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올해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등 방송 관련 규제가 완화될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미디어 융합 환경에 따라 올해 낡은 방송규제를 대폭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방통위는 16일 <2020년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16일 발표했다. 방통위는 '활력있는 방송통신, 신뢰받는 미디어'를 정책 슬로건으로 내걸고 '규제혁신', '방송 공공성 강화', '이용자 권익증진' 등의 키워드를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서울정부청사에서 2020년도 방통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방송통신위원회)

■ "낡은 방송규제 대폭 개선하겠다"

우선 방통위는 '활력있는 방송통신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며 규제혁신을 시사했다. 방통위는 올해 하반기까지 방송규제를 대폭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으로 매체 간 규제형평성 제고를 위해 중간광고, 가상광고, 간접광고 등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차별적 광고규제를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지상파는 중간광고가 금지돼 있지만 유료방송은 허용돼 있고, 지상파는 가상간접광고가 전체 프로그램 시간의 5%로 제한돼있는 반면 유료방송은 7%로 제한돼 있다.

방통위는 2018년 말 지상파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방송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하고 지난해 상반기 중 의결을 거쳐 시행하려 했지만 관련 부처 간 의견교환과 추가검토 필요성 등의 이유로 의결을 미뤄왔다. 지상파 3사는 지상과제로 중간광고 도입 등 차별적 규제해소를 방통위에 촉구해왔다. 반면 언론시민사회에서는 방통위가 사회적 의견수렴과정 없이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을 밀어붙인다고 비판한다.

방송통신 융합매체의 대표격인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 대해서는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에 따라 새로운 규제체계를 중장기적으로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방통위는 지난해 4월부터 '방송제도개선 추진반'을 운영해 같은해 11월 그 결과를 발표하고 의견수렴에 나섰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OTT에 대한 규제방향은 ▲금지행위 및 분쟁조정 ▲자료제출 의무화 ▲내용규제 등이다. 방통위는 "OTT 등 신융합서비스에 대해 최소한의 규제를 하고 이융자 중심으로 미디어 개념을 정의해 디지털 미디어 산업 활성화를 제고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해외 OTT 사업자에 대한 규제 실효성 담보가 쟁점으로 부상해 있다. 국내·외 사업자 간 규제 형평성 문제와 더불어 이용자 권익 증진을 위한 정책을 위해서라도 해외 사업자를 포함한 규제 집행력을 행정부가 보일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방통위는 올해 계획에서 국내·외 규제형평성 제고를 위해 ▲해외 사업자 국내 대리인제 시행 점검 ▲주요 해외사업자 '이용자 보호업무 평가' 실시(10월) ▲개인정보 침해·이용자 피해 조사 등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방통위는 권역별 상호겸영규제 개선, 방송기술결합 심사 완화 방안을 마련하고, 협찬고지 허용범위 확대,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업무영역 확대 등 방송광고 판매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미디어렙 업무영역의 경우 온라인을 통한 방송콘텐츠 광고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방통위는 2017년 도입된 지상파 UHD 서비스에 대해서는 "활성화를 위해 방송사 경영상황, 해외현황 등 환경변화를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방통위는 오는 7월 'UHD방송활성화 특별위원회'를 운영해 콘텐츠 제작 활성화, 의무편성비율 현실화, 유료방송 플랫폼으로의 재송신 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방통위 국정감사에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목표 달성이 미흡한 지상파 UHD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한다고 비판했다. 변 의원이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지상파3사 UHD 방송 편성비율은 KBS1 13.7%, KBS2 11.4%, MBC 10.5%, SBS 12.7%다. 지상파는 2027년까지 UHD 방송을 100% 편성·송출해야 한다.

지상파3사는 UHD 시설투자 이행률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말 기준으로 지상파3사는 UHD 시설투자 계획 대비 20%의 실적을 보였다. 지상파 3사가 방통위에 제출한 2018년 UHD 시설투자 계획은 530억원이었으나 실제 투자는 106억원에 그쳤다. UHD TV로 지상파를 직접수신하는 가구비율도 매우 저조할 것으로 추정된다. 방통위 '2018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UHD TV 보유가구는 9.5%, 지상파 TV 직접수신 가구는 4.2%다.

방송통신위원회 2020년도 주요업무계획 인포그래픽

방송통신시장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방송시장 조사실효성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유료방송사에 대한 현장조사권을 도입하고, 방송시장에서 발생하는 자사가입자 방송차단, 해상도 저하 행위 등의 신유형 불공정행위를 금지행위에 추가한다.

