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전광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은 최근 대구광역시 동구갑에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공천을 신청했다. 현직 방송·통신 규제기관 상임위원이 ‘정치 활동’에 뛰어든 셈인데, 이를 처벌하거나 막을 규정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통심의위는 ‘국가행정기관’으로 정치적 중립 의무를 갖는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방통심의위를 “공권력 행사의 주체인 국가행정기관”(전원재판부 2011헌가13)이라고 규정했다.

사진=전광삼 상임위원 20대 국회의원선거 공보물

전광삼 상임위원은 논란을 예상한 듯 비공개로 공천을 신청했다. 하지만 20일 방통심의위 통신심의소위원회 위원들은 “공천 신청을 정치 활동으로 볼 수 있다. 위원회는 공신력이 중요하다(김재영 위원)”, “방송통신위원회의 어떤 분(고삼석 전 상임위원)은 사퇴하고 공천과정에 뛰어들었는데, 그런 절차에 대한 고려 없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공천에 임했나(강진숙 위원)”라고 지적했다. 방통심의위 노동조합은 “전광삼 상임위원을 심의위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전광삼 상임위원을 법적으로 제재하거나 공천 신청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방통심의위는 형식상 민간기구로 분류되기 때문에 ‘공직 사퇴 시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에 ‘정당의 당원’을 심의위원 결격 사유로 규정했지만, 전광삼 상임위원은 당원 가입을 하지 않은 상태다. 전광삼 상임위원은 당비를 직접 납부하지 않고 별도 계좌에 예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활동’에 대한 기준도 논란이다. 방통위 설치법은 겸직금지 조항에서 “위원은 정치 활동에 관여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전광삼 상임위원은 공천 신청이 ‘정치 활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광삼 상임위원은 20일 통신소위에서 “‘공천 신청이 정치 활동이 아니냐’는 입장이 있지만 이는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라면서 “입장에 따라 달리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치 활동’ 여부를 판단할 기준-주체가 없는 상황이다. 방통위 설치법은 위원 결격 사유에 관한 판단 주체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민간독립기구라는 특성에 따라 방통위나 정부가 ‘정치 활동’을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통심의위 법무팀은 ‘공천 신청을 정치 활동으로 볼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법률 검토 결과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상현 방통심의위 위원장은 현재까지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이론의 여지 없이 공천 신청은 정치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찬 사무처장은 “공천 신청했다는 건 특정 정당에 당원으로 가입해 정치 활동을 하겠다는 의사 표명”이라면서 “단순히 형식을 따지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부적절한 행위다. 사전에 위원직을 정리하고 공천 신청을 해도 문제인데 현직 위원이 이런 행위를 한 건 법의 작은 구멍을 활용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김동찬 사무처장은 법 개정을 주문했다. 김동찬 사무처장은 “이런 것까지 법적으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딜레마이지만 제도적 방법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방통심의위 위원이 공직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선 수개월 전에 사퇴하고 문제가 된 위원 추천 정당에 보궐 추천 권한을 박탈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동찬 사무처장은 “결국 방통심의위의 추천 권한 문제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양식 없고 특정 정치권에 우호적인 인사가 방통심의위를 정치권 진출 발판으로 삼는다면 ‘정치 심의’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정당 추천 권한을 없애거나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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