제가 있다. 법에서 이야기하는 언론의 개념이 어디까지인지 고민할 시점이다. 또 선정에서 형평성·공정성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 이에 대한 방어 장치가 마련되면 뉴미디어 지원도 충분히 가능하다.

-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 대상 논란이 있다. 인터넷 기반 지역 언론이 늘어나는데, 지역신문발전기금은 온라인 지역 언론을 대상으로 두지 않는다. 일간지·주간지 등 신문을 생산해야 지역신문발전기금 대상이 되는데 ‘현실에 뒤떨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언론재단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사무국 역할을 한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에 대해 이야기하면 월권이 될 수 있어 조심스럽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 갈등이 있다. 선정 공정성을 이유로 ABC 인증 부수, 홈페이지 클릭 수를 지원 기준으로 삼았다. 선정 규정을 따르다 보면 낙오되는 언론사가 있다. 주옥같은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가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일도 있을 수 있다. 언론재단이 저널리즘 품질을 평가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어낸다면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노력해야 할 일이다.

-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소유권을 두고 소송 중이다. 대법원판결을 앞두고 있는데, 언론재단이 패소할 수 있다는 해석이 많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는 정부 출연 공기업이고, 언론재단도 준정부기구다. 기본적으로 같은 정부 내에서 소송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협의를 이어나갔지만 잘 안 됐다.

‘언론을 어떻게 바라보는가’가 핵심이다. 프레스센터는 언론의 전당이다. 많은 언론인이 프레스센터를 마음의 고향으로 여긴다. 그런 상징성을 배제하고 법률적으로만 판단하는 게 옳을까. 이런 고민이 대법원에 들어갔다고 믿는다. 프레스센터 분쟁은 판결이 아니라 정부 내 조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 낙하산 논란이 있었다. 언론재단 상임이사 자리에 문재인 캠프 미디어특보단 출신이 내정된 바 있다. 이사장 역시 미디어특보단에서 일했다.

기본적으로 언론재단 인사는 투명하다. 이사 후보는 임원추천 회의 결정에 따라 이뤄진다. 단언컨대 내정은 없다. ‘이사장 역시 낙하산 아니냐’고 물어볼 것 같은데, 나는 낙하산이다. 3~4명의 후보와의 경쟁을 뚫고 이사장직에 올랐다. 언론사 재직 경험을 통해 저널리즘 진흥을 이뤄낼 수 있다면 (낙하산 논란이 있어도 이사장직에) 오고 싶었다. 나의 업계 경력을 봤을 때 이사장직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봤다. 직원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내가 무엇 때문에 이사장직에 왔는지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3년 임기로 왔다. 난 언론 진흥을 위해 일하지, 언론재단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이사장직에 있는 한 언론진흥 정책을 지켜나가겠다.

동아일보에서 나와 퇴직 언론인이 됐을 때 언론인으로 자긍심을 느낄만한 점이 없었다. 현재 언론인들에게는 자긍심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저널리즘 풍토가 바로 선다면 현업을 떠난 언론인이 긍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진=미디어스)

- 임기가 반년 정도 남았다. 목표가 있나

지금 새로운 정책을 펴기에는 시기적으로 늦었다. 지켜내야 할 건 있다. 언론재단 재원 확보다. 언론재단 직원들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언론진흥에 힘쓰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걸 지켜줘야 한다. 외부의 요구와 압박 때문에 언론재단이 흔들릴까봐 걱정이다. 정부광고법 수수료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면 ‘수수료 삭감’이라는 방향이 세워질 수 있다. 이는 언론진흥을 위해 올바른 일이 아니다.

- 마지막 한마디 부탁한다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지망생이 많다. 지망생의 꿈은 많은 월급 받고 풍족하게 사는 게 아니다. 저널리스트의 길을 원하기에 언론사 입사를 지망하는 것이다. 하지만 언론 상황은 하루하루 달라진다. 옛날 경영진은 기자에게 광고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현재 언론인은 광고와 경영 문제를 걱정한다. 언론 지망생과 기자들이 쉽게 흔들릴 수 있는 환경이다. 언론재단이 그들에게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다.

현장에 있는 언론사 국장과 기자들이 저널리즘에 충실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저널리즘은 거창한 게 아니다. 공동체·공동선을 추구하고,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것이 저널리즘이다. 일에 대한 사명감을 가졌으면 한다.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

민병욱 이사장은 1976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출판국장을 지냈다. 민 이사장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장,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2017년 9월부터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임기는 2020년 9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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