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경인지역 지상파 OBS 이사회가 대주주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의 아들 백정수 부회장을 신임 의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기로 결정했다. '언론사 세습'이라는 OBS 내부 비판이 제기된다. 그간 대주주를 중심으로 OBS에서 벌어진 소유·경영분리 훼손 논란에 비춰보면 이번 '세습'으로 대주주 개입 논란이 지속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23일 전국언론노조 OBS희망조합 성명에 따르면 OBS 이사회는 지난 11일 회의에서 백정수 이사를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김종오·윤승진 전 OBS 사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이사회 결정은 27일 OBS 주주총회 의결안건으로 오른다.

OBS 사옥 (사진=OBS)

OBS희망조합은 "OBS는 사기업일지라도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는 지상파방송사로서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하기 때문에 공기업에 버금가는 도덕적 기준도 감내해야 한다"며 "이에 백성학 회장에서 아들인 백정수 부회장으로 이사회 의장을 바꾸는 것이 언론사 세습이라는 비판을 들어도 겸허히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주주 백 회장은 2006~2007년 OBS 개국 당시 '공익적 민영방송', '소유·경영 분리', '투명한 김시 기능의 사외이사제도 운영', '100억 규모의 시민주 모집', '향후 900억 규모의 적극적 투자'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OBS에서는 불법 정리해고, 인금 반납, 방송 사유화 논란 등의 사태가 발생했고 투자 미비는 지속됐다.

지난해에도 보도국장 공개모집, OBS 팀·국장 대주주 회사 역사기록실 견학, 방송부사장 선임 논란 등으로 소유·경영 분리원칙 훼손 논란이 일었다. 보도국장 공개모집은 백 회장이 박성희 OBS 사장의 인사에 반대해 공개모집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의혹이 일었고 OBS는 돌연 공모를 중단했다. OBS 팀·국장들은 영안모자 60주년을 맞이해 '영안모자 역사기록실'을 견학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백 회장은 OBS의 '적정인력'을 언급, 구조조정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같은 해 7월에는 직제에 없던 방송부사장직이 신설돼 선임됐는데, 이 역시 대주주 방송개입 논란이 일었다. OBS희망조합은 당시 방송부사장 무용론과 함께 "이사회의 결정이면 곧 대주주의 결정이고 따라서 이번 방송부사장 선임은 대주주가 OBS의 보도와 제작에 거리낌 없이 간섭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OBS 방송부사장에는 홍종선 전 OBS 방송본부장이 선임됐는데, 홍 부사장은 2011년 OBS 사내 구성원들의 문제제기로 의원 면직된 인사였다. 그는 면직된 이후 숭의여자대학교에서 초빙교수로 일했는데, 앞서 영안모자는 1999년 학교법인 '숭의학원'을 인수했다.

이사회가 OBS 사외이사로 결정한 김종오·윤승진 전 OBS 사장은 모두 최근까지 숭의여대 총장을 지낸 인물들이다. 숭의여대 이사장은 백 회장의 부인이다. 대주주의 경영을 견제하는 사외이사가 사실상 대주주와의 특수관계 인사로 결정된 셈이다. 백 회장은 2007년 보도자료를 통해 "사외이사의 권한이 극대화되어 투명한 감시기능과 공익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이사회 구성원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4명은 학계, 법조계,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사외이사로 구성된다"고 한 바 있다.

이와 별개로 OBS에서는 백 회장 주재로 매달 임원 월례회의가 열리며 백정수 이사의 경우 이사 자격으로 주단위로 간부회의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OBS 희망조합은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에 "경인지역 대표 방송사의 지배구조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더욱 세심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며 "OBS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민방의 사정도 다르지 않을진데, 여느 사기업의 세습으로 치부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다만 OBS 희망조합은 사실상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부임할 백정수 이사에게 애초 백 회장이 OBS 개국 당시 약속한 사항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경영 호전을 위한 투자, OBS 허가 조건인 사옥 인천 이전, 투명한 사외이사 선임 등의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다.

OBS 희망조합은 "새롭게 이사회 의장에 취임하는 백정수 이사는 아버지인 백성학 회장이 공익적 민영방송을 만들겠다며 공언한 약속들을 조속히 이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또한 방송통신위원회는 주무기관으로서 OBS가 사회의 공기로서 역할을 다 하도록 행정적, 제도적으로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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