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한겨레신문의 ‘윤석열 별장 접대 의혹’ 보도에 대해 양상우 현 사장과 김종구 편집인이 상반된 입장을 내놓았다. 해당 보도에 대해 사장과 편집인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오는 13일 한겨레 차기 사장 선거를 앞두고 사장 후보자로 나선 두 사람은 선거 홍보물을 통해 한겨레 보도를 둘러싸고 불거진 논란들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종구 편집인은 ‘윤석열 검찰총장 별장 접대 의혹’ 보도에 대해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다”며 “그냥 무리해서라도 막았어야 했는데 후회가 막급하다”고 밝혔다.

김 편집인은 <한겨레21>에서 '윤석열 별장 접대 의혹' 기사 초고를 처음 봤을 때 ‘몹시 위험하다’고 본능적으로 직감해, 기자에게 추가 취재를 덧붙여 다음 호에 쓰는 게 좋겠다고 말렸다고 했다. 그러나 최종 판단은 편집국장의 몫으로 기사가 출고됐고, 편집인 자신은 앞서 2017년 논란이 됐던 ‘한겨레21 편집권 침해 사태’의 트라우마로 망설였다고 밝혔다.

2019년 10월 11일 한겨레 <[단독]“윤석열도 별장에서 수차례 접대” 검찰, ‘윤중천 진술’ 덮었다>보도

반면 양상우 현 사장은 ‘윤석열 접대 의혹’ 보도를 신뢰한다는 입장이다. 양 사장은 “윤석열과 윤중천 관계에 대한 의혹이 있음에도 검찰이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보도 내용은 틀림이 없다고 본다”며 “의혹 제기는 유효하며 가볍지 않은 특종 보도”라고 했다. 이어 “윤 총장이 기자들을 고소한 만큼, 사장은 기자들을 보호하고 믿어야 할 의무도 있다”며 “후속 보도까지 계획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사과할 내용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보도는 한겨레가 추구해야 하는 뉴스 품질 수준에 비춰선 부족했다고 평했다. 기사 마감일 오후 4시 편집국장으로부터 기사 내용을 짤막한 메모 형태로 보고 받았고, 반론을 '최대한' 싣고, 취재가 부족하면 발행일을 미루라고 말했지만 기사가 출고됐다고 설명했다. 양 사장은 “저에게는 보도를 막을 권한 자체가 없으며 편집·출판 두 국장이 보도를 승인하면 보도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두 후보자 모두 ‘윤석열 접대 의혹' 후속 보도가 나온 뒤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한겨레는 '윤석열 접대 의혹' 후속보도를 준비 중이다. 양상우 사장은 “첫 보도 이상의 파장이 일 수도 있는 후속 보도를 통해 첫 보도의 부족함을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제기된 의혹을 해소해야 하는 책무가 ‘한겨레’와 언론에 있다”고 말했다.

김 편집인은 사장 선거가 끝난 뒤 현 편집국장 임기가 끝나기 전에 이 사태를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후속 보도 이후 조사위원회를 설치해 기사의 취재 경위와 보도 과정을 자세히 복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편집인은 논란이 된 직후 이뤄졌어야 할 보도 경위 조사, 공개적인 입장표명,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 묻기 등 후속 조처가 미뤄진 이유에 대해 “핵심 독자층의 반응을 우려해서”라고 했다. 후속 조치를 하게 되면 독자와 윤 총장에 대한 사과가 포함될 수밖에 없고, 윤 총장에 대한 깊은 반감을 갖고 검찰 개혁을 외쳐온 독자들의 대형 구독중지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한겨레는 <단독/“윤석열도 별장에서 수차례 접대” 검찰, ‘윤중천 진술’ 덮었다> 보도에서 “(윤중천이 윤석열에게 접대했다는 증언이 담긴) 과거사위 조사를 넘겨받은 검찰이 수사는 고사하고 내부 감찰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썼다. 이에 윤석열 검찰총장은 한겨레와 한겨레 취재기자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사진=한겨레 제공)

이 밖에 두 사람은 한겨레의 조국 관련 보도를 두고 아쉽다고 평가했다. 김종구 편집인은 “조국 보도에서 우리가 실패한 건 총체적 역량 부족의 결과”라며 “초반부터 망설이고 주저하다가 흐름을 놓치고 만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단 지면에 넉넉하게 조국 관련 보도를 펼치는 게 우선이라고 편집국장에게 조언했지만 현실로 구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편집인은 “조국 보도 실패는 기사를 써서 실패한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쓰지 않아서 실패했다”고 잘라 말했다.

양상우 사장은 “조국 사태가 최대 이슈로 처음 비화한 건 논문 제1저자 등재와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 수령이 잇따라 보도된 때”라며 “위법성이나 처벌의 수준과는 별개로 국민적 반감을 사는 심각한 사안이니 취재인력을 증강하고 최대한 자세히 보도해 보도량을 늘려달라”고 말했지만 그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양 사장은 “조국 관련 보도 방향이나 내용만 놓고 보면 아쉽다”며 “조국 일가의 위선적 행위에 대해서는 냉정하고 비판적 시선을, 실정법 위반과 관련해서는 과잉 수사의 문제점에 대해 더욱 명징한 지적을 해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표이사로서 보도 개입으로 비칠까 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겨레 내부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비롯해 한겨레 ‘신뢰도 회복’ 문제에 책임이 있는 사장과 편집인이 동시에 새 사장 후보 출마 의사를 밝히자 사내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양 사장은 “제가 입후보하겠다고 밝힌 자리에 편집인도 출마하겠다고 갑자기 발표했고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대표이사의 책임은 회사의 모든 문제에 있고 매일 대편집회의를 주관하는 편집인은 한겨레가 보도하는 개별 기사와 논조의 최종 책임자로, 대표이사와 편집인 모두 각각 주어진 권한과 책임에 따라 공과 과에 대해 평가받고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편집인은 “신문이 만신창이가 된 점에 대해 편집인으로서 매우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지금의 상황은 역설적으로 신문 만들기에 대한 식견과 철학이 대표이사 자격에 얼마나 결정적인지 잘 보여준다. 내게 편집국장 지명권과 최종 인사권이 있었으면 어떤 신문이 됐을까 전혀 다른 신문이 됐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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