또 방통위는 지난해 제정한 '외주제작 거래 가이드라인'을 방송사들이 준수하도록 재허가·재승인 조건을 부가하고, 표준계약서 활용률이 높아질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고 했다.

■ 재허가·재승인 심사, 유료방송 M&A 사전동의 등 심사현안 "공적책임 강화할 것"

'신뢰받는 방송환경 조성' 방안에는 방송의 공적책임 강화, 국민참여 확대, 재난방송 신뢰성 강화 등이 제시됐다.

방통위는 올해 예정된 방송사업자 재허가·재승인 심사를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는 3월 YTN·연합뉴스TV 시작으로 4월 TV조선·채널A, 11월 JTBC·MBN, 12월 지상파 등이 심사를 앞두고 있다.

방통위는 유료방송 인수합병(M&A) 사전동의 시에 지역성을 중점으로 심사하고, 지역방송 콘텐츠 제작을 지원해 지역성과 다양성을 구현하는 지역미디어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최근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M&A 사전동의 심사에 착수, 지역성과 고용안정 문제 등을 주요하게 심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역방송 지원의 경우 올해 총액은 40억원으로 이는 지역방송사 1곳당 1억원 정도를 지원하는 것이어서 지역방송사가 납부한 방발기금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아동·청소년 출연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표준 가이드라인도 제정된다. 가이드라인 주요 내용은 아동출연자의 근로기준, 신체접촉 및 욕설 등 부적절한 언어사용 금지 등이다. 지난해 말 EBS '보니하니' 유튜브 방송에서 발생한 청소년 출연자 폭행·성희롱 논란은 아동·청소년 출연자 보호 규정의 필요성을 환기시켰다.

방통위는 국민참여 확대 방안으로 KBS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 구성 시 국민참여를 절차적으로 보장하는 방안과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 시 국민 의견청취제도 도입을 제시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말 재허가·재승인 심사 투명성 제고를 위해 '국민이 묻는다' 제도를 신설해 올해부터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상임위원 논의 과정에서는 유튜브 생중계 방안까지 검토되었으나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재난방송 신뢰성 강화 방안은 수어·영어자막 등 재난취약계층을 위한 재난방송 확대와 재난주관방송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재허가·재승인 심사에서도 재난방송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강원도 고성 산불 당시 재난주관방송사 KBS를 비롯한 여타 방송사들의 재난방송은 취약계층을 재난방송에 소홀하고, 재난상황 중계에 급급해 사회적 비판에 직면했다.

■ 불법유해정보, 관계부처 합동 적극 대처… 허위조작정보 원칙 '정부는 개입하지 않는다'

'이용자 권익 증진' 방안에는 불법유해정보에 대한 적극 대응이 우선 꼽혔다. 방통위는 1월부터 디지털성범죄 영상물에 대해 여성가족부·경찰청·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과 협조체계를 구축해 24시간 내 심의를 통해 삭제·차단하고, 공동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해 웹하드사업자 필터링에 적용한다.

허위조작정보 확산 방지책으로는 민간 자율 팩트체크 활성화를 지원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방통위는 '정부는 지원하되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인공지능시대 이용자 정책 수립을 위한 '지능정보사회 정책센터'가 1월부터 운영된다. 센터는 지능정보사회 관련 종합적 이용자 보호체계를 마련하고, 민관 협의체 구축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시청자 주권 강화 방안으로는 시청자 권리선언문 제정과 '시청자의 날' 제정, 시청자 권익보호 전담기구 설치를 오는 9월 시행한다. 방송통신교육 강화 방안은 시청자미디어센터 구축 확대와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확대가 주된 내용이다.

방송통신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장애인 TV 접근권 제고를 위해 시·청각장애인용 TV 1만5000대를 보급, 저소득층 누적보급률을 올해 90%, 내년엔 100%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음성을 자막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개발해 7월부터 보도분야에 시범운영하고, 시·청각장애인용 지상파 VOD 인터넷 서비스 확대를 위해 올 하반기 7억원을 지원한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올해 정부에서 추진하는 ‘포용’, ‘혁신’, ‘공정’의 핵심가치를 방송통신 분야에서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실현하여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방송통신 산업이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며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와의 협력을 통해 디지털미디어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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