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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서 ‘기생충’이 쓴 새 역사, ‘부재의 기억’이 쓴 아픈 기록

기사승인 2020.01.15  14: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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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2회 아카데미, <기생충> 아카데미 6개 부문… 세월호 다룬 <부재의 기억> 단편 다큐 후보에

[미디어스=장영 기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를 시작으로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어떤 결과를 얻을지 알 수는 없지만 작품상 후보에도 들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영화제 본상 후보에 오른 영화이고 감독이니 말이다. 

현대사회 가장 민감한 문제인 계층 갈등을 유머와 미스터리와 서스펜스까지 더해 그린 <기생충>은 세계인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다. 한국 영화 역대 최고의 수익을 올린 영화로 기록될 <기생충>의 가치는 단순히 상과 돈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것 그 이상이다.

<기생충>이 걸어가는 길은 말 그대로 모두가 최초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탄 첫 영화, 예술 영화의 최고 가치로 불리는 칸 영화제 최고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로서는 전인미답이었다.

유럽 영화제들은 예술성에 큰 가치를 두고 있다. 칸 영화제에서 작품상 혹은 대상 격인 황금종려상을 탄 영화가 흥행도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 점에서 <기생충>은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확보했으니 말이다.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오스카의 전초전이었다. 기준 탓에 작품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지만, 충분한 가치를 가진 영화란 사실은 드러났으니 말이다. 로컬 영화제에 <기생충>이 파란을 일으키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시간만 남았다.

한국영화사 새로 쓴 '기생충'…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기생충'은 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후보작 발표에서 작품상(BEST PICTURE/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봉준호 감독), 감독상(BEST DIRECTOR/봉준호), 각본상(BEST ORIGINAL SCREENPLAY/봉준호·한진원), 국제장편영화상(BEST INTERNATIONAL FEATURE FILM) 미술상(BEST PRODUCTION DESIGN/이하준) 편집상(BEST EDITING/양진모) 등 총 6개 부문 후보로 지명됐다.

배우들이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소위 말하는 알짜배기 상 모든 부문 후보로 올랐다는 점에서 <기생충>을 아카데미 회원들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잘 드러난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받은 경우는 단 한 차례, 1955년 델버트 맨 감독의 <마티> 외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미국 영화라는 점에서 <기생충>과는 큰 차이가 있다. 배타적인 아카데미가 과연 그 룰을 깰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작품상 후보에는 9편이나 올라 있다. 여기에 골든 글로브에서 작품상을 받은 <1917>이 아카데미 회원들이 좋아하는 장르의 소재라는 점에서 변수로 다가온다. 더욱 보수적인 아카데미에서 비영어권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1962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가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에 출품한 지 58년 만에 처음으로 최종 후보에 <기생충>이 올랐다. 현재까지 분위기로 외국어 영화상인 '국제장편영화상' 수상 가능성은 높다. 감독상과 각본상도 노려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예술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기생충>은 흥행도 대성공이다. 한국 영화 중 북미 지역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수익은 1천 530억을 넘어서며 기존 한국 영화 최고 흥행이었던 <명량>의 1천 296억을 넘어섰다. 국내 매출이 대부분이었던 <명량>과는 상황이 좀 다르다.

세월호 다룬 '부재의 기억'도…아카데미 단편 다큐 후보에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기생충>의 기록적 성과들 못지않게 우리의 시선을 끄는 것은 단편 다큐 부문 후보에 오른 <부재의 기억>이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이 작품이 오스카 후보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놀랍다. 아픈 기억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누군가는 더는 그 이야기를 하지 말자며 회피하려 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정리된 것이 없다. 진실은 여전히 숨겨져 있고, 책임져야 할 이들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은 현실에서 잊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다. 참사가 일어난 그날의 현장을 담담하게 담은 <부재의 기억>은 국가의 부재에 질문을 던지는 다큐멘터리다.

극적인 장면 없이 현장의 소리들이 가득한 <부재의 기억>을 세계인들은 그대로 받아들였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어떤 상황인지 인지한 관객들은 영화를 보며 함께 울었다고 한다. 오스카 후보에 오른 것은 그런 평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기생충> 못지않게 중요한 <부재의 기억>에 대한 기대도 커진다. 

장영 기자 mfmc86@hanmail.net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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