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창립 45주년을 맞아 동아·조선 해직 기자들이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동아일보 후배들이 45년 전 동아투위 선배들의 뜻을 살려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2014년·2015년 대법원의 동아일보 관련 판결이 사법농단의 결과물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동아투위는 1975년 언론자유와 유신 반대를 외치다 강제 해직당한 기자들이 만든 단체다. 1974년 동아일보 기자들은 기자협회를 결성하고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했다. 박정희 군부정권의 언론탄압을 막고, 자유로운 취재·보도를 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그해 겨울 박정희 정권은 기업에 ‘동아일보와의 광고 계약을 해약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동아일보가 광고면을 백지로 내보내자 시민들은 사비를 들여 개인 광고를 넣었다. 하지만 동아일보 사측은 정권에 비판적인 기자들을 해고했다.

17일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열린 <자유언론 실천은 지금도 절실하다> 기자회견 (사진=미디어스)

3월 17일 동아일보 해직기자들이 동아투위 창립 45주년을 맞아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45년 전 동아일보 건물에서 농성하다가 박정희가 동원한 폭력배에 쫓겨난 기억이 있다”면서 “빛나던 동아일보의 한때를 생각하면 분노와 배신감이 들어 몸 둘 바를 모르겠다. 150여 명의 동아투위 위원 중 30명이 돌아가셨다. 우리는 고령이지만, 아직도 ‘자유언론실천’이라는 명제를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한표 조선투위 위원장은 “45년 전 자유언론실천운동을 한 동아일보는 정의로운 투쟁을 했다”면서 “지금 동아일보가 어떤 몰골로 살아있는지 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강제해직 당시 기골 있는 기자 150여 명을 내보내면서 척추가 부러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성한표 위원장은 “동아일보 후배들에게 간절히 원하는 게 있다”면서 “45년 전 선배들이 했던 투쟁을 기억하고 그 결기의 반의반이라도 따라가 달라. 무너져가는 보수 언론을 민주언론으로 되살릴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오정훈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반노동·친재벌·친일독재 부역·코로나19 사태 보도를 보면 동아·조선은 적폐로 요약된다”면서 “동아일보는 45년 전 그들이 쫓아낸 선배들에게 사죄하지 않고 있다.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해 직장 잃고 길거리를 헤맸던 선배들을 보며 언론에 새 역사를 써야 한다”고 밝혔다.

1974년 10월 24일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하고 있는 <동아일보> 언론인들 (사진=동아투위)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2014년 대법원의 ‘1975년 동아일보 광고탄압 및 대량해직사태 손해배상청구소송’ 판결을 두고 “양승태 사법농단의 희생물”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소송 원고 134명 중 14명에 대해서만 ‘국가 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수령한 이들은 소송 원고가 될 수 없다는 논리다. 대법원은 동아투위 관련 소송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선고를 내렸다. 이듬해 대법원(주심 민일영 대법관)은 동아일보가 안전행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과거사위 진실규명 취소 청구소송’에서 동아일보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부영 이사장은 “사법농단이라고 단정할 수밖에 없는 이상야릇한 판결”이라면서 “역사적 평가가 끝난 사안을 양승태 대법원이 뒤집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동아일보 창업자 인촌 김성수기념회의 이사장으로 취임한 시기가 대법원 판결 시점과 일치하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부영 이사장은 "양승태, 신영철, 민일영 대법관은 이용훈 대법원장 체제 아래서 함께 일했다”면서 "전·현직 대법원장, 대법관들이 박근혜 정권과의 거래 속에 박근혜와 동아일보사에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내는 사법농단을 저질렀다고 보는 것은 합리적 의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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