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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원 미야와키 사쿠라, 구심점으로서의 아이돌

기사승인 2020.02.28  14: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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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ulture critic] 아이즈원과 케이팝 산업의 주소지

[미디어스=윤광은] 아이즈원의 미야와키 사쿠라는 여성 팬에게 인기가 많다. 트위터에선 미야와키 사쿠라의 얼굴을 프로필 사진으로 걸고 있는 여성 팬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이즈원 자체가 여성 팬이 적은 그룹이 아니다. 팬클럽 가입자와 국내 콘서트 티켓 예매 통계상 대략 성비가 2:8로 나타나지만, 아이즈원의 팬덤이 워낙 크기 때문에 여성 팬의 숫자는 적지 않다. 사쿠라는 그중에서도 여성 팬의 지지가 높은 멤버로 보인다.

사쿠라는 여러 의미에서 갭이 큰 캐릭터다. 사쿠라의 눈은 아주 크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사람들이 모이는 연예계로 한정해도 사쿠라만큼 눈이 큰 사람은 드물 것 같다. 눈이 크기 때문에 메이크업과 헤어 스타일링, 조명과 카메라의 효과를 크게 탄다. 저 요소들이 다 같이 조화를 이뤘을 때 얼굴에서 강렬하고 압도적인 미감이 느껴진다. 반면, 숙소에서와 공항 이동 중 털털한 옷차림에 도수 높은 뿔테 안경을 쓰고 다닐 땐, 두꺼운 렌즈에 큰 눈이 작게 줄어들어 같은 얼굴에 존재하는 갭을 더 크게 벌린다.

사쿠라가 품은 갭은 용모에 머물지 않는다. 무대에서, 화보에서 보여주는 용모와 달리 무대 밖의 사쿠라는 소탈하고 장난기 넘치고 허당스러워 보인다. 단지 예쁘기만 한 사람이 범접하기 힘든 느낌, 내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을 준다면 사쿠라는 훨씬 손에 잡히는 느낌을 준다. 이렇게 팬들이 받는 어떤 릴레이션십을 맺고 있다는 느낌은 사쿠라의 활달한 의사 표현과 분방한 행동으로 두터워진다.

그룹 아이즈원(IZ*ONE) 미야와키 사쿠라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쿠라는 팬들과 소통하는 두 가지 일상적 채널을 갖고 있다. 하나는 팬들에게 메일 형식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아이즈원 프라이빗 메일’이라는 모바일 서비스이고, 하나는 일본에서 활동할 때부터 매주 진행해 온 ‘사쿠노키’(오늘 밤 벚꽃 나무 아래에서)라는 라디오 방송이다. 사쿠라는 이 두 채널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 하루하루의 일과, 멤버들과 겪었던 일, 지금 좋아하는 관심사 같은 신변잡기는 물론, 때로는 팬들에게 품고 있는 생각, 아이돌로서 품고 있는 고민과 같은 내밀한 이야기를 전하기도 한다. 스스로 느끼기에 자신이 무대에서 빛났던 순간, 반응이 좋았던 SNS 사진에 관해 기뻐하며 수다를 떨 때도 있다. 대부분의 케이팝 아이돌은 아이돌 개개인의 사적인 소통 채널은 닫아놓고 그룹의 공식 계정으로 소통한다. 이런 방송을 진행하는 것이나 청취하는 것은 사쿠라는 물론 사쿠라의 팬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이다. 이런 산업적 상황 속에 사쿠라가 이채로운 부분 또한 크고 작은 내면 풍경을 팬들에게 열어 보이는 인격적 표현행위다.

사쿠라의 별명 ‘걸꾸라쉬’가 그렇다. 걸크러쉬는 강하고 스타일리시한 여성상을 뜻하는 아이돌 콘셉트인데, 저 별명은 사쿠라가 걸크러쉬를 잘 소화하거나 거기 어울리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붙은 별명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이미지와는 멀리 떨어져 있고 강한 콘셉트를 소화하기엔 서툰 모습도 보이지만, 그런 콘셉트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꾸준히 의욕을 피력하며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가리키는 별명이다. 여기서 눈에 띄는 건 ‘꾸라’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사쿠라의 소탈한 모습과 걸크러쉬라는 콘셉트 사이의 갭이고, 자신이 동경하는 콘셉트를 해내고 싶다고 시시콜콜한 욕심을 부리는 곰 살 맞은 주체성이다. 어쩌면 이런 부분이 일본 아이돌로 오랫동안 활동하다 한국에서 데뷔하게 된 케이팝 아이돌 사쿠라의 여정을 요약해주는 힌트일지 모른다.

