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문재인 대통령·김정숙 여사 관련 허위정보를 심의하고 시정요구를 결정했다. 대통령 관련 허위정보가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의견진술 절차도 부여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시민사회계에선 “사회질서 혼란 조항을 적용해 심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방통심의위는 11일·12일 문재인 대통령 왼손 경례 사진, 김정숙 여사 일제 마스크 착용 주장 게시물을 시정요구했다. 해당 게시물은 대통령을 비방하는 '가짜뉴스'다. 민원인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본부장으로 있는 중앙사고수습본부다.

문재인 대통령 합성사진 관련 청와대 해명자료

문재인 대통령 왼손 경례 사진, 김정숙 여사 일제 마스크 착용 주장 게시물 시정요구에 적용된 조항은 ‘사회질서 혼란’이다. 사회질서 혼란은 대표적 독소조항이다. '사회질서 혼란'이라는 기준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방통심의위는 '사회질서 혼란'을 이유로 음모론·정부 비판성 게시물을 시정요구했다. 사드 전자파 유해성 주장 게시글, DMZ지뢰 폭발사고 조작설, 메르스 미군 실험 음모론, 세월호 국정원 개입설 등이다. 당시 시민사회단체는 ‘사회질서 혼란 게시글 삭제’ 결정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행정기구가 사회적 논란이 되는 게시물을 삭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이유에서다.

11일 ‘문재인 대통령 왼손 경례 사진’ 심의 당시 위원들은 '사회질서 혼란' 조항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다. 김재영 위원은 “(사회질서 혼란은) 독소조항이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지금은 평상시와 다른 혼란 상황이다. (허위)정보로 신뢰가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심영섭 위원은 “평소면 다른 의견을 내겠지만, 조작된 정보를 올리는 건 사회통합을 저해한다”고 밝혔다. 위원들은 해당 게시물이 어떤 사회적 혼란을 불러오는지, 코로나19 국면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을 만큼의 중대한 상황인지를 설명하지 못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13일 <방통심의위의 ‘사회적 혼란 야기’를 이유로 한 대통령 명예훼손 정보 심의를 규탄한다> 성명에서 "행정기관인 방통심의위가 코로나19 비상상황을 빌미로 ‘사회적 혼란 야기’라는 위헌 소지가 큰 심의 규정을 적용하여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적 표현물을 검열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픈넷은 “감염병 비상상황에서 정보 통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이는 실질적인 해악을 가져오는 정보에 국한하여야 한다”면서 “대통령이 국민의례를 왼손으로 한 것처럼 조작한 정보나 영부인이 일본산 마스크를 썼다는 허위정보가 감염병 대응과 관련해 중대한 혼란이나 위험을 야기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사회질서 위반’ 규정을 이용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성 정보를 심의한 것이며, 이전 정부에서부터 시민사회가 일관되게 비판해왔던 행태를 이번 정부의 방통심의위도 끝내 자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이미 청와대가 가짜뉴스라고 발표한 사안이다. 그것만으로 대응을 충분히 한 것”이라고 밝혔다. 오병일 대표는 “사회혼란이라는 건 특정하기 힘들다”면서 “사회 혼란을 이유로 게시물 삭제가 정당화된다면 향후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정부가 삭제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병일 대표는 “특히 이번에 삭제된 게시물은 공공의료에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라, 그냥 정부로서 불편한 정보였다”면서 “정부·여당에 불편한 표현물을 규제하려 한다면 과거 정부와 다를 게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오병일 대표는 “통신소위 심의 기준에서 사회 혼란이라는 기준이 없어져야 한다”면서 “방통심의위는 명백한 불법 정보만 심의하는 기관이다. 행정기관(방통심의위)이 불법 정보를 스스로 판단하는 것 자체가 문제인데, 사회 혼란을 근거로 게시물을 삭제하는 건 위험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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