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미래통합당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한선교 대표가 조선일보를 통해 진보진영 비례연합정당 창당 논의를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한 대표는 미래한국당이 '4+1협의체'의 선거법 개정과정에서 제1야당이 배제돼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정당이라고 주장했다. '위헌 정당' 비판을 받는 미래한국당이 비례연합정당 논의를 자신들과 동일선상에 놓고 비판하는,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꾸짖는 모양새다.

11일 조선일보에는 <"비례당끼리 통합, 최대한 당선시킬 큰판 마련">이라는 제목의 한선교 대표 인터뷰가 실렸다. 조선일보는 한 대표에게 "더불어민주당도 '비례민주당'을 창당하는 수순으로 가는 것 같다"고 질문했다. '비례민주당 창당'이라는 표현은 현재 비례연합정당 논의와는 결이 다르다. 민주당이 미래한국당 모델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독자 창당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보진영 원로와 일부 시민단체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 중인 비례연합정당은 참여의사를 밝힌 각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들이 모여 선거를 치른 후, 자기정당으로 돌아가 정치활동을 이어가는 형태다. 거대양당 과대 대표를 막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본래 취지를 살리자는 것으로 통합당 흡수 목적으로 창당된 미래한국당과는 다르다.

조선일보 3월 11일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 인터뷰 <"비례당끼리 통합, 최대한 당선시킬 큰판 마련">

이 같은 조선일보 질문에 한 대표는 "그야말로 '내로남불'이다. 우리는 범여의 이른바 '4+1'이 제1야당을 배제하고 만든 일방적 선거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민주당이 뒤늦게 비례정당을 만든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총선 후 통합당과의 합당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한 대표는 "태생적으로 미래한국당은 미래통합당에서 나왔다"며 "다시 돌아가는 건 당연하다"고 답했다. 한 대표는 "난 총선 끝나면 21대 국회가 시작하기 직전인 5월 29일 반드시 떠난다"며 "물론 그전에 합당 절차를 완료할 것이다. 나라의 틀을 정상적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국회 제1당부터 되찾아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꼭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국회 패스트트랙 선거법 개정 국면에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이른바 여야 '4+1 협의체'의 논의에 대해 '게임의 규칙'은 전체 합의를 이뤄야 한다며 비판했다. '4+1' 논의 이전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한 자유한국당 포함 여야 5당의 합의서가 도출됐고, 이후 한국당이 합의에 역행하는 안을 내놨음에도 보수언론의 '게임의 규칙' 비판은 지속됐다.

미래한국당 등장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높은 현재,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은 다시 '게임의 규칙' 논리로 미래한국당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비례연합정당 논의에 비판을 가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9일 사설 <여권 '비례 정당' 하겠다면 선거법 야합 사과와 백지화 선언부터>에서 "미래통합당은 선거제 변경을 반대하면서 '만약 강행하면 비례대표용 정당을 만들 것'이라고 누차 경고했다"며 "그럼에도 선거법을 강행 처리한 여권이 미래한국당이 만들어지자 위성 정당, 가짜 정당이라고 맹비난했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4일 사설에서 "민주당의 행보는 제1야당을 배제한 '4+1' 협의체가 밀실에서 만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담은 선거법 개정 야합을 할 때부터 씨앗이 뿌려진 일"이라며 "그런데도 미래한국당을 '위장정당'이라고 비난하며 고발까지 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보다 심한 자기모순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헌법, 정당법 위반 소지가 있는 미래한국당 등록을 허용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각종 질의와 비판이 이어지고, 헌법소원과 정당등록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진행 중이지만 보수언론에서 이 같은 미래한국당 비판은 찾아보기 어렵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의에 친박 핵심인물인 한 대표는 "굉장히 소중한 메시지를 내셨다"며 "정치권이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 '제1야당에 힘을 합쳐주자'는 차원으로 해석한다"고 답했다. 조선일보는 박 전 대통령 탄핵 3주년인 10일 내·외부 칼럼을 통해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사실상 부정하고, 그의 '옥중 정치'를 치켜 세웠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옥중 서신' 관련, 정의당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한편, 동아일보는 이날 기사 <한선교, 미래한국당 비례공천 '마이웨이'… 황교안과 갈등조짐>에서 비례대표 공천을 두고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갈등을 빚고 있으며, 미래한국당 독자 노선 행보로 총선 후 합당 절차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통합당 내부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한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통합당과 한국당은 다른 당"이라며 "선관위가 제시한 비례대표 공천 기준에 맞춰서 공천하겠다"고 말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한국당이 만약 20석 이상 얻어 원내교섭단체가 되면 총선 후 통합당과 합당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했다.

한 대표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찾아가 통합을 제안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와 상의했느냐'는 질문에 한 대표는 "내가 독자적으로 판단해 추진하고 있지만, 황 대표에게도 필요한 일"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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