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최대주주인 태영건설의 지주회사 체제전환에 우려를 나타냈다.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지배구조 변동 과정에 SBS가 활용되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SBS본부는 2008년 지주회사 체제인 ‘SBS미디어홀딩스’로 전환한 뒤 수년째 ‘소유-경영 분리’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태영건설은 22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인적분할하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고 공시했다. 태영건설은 경영 전문성과 투명성을 증대하기 위해서 내린 결정이라며 ‘TY홀딩스(가칭)’를 지주회사로 신설한다고 밝혔다. 분할 예정일은 6월 30일이다.

SBS본사(사진=연합뉴스)

SBS본부는 23일 노보를 통해 “과거 SBS 미디어홀딩스를 설립할 때 방송과 투자사업 부문을 나눴던 것처럼, 태영건설을 건설과 투자부문으로 나눈 뒤 TY홀딩스라는 지주회사를 만들어 지배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SBS본부는 TY홀딩스 설립을 SBS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 보고 우려를 표했다. 지주회사 SBS미디어홀딩스 체제가 SBS의 성장동력을 파괴하는 틀로 악용됐던 것처럼 태영홀딩스 체제 역시 이와 같을 것이란 주장이다.

SBS본부는 “윤석민 회장의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내린 결정으로 본다"며 “윤 회장의 개인 지배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SBS본부는 “이 과정에서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SBS의 미래 성장 가능성과 사업기회, 방송 독립성과 자율성, 소유 경영 분리에 대한 대국민 약속이 모두 뿌리째 뽑혀 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SBS본부는 'SBS 매각설'을 꺼내들었다. 2019년 기준 8조3천억 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태영그룹이 자산규모 10조를 넘게 되면 SBS의 지배주주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방송법상 자산규모 10조를 넘게 되면 해당 기업집단은 지상파 지분을 10%이상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SBS본부는 "여러 언론들을 통해 매각이나 지상파 포기설이 떠도는 것이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는 아니다"며 "지난해에도 윤석민 회장 측이 SBS 매각을 검토했던 전례가 있었다"고 했다.

SBS본부는 윤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SBS를 활용하려는 변화에 단호히 반대할 것이며 지배구조 변동의 과정속에서 SBS의 경쟁력과 미래 생존을 위협하는 변화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맞서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노보에 따르면, 사장 임명동의 제도 개선안은 노사간에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SBS본부는 ‘2019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과정에서 임명동의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 단협에 반영하자고 요구했지만 사측이 일절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조가 제시한 사장 임명동의 제도 개선안은 ‘재적 60% 반대 시 임명 철회’를 ‘재적 40%이상 찬성 방식의 동의 투표’로 바꾸는 것과, 투표 결과 전면 공개, 후보자 정책토론회 의무화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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