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유재우)가 총선 출마를 이유로 사퇴한 천영식 KBS이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또한 KBS 이사직이 출마의 발판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며 '이사의 정치 참여 금지 조항' 신설 등 이사회 운영 규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천영식 이사는 지난 9일 KBS 이사직 사표를 냈다. 천 이사는 지난해 12월 언론을 통해 대구 동구갑 지역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박근혜 마지막 비서관으로서 소회를 담은 저서 <천영식의 증언, 박근혜 시대 그리고 내일> 북콘서트를 개최했다.

KBS이사회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천영식 이사 프로필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KBS 정관은 정치에 관련된 자를 이사 결격사유로서 제시한다”며 “사실상 천 이사가 정치 행보를 할 때부터 공영방송 KBS이사 자격이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KBS본부는 임직원과 외부 진행자조차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는데 공영방송 KBS가 공적책무를 하도록 이끌어야 할 최고의결기구에 속한 이사가 총선에 뛰어드는 것은 개탄스럽다고 했다. KBS 윤리강령에는 KBS인 중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정치 관련 취재 및 제작담당자는 해당 직무가 끝난 후 6개월 이내에는 정치 활동을 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KBS본부는 “천 이사가 특정 정치세력의 이해와 KBS의 이익 어느 것을 중시하며 이사회 활동을 했을지 생각해보면 심각하다”며 “야당 추천 소수 이사로서 취득할 수 있는 KBS의 정보와 약점이 외부 세력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지는 않았을까”라고 우려했다. 이어 “천영식 이사에게 KBS는 정치적 거래 밑천을 다지고 경력을 쌓으며 임직원에게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놀이터였을 것”이라고 했다.

KBS이사회 규정에는 이사가 직무상 알게된 정보를 누설했을 때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KBS본부는 “이사회는 2019년 이사회 운영규정을 개정하며 이사가 직무상 알게 되거나 얻게 된 공사의 정보에 대해 재임은 물론 퇴임 후에도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을 수정하여 첨가하면서도 위반 시, 이사에 대한 제재 규정을 두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이사회 구성원의 책임을 물었다. “천 이사의 정치 참여가 언론에서 회자되고 현실화되는 시점에서 공영방송 이사의 의무에 대해 환기하고 경고하는 움직임이 전혀 없었던 부분에 대해 이사회의 입장은 무엇인가”라고 따졌다.

KBS본부는 이사회 운영규정에 이사의 정치 참여 금지, 정보 유지 위반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사 선임 절차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KBS본부는 “천 이사의 정치 참여는 이사 선임 절차를 개선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한다”며 “법적 근거 없이 방송통신위원회가 관행적으로 정당 추천으로 KBS 이사를 결정하는 현재 구조로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이 요원하다”고 말했다.

KBS본부는 천 이사의 보궐 이사 자리에 또 다른 정치지망생이 오는건 아닌지 감시하겠다며 2021년 이사 선임 시, 특정 정당의 이익 대변하는 이사가 선임되지 않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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