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안형환 신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에게 미디어 공공성에 대한 철학과 정책비전을 공개적으로 밝히라고 공개질의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밟는 방통위원장을 제외한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공개검증이 이뤄지지 않는다. 기자·정치인 출신인 안 위원에 대해 전문성 검증이 이뤄졌느냐는 비판이다.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방통위 상임위원에 김창룡 현 상임위원과 안형환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의원을 임명했다. 안 위원은 KBS 기자 출신으로 지난 2008년 18대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전직 의원이다. 2010년 한나라당 대변인, 2012년 대통령 선거 박근혜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2014년 새누리당 보수혁신 특별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지난 26일 임기가 종료된 김석진 상임위원 후임으로 미래통합당이 추천한 인사다.

한나라당 대변인 시절의 안형환 신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사진=연합뉴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31일 '안형환 신임 방통위원의 자격을 묻는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전형적인 정치인의 길을 걸었던 안 전 대변인을 추천한 통합당의 의도가 무엇인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며 "어떤 전문성도 검증되지 않은 안 위원의 추천과 임명은 미래통합당이 미디어를 단지 정치적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음을 고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폐쇄적인 방통위 상임위원 임명 구조를 지적했다. 전국언론노조는 "통합당의 안 위원 추천과 대통령 임명은 그저 합법적인 절차를 거쳤다는 주장만으로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며 "한 국가의 미디어 정책을 총괄하고 인허가 규제권한을 행사하며 시민의 권리를 최우선에 두어야할 합의제 기구의 위원이 어떤 절차와 입장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 채 정치적 배경으로 임명되는 관행을 이제는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방통위원장을 제외한 국회·정부 추천몫 4명의 상임위원들에 대해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후보 공개모집 ▲정당의 미디어 정책방향이 담긴 자격 기준 ▲각 후보의 정책 설명 ▲추천심사 절차과정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언론노조는 안 위원에게 "방통위라는 독립기구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으며, 향후 3년이라는 중요한 시기에 미디어 공공성에 대한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지 공개적으로 밝혀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어 "안 위원의 추천이 확정된 시기는 코로나19 로 모든 이슈가 하나로 집중되던 때였다"며 "지금이라도 안 위원은 방통위에 대한 자신의 입장과 명확한 정책 방향을 밝히고 국민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언론보도에 따르면 안 위원은 과천정부종합청사 첫 출근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 추천 취지에 맞는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위원은 크게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영상거래 사건과 방송 인·허가 문제에 대해 공부해 빠른 시일 내에 업무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TV조선은 방통위 재승인 심사 결과 공정성 등 중점심사사항에서 과락 평가를 받았다. 중점심사사항에서 배점의 50%에 미달하게 되면 조건부 재승인 또는 재승인 거부가 가능하다. TV조선은 중점심사사항 관련 방통위 청문 절차를 앞두고 있다. 채널A는 재승인 기준 점수를 넘겼으나 방통위는 채널A의 공정성, 독립성 강화를 위한 계획을 확인한 후 재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안 위원을 추천한 미래통합당은 두 종합편성채널사업자에 대한 방통위의 결정에 '언론탄압'이라며 비판에 나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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