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안현우 기자] 생명을 무엇보다 존중해야 하는 의사가 분신자살을 시도했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그런 의사가 보건의료 전문가 몫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할 가능성이 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방상혁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2014년 1월 27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의료영리화 반대 집회에서 몸에 신나를 끼얹고 분신자살을 시도해 주변에 있던 동료 의사들이 제지한 바 있다. 그는 의사협회 내에서 강경파로 알려졌다.

방상혁 상근부회장 외에도 2007년 좌훈정 당시 서울시의사회 홍보이사가 의료법 개정 반대 집회에서 복부 자해, 2013년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목아래 자해를 한 바 있다. 현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의사협회 공식행사에서 “의사 회원들의 목숨이 달려 있기 때문에 피를 뿌릴 겁니다”라며 연단에 머리를 박으며 자해를 한 기행을 하기도 했다.

방상혁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자는 2014년 당시 서울역 의사총파업 집회에서 신나를 뿌리며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사진 출처 : 미디어몽구

방상혁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공천 후보자로 20번을 배정받았으며, 순위 조정 논란의 수혜자가 될지 관심이다. 의사협회 등은 지지선언을 통해 방상혁 상근부회장에 대한 순위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미래통합당과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공천 갈등이 정리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미래통합당 압박에 비례대표 공천 후보자 순위를 일부 조정했다. 통합당 영입인사가 당선권인 20번 밖으로 밀려나자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크게 반발하며 자체 비례대표 공천 가능성까지 열어두었다.

또한 한국당 최고위원회는 후보 5명 이상을 재검토할 것을 공관위에 요구했으며 ‘듣보잡’, ‘갑툭튀’ 등의 막말을 더해 압박했다. 결국 한국당 공관위는 19일 선거인단 투표를 거쳐 변경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황교안 대표가 공들였던 영입인사인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이 당선권에 걸쳐 있는 21번을 받아 이번 공천 갈등의 핵심으로 작용했다. 한국당 공관위는 윤주경 전 관장을 앞당겨 3번으로 조정했다. 이처럼 통합당 영입인사가 당선권인 20번 안의 순위를 받기 위해서는 조정이 불가피하다. 즉 20번 안의 ‘듣보잡’, ‘갑툭튀’를 걸러내야 들어갈 자리가 생긴다는 얘기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국당 최고위는 ▲김신일 에델만코리아 수석부사장(6번) ▲우원재 유튜버(8번) ▲권애영 전 자유한국당 전남도당위원장(11번) ▲이경해 바이오그래핀 부사장(13번) Δ김수진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대표(15번) ▲방상혁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20번) ▲전주혜 전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23번) 등에 대해 재검토를 요구했다. 재검토 대상에 포함된 방상혁 의사협회 상근부회장 역시 20번을 받아 당선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의사협회, 전국의사총연합 등 의사단체가 지지 선언을 통해 방상혁 비례대표 후보 순위 조정을 압박하고 있다. 전국의사총연합은 17일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의학적 실체가 정치를 이기려면 의료전문가 그룹이 추천한 방상혁 의협 부회장이 반드시 국회에 진출해야 한다“며 ”국민의 보건 의료 문제를 확립할 수 있도록 반드시 당선권의 앞순위에 배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역시 보도자료를 내고 공식적으로 지지 발표를 했다.

하지만 지지발표를 두고 의사단체 내부에서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메디컬타임즈에 따르면 경상남도의사회의 한 대의원은 "의협은 회원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 출발한 사단법인 단체"라며 "회원은 다양한 정치 성향을 갖고 있는데 특정인을 지정해서 특정 정당에 비례대표를 내고, 협회 이름으로 지지한다는 것은 회원의 고유한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수언론과 정치집단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역할만 해”

의사협회는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중국발 전면 입국 금지’, ‘비선 전문가’ 등을 주장해 통합당의 정부 대응 비판에 힘을 실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통합당 '우한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황교안 대표는 지난 3일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의협을 찾아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달 5일에도 의협을 찾았다.

이날 최대집 의사협회 회장은 "(중국을 비롯한) 위험지역, 일본과 이탈리아 등으로부터 전면적 입국 금지나 제한적 입국 제한을 반드시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의협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사태 초기부터 우한 코로나 확산을 막고자 여러 가지 다양한 의견을 줬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번번이 무시했고, 사태를 이 지경으로 악화시키고 말았다"며 "지금이라도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보건당국은 전문가들, 그리고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의사협회는 '중국발 전면 입국금지' 권고가 정부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점 등을 이유로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과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오판하도록 자문한 비선 전문가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의사협회 기자회견에는 최대집 의사협회장, 방상혁 상근부회장이 자리했다. 이 같은 의사협회의 주장은 중앙일보 인터뷰로 이어졌으며 결국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정부 자문 역할을 맡아온 범학계 코로나19 대책위원회는 해제됐다.

이와 관련해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는 지난 10일 '최대집 의사협회 회장은 비과학적 혐오선동과 근거 없는 마녀사냥을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인의협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동료 의사들의 전문가로서의 학술활동에 훼방을 놓는 대표를 두고 있는 것은 한국 의사들의 비극"이라고 비판했다.

인의협은 "전문가의 역할은 무엇보다 과학적인 정보를 제공해 불필요한 공포나 혐오감정에 휩싸이지 않도록 돕는 것"이라며 "최 회장은 반대로 잘못된 중국인 혐오를 자극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보수언론과 정치집단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역할만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의협은 '중국발 전면 입국금지' 주장에 대해 "국제적으로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비과학적 주장"이라며 "우리 사회에서도 다수의 분별력 있는 의사들과 전문가들이 합리적 근거로 반박해 자유로운 공론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극단적 주장의 하나가 돼 왔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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