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최근 정치권에서 다시 포털 서비스사 이슈가 되고 있다. 2018년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한 댓글 조작인 드루킹 사건 이후 포털 뉴스서비스 댓글 사건에 이어 2019년 조국 논란을 거치면서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이하 실검) 논란까지 확대되었다. 알려져 있다시피 드루킹 사건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댓글 조작 사건이다. 조국 논란은 2019년 9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지지자들과 반대자들 사이에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이용한 경쟁이 격화되면서 여론 왜곡이란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런 사건들로 인해 주요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2020년 총선 동안 잠정 중단(네이버), 완전 폐지(카카오)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정치권에서는 또 다른 법적인 규제를 시도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 대다수가 사용하는 포털 뉴스와 여론 관련 서비스의 조작 우려를 지적하며 이른바 ‘실시간검색 조작 금지법’을 준비 중이다. 미래통합당(통합 전 자유한국당)이 중심이 되어 강력하게 도입을 추진 중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지난 1월 여야합의로 제출한 상태이다. 전국을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회에서 논의가 멈춘 상태이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다.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관련 사진

실검 조작 금지법의 주요 내용과 문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인 실시간검색 조작 금지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부당한 목적으로 인터넷 이용자가 단순 반복 작업을 자동화 처리하는 프로그램(매크로)을 활용한 정보통신서비스 조작을 금지하고 있다. 둘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인 포털은 매크로 프로그램에 조작되지 않도록 기술·관리적 조치를 해야 한다. 셋째, 타인의 아이디나 계정 등의 개인정보를 이용한 서비스 조작을 금지한다. 여기에는 처벌조항도 두고 있는데 이용자가 부당한 목적으로 매크로를 이용해 서비스를 조작해선 안 되며 이를 어길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견 실검조작 금지법은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숨어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업자인 포털과 이용자 모두에게 인터넷 표현의 자유와 인터넷 여론 관련 서비스를 침해할 조항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큰 틀에서 이번 실검조작 금지법은 민주주의와 시장의 가치와 질서를 왜곡할 우려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먼저, 민주주의 가치 측면에서 이용자의 표현 자유를 제한할 소지는 매우 크다. 실시간 검색어가 그동안 일부 문제점은 있었지만, 단기간에 사회적 논쟁거리가 되는 사건에 대한 국민적인 여론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여론의 풍향계 역할을 했다. 그리고 지진이나 태풍, 시급한 사건에서 실시간 검색어는 포털 내에서 여론의 형성과 확산이라는 장점도 있다. 그런데 이런 장점은 사라지고 실검조작 금지법이 통과된다면 포털 실검에서 정치적인 단어는 사라질 우려가 있다. 이른바 이용자의 사전검열로 인해 냉각효과(cooling effect)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심각한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둘째, 이용자 관점에서 ’부당한 목적‘의 모호성은 더욱 큰 문제가 있다. ‘부당한 목적’은 매우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기준이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구체적인 사유가 되기 어렵다. 이러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불명확한 기준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명확성과 과잉규제금지의 원칙을 제시한 바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2002년 6월에 ‘불온 통신’에 대한 심판에서 개념의 모호성·추상성·포괄성으로 말미암아 필연적으로 규제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다 함께 규제하게 되어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고 결정한 바가 있다(99헌마480). ‘불온’이라는 표현과 비교한다면 ‘부당한 목적’의 모호성·추상성·포괄성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셋째, 포털사업자로서도 규제 비용과 국내외 해외 사업자 역차별의 문제도 존재한다. 악의적 해킹 또는 바이러스의 역사적 과정을 본다면, 공격 기술이 먼저 만들어지고 방어하는 기술은 그 이후에 만들어진다. 마치 현재 코로나19에 관한 대응과 같이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하면, 치료제와 백신은 나중에 개발되는 것과 같은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피치 못하게 단기간의 피해는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이를 개선하고 극복하는 과정이 기술의 발전이다. 자연발생적인 기술의 진화과정은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은 지나친 정치적 논리에 경도된 규제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이번 실검조작 금지법은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간의 적용에서도 문제가 있어 형평성을 배제한 규제중심주의적 내용을 담고 있다.

넷째, 과도한 댓글이나 실검은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죄 등 현행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데 왜 또 다른 규제를 만드는 가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이미 형법에는 매크로 조작이나 명예훼손과 관련한 법적인 규제를 모두 하고 있다. 이것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적용하여 더욱 강화된 규제를 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법안을 제출한 정치권과 정당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케 할 수밖에 없다.

실검조작 금지법이 만들 미래의 모습

이러한 논란에도 이 법안은 지금 국회를 통과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학계와 사업자단체, 시민사회가 모두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는 법안을 국회에서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만약 실검조작 금지법이 통과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 피해는 모두 이용자인 시민이 보게 될 것이다. 가장 먼저, 이용자들의 표현 자유가 위축될 소지가 강하다. 그리고 이어 강력한 법적 처벌을 피하려고 규모가 적은 인터넷서비스 사업자들은 실검 서비스를 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 2위 포털사인 카카오도 실검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피해는 모두 시민들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실검과 댓글은 좋은 기능이 있다. 다양한 상호작용적인 소통을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통로가 되며, 이는 결국 자연스럽게 인터넷 미디어의 가장 큰 장점이 되었다. 물론 정치적으로 활용되면서 정치적 집단화의 문제점도 있지만, 이는 운영사가 기술적‧정책적으로 보완하면 해결될 문제이다. 그러한 작은 문제점을 부각해 이를 규제하려 한다면 결국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확대한 서비스들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포털에서 문제가 되는 서비스를 하나씩 하나씩 규제한다면 결국 남는 것은 무엇일까? 과거 우리는 한 번 만들어진 잘못된 인터넷 관련 법 규제가 경로 의존적으로 유지되면서 사회적 비용(social cost)이 낭비된다는 점을 ‘인터넷 실명제’와 ‘사이버 모욕죄’ 논란에서 경험한 바가 있다.

기존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와 댓글의 문제점은 이미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시민사회와 포털사업자, 학계의 자율적인 사회‧기술적인 노력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지금은 규제하고 강제하는 법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문제점을 시민사회와 포털사업자,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이 외부가 아닌 내부의 자율규제로 방법을 모색하고 인터넷 생태계의 자유를 지키고 사업자와 이용자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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