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서지현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이 “텔레그램 n번방 사태는 예견된 범죄였다"며 이번 기회에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사방'의 조주빈 씨와 대화 참여자들은 범죄단체조직죄로 엮여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할 수 있다고 했다.

2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서지현 검사는 “미투, 버닝썬, 장자연 사건, 양진호, 화장실 몰카 등에서 제대로 처벌받은 이가 누가 있냐”고 따져물었다.

서 검사는 “사진, 동영상 촬영, 업로드, 공유, 단체 대화가 손쉬워졌는데 이제까지 성범죄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기 때문에 죄의식 없는 자들이 바뀐 플랫폼에서 대규모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양산해낸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서지현 검사 (사진=CBS)

'n번방'과 유사한 형태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 결과는 미약했다는 판단이다. 법원은 텔레그램 n번방을 만들었던 ‘켈리’가 ‘수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이하 아청법)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n번방 창시자 ‘와치맨’은 두 차례 검거됐는데 수원지검은 징역 3년 6개월을 구형했다. 소라넷 운영자 송 모 씨는 징역 4년을 받았고, 다크웹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 손정우 씨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해 곧 출소할 예정이다.

서 검사는 영상 제작 혐의를 받는 ‘박사’ 조주빈 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까지 처벌 가능하다고 봤다. 또한 대화 참여자들은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해 제작자와 같은 형량으로 처벌 할 수 있다고 했다. 서 검사는 “영상 소지죄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다”며 “추미애 장관도 나서서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해 법정 최고형까지 구형할 수 있겠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범죄단체조직죄(형법 114조)는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람은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보이스피싱, 불법 도박 사이트, 불법 대부업체 등에서 이 법이 적용돼 유죄 판결된 사례가 다수 있다.

서 검사는 범행 내용을 보면 소위 노예를 놓고 실시간 상영과 채팅을 하면서 참가자들이 여러 지시를 했고, 유료방에서는 후원금 형태의 돈을 냈기에 공동 제작에 참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청법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제작한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는데 형법 114조가 적용되면 주범뿐 아니라 가담자들도 공동 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

서 검사는 강력한 법 적용과 함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살인·강도 등 현실 세계에서의 범죄보다 가볍다는 인식이 있다”며 “현실보다 가상 현실에서 범죄가 훨씬 잔혹하고 전파성이 강하고 영구히 남기 때문에 현실 세계의 범죄보다 훨씬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두고 ‘야동’이라며 가볍게 치부하는 이들에게 서 검사는 일침을 가했다. “중년 남성분들 중에 야동 안 본 사람이 세상에 어딨냐고 하지만 이건 음란물이나 야동이 아닌 성 착취물”이라며 “성착취 범죄에 대해서는 정말 강력히 처벌해야 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남자들은 야동을 다 본다’라고 말하는 건 스스로를 잠재적 가해자나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 검사는 “지금 바꾸지 않으면 어쩌면 영원히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며 국민들이 함께 관심갖고 더 분노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서 검사는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으로서 조만간 검찰FT와는 별개로 법무부 내에서 TF를 구성할 예정이다.

서 검사는 25일 포토라인에 선 조주빈 씨 발언에 대해 “양심에 일말의 가책도 없고 피해자들에 대한 미안한 생각도 전혀 없어 보였다”며 “자신을 영웅시하며 영웅쇼, 내지 영웅놀이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비슷한 유형의 범죄자들을 봐온 결과, 서 검사는 “성범죄자들은 무조건 피해자 탓이라고 생각하기에 본인이 잘못 없다고 생각하는 데다 동조해주는 사람이 많다보니 그런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