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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만이 가능한 장르, 드라마 ‘하이에나’에 깃든 의문부호

기사승인 2020.02.23  23:5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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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스=이정희] 시작은 매우 로맨틱했다. 법무법인 송&김의, 반골기질 가득한 파트너 변호사 윤희재(주지훈 분)는 늦은 밤 들르던 빨래방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을 원서로 읽고 있는 미모의 한 여인에 관심을 두게 된다. 매일 밤 자신이 가는 그 시간이면 책을 읽고 있던 그녀가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자 궁금증은 커져만 간다. 그러던 중 윤희재는 동창회에 나타난 그녀에게 다짜고짜 함께 나갈 것을 청하고, 그의 무례한 청에 기꺼이 동행한 이후부터 그녀와 그의 '로맨틱'한 시간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건 김희선이라던, 사실은 정금자(김혜수 분)의 '작전'의 일부였다. 정금자가 대표 변호사인 법률사무소 충은 이슘 홀딩스 대표 하찬호의 이혼소송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윤희재에게 접근하는 전략을 세웠고, 그 계획은 적중했다. 덕분에 윤희재의 집에서 이슘 홀딩스 하찬호의 정신과 진료기록을 빼낸 정금자 변호사는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던 이혼소송을 '승기'로 이끌었다. 

정금자, 그녀는 누구인가? 

SBS 새 금토드라마 <하이에나>

<하이에나>는 재판에서 승리를 위해서라면, 그리고 돈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변호사 정금자의 캐릭터를 그렇게 소개한다. 아프리카 야생의 들판, 상대적으로 작은 몸집과 공격력에도 살아남기 위해 기꺼이 다른 동물이 남긴 썩은 고기를 먹고 사는 방식을 택한 동물 하이에나처럼 말이다. 돈이 없어 대학을 가지 못하고 변호사 자격증을 딴 그녀. 로망은 으리으리한 건물이지만 현실은 허름한 사무실 한 칸인 정금자는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기꺼이 윤희재를 속인다. 재판에 져서 이를 가는 하찬호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며, 불러만 주신다면 그 어떤 일이라도 해결해 드리겠다며 '여러분'을 불러 젖히는 배포를 가진 정금자. 

하지만 그건 '아수라 백작' 같은 정금자의 한 면일 뿐이다. 자신의 변호로 인해 감옥에서 나왔지만 외려 정금자를 협박하던 의뢰인에게, 외려 당장 해외로 떠나지 않으면 다시 감옥에 갈 수도 있다고 반격을 가한다. 하지만 그는 귀갓길의 정금자에게 칼을 들이밀고야 만다. 이에 정금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단 한 번에 성공해야 해'라며 침착하게 대꾸한다. 그러면서, '아니면 내 목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네 모든 살점이 처참하게 물어뜯길 테니까'라고 덧붙인다. 그리고 자신에게 칼을 들이대고 거칠게 주먹을 날린 그를 '하이에나'처럼 물어뜯으며 반격을 가하고 그가 피를 철철 흘리며 나가떨어지게 만든다. 

SBS 새 금토드라마 <하이에나>

빨래방에서 책을 읽던 지적인 분위기의 여인, 연인과의 로맨틱한 분위기를 한껏 달아오르게 만드는 섹시한 여인. 그런가 하면 빨간 운동복을 입고 좌중을 휘어잡으며 '여러분'을 불러 젖히다 자신을 적으로 여겨 으르렁거리거나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읍소도 마다하지 않는, 마치 자신을 무시하는 자들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가는 장량 같은 배포의 직업인. 그리고 자신이 필요한 현장에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사건을 해결하는 예리하고 발 빠른 변호사. 

일찍이 2013년 <직장의 신>에서 빨간 내복도 마다하지 않으며 만능 해결사의 면모를 보였던 김혜수가 ‘김혜수여야 가능한’, 걸크러시라는 단어로는 설명이 부족한, 예의 '만능 치트키' 같은 캐릭터 정금자로 돌아왔다. <하이에나> 1, 2회는 바로 그런 김혜수에 의한 ‘정금자의 원맨쇼 한 판’이었다. 나이가 무색하게, 여전히 김혜수만이 가능한 ‘장르’를 온몸을 불사르며 설득해 낸다. 

법정 판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SBS 새 금토드라마 <하이에나>

오랜 외유를 마치고 돌아온 장태유 피디가 선택한 작품 <하이에나>는 <직장의 신>처럼 다양한 캐릭터의 향연을 보여줄 김혜수를 앞세워, 승소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대대로 판사 집안, 서울대 수석 입학에 재학 중 사시 합격에 연수원 수석 졸업, 그래서 자신의 직장 송&김 그 누구에게조차 굽신거리지 않는 콧대 높은 윤희재는 그렇게 김희선, 아니 정금자에게 보기 좋게 사랑에 속고, 재판에 지는 도발을 당하면서 한껏 '전투의지'를 불태우게 된다. 

그렇게 한때 연인인 줄 알았다가 이제 적이 된 두 사람은 이슘 홀딩스 이혼 재판에서 정금자가 1승을 거두고, 이제 다시 그의 숨겨진 내연녀를 둘러싸고 다시 한번 전투에 참전하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의 엎치락뒤치락하는 접전이 <하이에나>의 주된 볼거리가 될 예정이다. 

그런데 10.3%로 전작 <스토브리그>의 시청률을 무난하게 이어받았던 <하이에나>는 2회에 들어서 9.0%로 하향곡선을 보이기 시작한다. 김혜수, 주지훈에 장태유라는 완벽한 조합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그 조합의 어울림에 종종 의문부호가 들기 때문 아니었을까?

SBS 새 금토드라마 <하이에나>

첫 회 윤희재를 속여 넘기는 정금자 변호사의 계략. 그의 눈앞에서 그를 사랑에 빠지게 하고, 그의 집에서 서류를 빼돌려 재판에서 승소하는 과정은 아이러니하게도 정금자가 '여성'이어서 넘어갈 수 있는 장면이 아니었을까? 만약 반대로 그걸 윤희재가 했었다면? 그와 함께 이제는 클리셰라기에도 뻔한 약물, 이혼 등 재벌가의 부도덕 사건이 두 사람의 주된 전투의 소재가 된 것도 <하이에나>라는 드라마를 진부하게 느끼게 하는 설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윤희재 정도의 변호사가 매일 밤 빨래방을 드나들다 그곳에서 만난 묘령의 여인에게 대번에 '폴 인 러브'했다는 전제조건이 부실하다. 이들의 사랑이 부실하게 시작되다 보니, 2회까지 전개 내내 윤희재 정도의 인물이 그토록 정금자에게 집착하는 상황이 어설퍼 보인다. 집착남과 능력녀 설정을 위한 '작위적'인 전개가 아닐까. 

드라마는 가공의 이야기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그럴듯하게 볼 수 있도록 가공의 공정이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하이에나>는 이미 만화보다 더 만화 같은 ‘만능 캐릭터’ 정금자가 이끄는 드라마이다. 그럴수록 정금자가 이끌고 가는 사건은 보다 ‘현실적’이어야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집중할 수 있다. 현실에서 불가능할 것 같은 미스 김의 이야기 <직장의 신>이 성공했던 요인이며, <하이에나>가 고민해 봐야 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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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가 이정희 5252-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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