새로운 환경에 도착해 전에 해보지 못한 힘 있고 멋있는 콘셉트에 도전하려 한다. 그 콘셉트와 자신의 이미지 사이엔 ’갭‘이 있으므로 바람은 완전히 충족될 순 없지만, 어떤 모습의 내가 되고 싶다는 ’지향성‘이 발휘된다. 이런 면모가 데뷔 10년 차 아이돌 미야와키 사쿠라의 모험을 여전한 현재 진행형으로 만들고, 사랑스럽고 활기 어린 성장 서사를 이루어준다. 음악과 퍼포먼스, 비주얼의 정형화된 콘셉트로 통하는 걸크러쉬가 사쿠라에겐 아이돌로서의 캐릭터와 인격적 자기표현을 구성하는 서사적 요소가 되는 것이다. 이런 내러티브가 있기에, 사쿠라가 작년 4월 단독 콘서트에서 긴 생머리를 붙이고 등장해 성숙한 무드의 댄스곡 ‘AYAYAYA‘를 훌륭하게 연행해냈을 때 팬들이 놀라움과 대견함을 느꼈을 것 같다. 

사쿠라가 지닌 퍼포머로서의 재능 또한 표현력에 있다. 노래 분위기에 따라 표정 연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밝고 흥겨운 노래에선 앙증맞은 제스처로 눈웃음을 짓고, 박자감이 강한 노래에선 웃음기를 싹 지우고 눈빛이 강렬해진다. 노래 구간 구간의 멜로디와 박자감, 노랫말에 따라 표현 방식이 달라지는 것도 물론이다. ’걸꾸라쉬‘란 별명과 관계없이, 실은 그에겐 어떤 무대든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이 준비돼 있었고 일취월장한 춤 솜씨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이런 모습 또한 팬들에게 사쿠라가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응원하게 하는 내러티브다.

사쿠라는 이따금 마치 소년 만화의 주인공처럼 보이기도 한다. 개구쟁이처럼 좌충우돌하는 모습, 장난꾸러기 같은 활달한 모습, 무엇보다 아이돌로서 어떤 지향점을 품고 있고 그것을 말하기를 망설이지 않는 모습이 그렇다. 사쿠라의 팬들은 팔색조 같은 일면들에 매력을 느끼고, 인격적 친근함에 젖으며, 사쿠라가 품은 지향을 공유하게 된다. 그곳까지 그를 데려가고 싶다는 마음 혹은 그를 따라가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이를테면, 팬덤이 아이돌의 서포터를 자원하는 것은 물론 아이돌이 팬들에게 어떤 구심점으로서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점들이 사쿠라와 팬들을 묶어주는 유대감의 열쇠고리인 것 같다. 아이즈원 활동 공백기 동안 트위터에는 “우리는 사쿠라와 함께 앞으로 나아간다”라는 해시태그가 게시됐었다. 보통의 팬덤이 그룹을 응원하기 위해 쓰는 해시태그에는 그룹을 지켜주겠다거나 그룹을 격려하는 문장이 들어갈 것이다. 반면, 이 문장에서 미야와키 사쿠라라는 이름은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추동하는 구심점의 자리에 들어가 있다. 팬들이 사쿠라에게 느끼는 지지자로서의 마음, 운명 공동체로서의 심리가 잘 녹아있다.

걸그룹 아이즈원 [오프더레코드 제공]

이건 사쿠라가 속한 아이즈원이란 그룹의 특수성과도 연결된다. 아이즈원은 지난주 컴백 이후 일주일 간 앨범 35만 장을 팔았다. 기존 걸그룹 초동 음반판매 기록을 두 배 이상 경신한 수치다. 오랜 공백기에도 팬덤이 흩어지지 않고 이토록 결속해 있던 건 아이돌과의 긴밀한 유대감이 없다면 상상하기 힘들다. 데뷔 이래 아이즈원의 활동 노선은 무대 위와 아래를 아우르며 팬덤과의 유대감에 특화된 채 응집성을 유지해왔다. 걸그룹이 취할 수 있는 음악에는 무정형의 대상을 향한 사랑 노래나 자신의 당당함을 과시하는 ‘걸크러쉬’ 등이 있을 것 같다. 아이즈원의 노래는 기본적으로 무대 위에서 피어나는 자신을 느끼는 순간을 표현한다. 그러면서 사랑 노래의 전형성에서 벗어나 있거나, 사랑 노래의 문법을 취하는 순간에도 그 암묵적인 대상이 팬덤이다. 무대 위의 ‘내’가 있고, 나를 지켜보는 ‘너’를 2인칭으로 호명하며, '네'가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노래한다. 너와 나, 1인칭과 2인칭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아이돌과 팬덤의 공동체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아이즈원과 미야와키 사쿠라는 아이돌 굿즈 판매가 주된 수익원이 되고 그걸 팬덤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캐릭터 산업-팬덤 산업이 된 케이팝 산업에서, 팬덤과 아이돌이 어떻게 동반자가 되어 가는지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윤광은 https://brunch.co.kr/@mcwanna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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