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고 이재학 CJB 청주방송 PD의 사망에 대해 “고용노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특별 근로감독 및 비정규직 사용실태를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용우 방송계 갑질 119 변호사는 “청주방송이 재판 과정에서 각종 자료를 은폐했다”면서 “회사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이재학 PD는 2018년 4월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CJB 청주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 통보를 받았다. 이재학 PD의 한 달 급여는 120만 원~160만 원 수준이었다. 이 PD는 2018년 9월 CJB를 상대로 청주지방법원에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냈지만 지난달 22일 패소했다. 이 PD는 4일 저녁 8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고 이재학 PD 유족·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방송계갑질119·희망연대노동조합 등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 이재학PD 유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미디어스)

추혜선 정의당 의원·고 이재학 PD 유족·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방송계갑질119·희망연대노동조합 등은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고 이재학PD 유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용우 방송계 갑질 119 변호사는 청주방송이 이재학 PD 관련 증거를 은폐했다고 제기했다. 이용우 변호사는 “소송 과정에서 많은 문제 있었다”면서 “소송 전 회사는 고인의 노동자성을 확인하는 법률검토를 마쳤다. 그런데 사측은 재판 과정에서 ‘그런 자료가 없다’고 했고 재판부는 그냥 넘어갔다”고 밝혔다.

이용우 변호사는 “회사는 고인의 동료에게 회유와 협박을 하고 위증을 했다"며 "고인은 법원에서 권리를 찾지 못했고 회사는 진실을 은폐·묵과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용우 변호사는 “청주방송은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노무법인 법률검토 자료 요구에 답을 하지 않았다”면서 “청주방송이 진실을 은폐하려 하는 것을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정부가 나서 방송계 프리랜서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방송계가 누구보다 앞장서 사회 정의를 말하지만 정작 그 내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견고한 갑을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이재학 PD는 포기하지 않고 소송을 제기하며 싸웠다”고 밝혔다.

추혜선 의원은 “하지만 청주방송은 이재학 PD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진술서를 작성한 비정규직 동료들이 재판에 출석할 수 없도록 압박하며 진실을 은폐했다”면서 “고인을 해고하기 전 회사가 받은 노무 컨설팅에선 이재학 PD를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음에도 청주방송이 이를 묵살했다는 증언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추혜선 의원은 “청주방송은 지금도 억울함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면서 “청주방송은 유족들과 진지한 대화나 협의 없이 ‘청주방송 임직원 일동’이라는 명의로 어정쩡한 입장문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고인에 대한 사과도 없는 입장문이며, 반성이라고는 없는 면피를 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추혜선 의원은 정부 기관의 대처를 요구했다. 추혜선 의원은 “노동부와 방통위는 방송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면서 “특별 근로감독, 비정규직 사용 실태조사 등 주어진 권한을 모두 사용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추혜선 의원, 이대로 씨, 수어통역사 (사진=미디어스)

이재학 PD의 동생 이대로 씨는 “방송과 언론은 다른 분야의 직업보다 더 근본적인 윤리를 갖춰야 한다”면서 “입으로는 정의와 평등을 부르짖던 방송국의 내부가 부정부패로 가득하다는 걸 알게 됐다. 청주방송이 겁도 없이 행해온 수많은 불법행위와 비상식적인 직원 운영 행태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대로 씨는 “청주방송은 형에 대한 명예회복과 사과, 가해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면서 “방통위와 노동부, 국회와 정부는 우리 형 같은 피해가 없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밝혔다. 고 이재학 PD 유족 측과 시민사회단체는 진상규명, 향후 대책 마련을 위해 공동조사단을 꾸리기로 했다.

한편 CJB 청주방송은 7일 ‘임직원 일동’ 명의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청주방송은 “고 이재학 피디에게 머리 숙여 명복을 빕니다”라면서 “가족을 잃은 유족에게도 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저희는 많은 분들이 기대하는 방송사의 역할에 부응하지 못했다. 함께 일하는 이들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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