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정희] 초콜릿이 다이어트에 좋다고? 지난 5일 방영된 <SBS 스페셜- 끼니外란 1부, 다이어트 막전막후> 편은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 금기시되어왔던 초콜릿에 대한 새로운 주장으로 시작됐다.

독일의 피터 오네큰과 디아나 뤼넬이 발표한 이 연구는 저탄수화물 식사 시 다크 초콜릿을 먹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많이, 더 빠르게 체중을 감량했다는 것이다. 새해가 시작되면 늘 새로운 다이어트 화두가 등장하곤 했는데, 그렇다면 올해는 ‘초콜릿’인가?

초콜릿으로 살을 뺀다고?

독일에서 이루어진 연구, 16명의 실험자들을 대상으로 3주 동안 체중 감량 여부를 조사했다. 그랬더니 후반부로 갈수록 초콜릿을 먹은 그룹과 먹지 않은 그룹 사이에 체중 감량 간격이 벌어졌고, 3주 후 초콜릿 군이 10% 이상 더 많이 감량됐다. 그리고 저탄수화물식에 돌입한 참가자들, 그중 4명은 초콜릿을, 나머지는 먹지 않는 방식으로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확실히 초콜릿을 먹으니까 공복감이 덜해 다이어트가 편하다는 참가자들, 그런데 3주 후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만 좋아졌을 뿐 체중 감량은 비초콜릿군이 더 좋았던 것. 샘플수의 차이 때문일까?

다시 독일로, 연구를 진행했던 피터와 디아나에게 카메라가 비춰졌다. 알고 보니 연구자가 아니라 기자였던 이들이 '진짜' 했던 것은 초콜릿이 다이어트에 좋냐 여부가 아니라 '다이어트 이론'이 어떻게 조작되는가를 밝혀내기 위한 '페이크 다큐'였다.

SBS 스페셜 '끼니外란 - 1부 다이어트 막전막후' 편

이들은 체중 감량을 많이 한 사람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등 통계를 조작했다. 그리고 가짜 연구소를 만들고 100달러만 입금하면 논문을 게재해주는 학술지에 자신들의 이론을 발표했다. 연기자를 고용해 초콜릿으로 살을 뺐다는 홍보 다이어트 영상을 만들어 광고를 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유럽 최대의 신문 1면에 이들의 연구가 보도되었고, 그다음은 더 쉬웠다. 다른 언론들이 서로 베껴 쓰며 유럽, 러시아, 인도까지 그들의 이론이 검증 없이 퍼져나갔다. 이렇게 '허무맹랑한' 다이어트에 관한 이론은 너무도 쉽게 세상을 속였다.

그렇다면 정말 초콜릿은 우리 몸에 어떨까? 초콜릿의 폴리페놀이 건강에 좋다는 연구를 십년 동안 했다는 호주의 연구 결과가 있었다. 그런데 이 연구 결과에 대해 미 FDA가 개입을 하자 연구는 포기되었다. 이 주장이 세상에 발표되는 데 해당 업계는 적극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이해관계에 맞게 결과는 왜곡되었던 것. 즉, 심혈관 질환에 좋을 정도의 폴리페놀을 먹기 위해서는 초콜릿 한 통을 통째로 먹어야 되는 식인데, 그 한 통이 다크 초콜릿 750칼로리, 밀크 초콜릿이 무려 5850칼로리나 된다는 것을 연구는 의도적으로 배제했던 것이다.

과연 ‘초콜릿 다이어트’뿐일까? <SBS 스페셜>은 우리 사회에서 다이어트의 왕도로 여겨지는 '운동'에 대해 도전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저탄고지 간헐적 단식에 도전했던 김현진 김서형 부부를 다시 만난다. 1년 만에 요요가 와서 고도비만 상태에 이른 부부, 이들과 한지원, 김형자 부부 네 사람이 운동과 식이조절이라는 다른 방식으로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운동해도 살이 안 빠진다고?

SBS 스페셜 '끼니外란 - 1부 다이어트 막전막후' 편

결과는 어땠을까? 식이조절 그룹이 운동을 했던 그룹보다 살을 더 많이 뺐다. 이 결과와 관련하여 허먼 판쳐 교수의 '운동의 역설'이 등장한다. 탄자니아 하자족을 대상으로 한 실험. 하루 10km 이상을 움직이는 이 수렵채집 부족이 서구인과 비교하여 총에너지 소비량이 차이가 없었던 것. 그에 따라 판쳐 교수는 많이 활동한다고 해서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우리 사회의 믿음은 잘못된 것이란 주장을 편다. 심지어, 기초대사량에 운동량을 더하는 현재의 칼로리 소비량은 운동을 하면 처음엔 칼로리가 늘지만 몸이 적응하면 칼로리 소모는 정체하기에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즉 운동 그 자체는 체중 감량에 적당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왜 우리 사회에는 '운동에 대한 신화'가 퍼졌을까? 거기에는 뜻밖에도 운동 후 시원한 콜라 한 잔이라는 '탄산음료 반사 작용'을 퍼뜨린 음료 산업이 있다.

몇 년 전 콜라업체와 유명한 석학들 사이의 메일이 폭로되어 문제가 된 바 있다. 비만의 원인이 '식이'에 있음을 감추려던 시도, 이를 위해 '운동 부족'을 부각하려 했다는 것이다. 자사 제품의 매출이 저하되는 것이라면, 혹은 더 많이 팔기 위해 연구 결과를 왜곡되게 대중에게 전파하는 데 앞장서는 '기업'이 있었다.

SBS 스페셜 '끼니外란 - 1부 다이어트 막전막후' 편

어디 운동에 대한 이론뿐일까? 우리는 매일 방송에서 약은 아니라도 약 같은 다이어트 식품을 만난다. 일부 건강 관련 프로그램들은 상업적 목적에서 협찬사의 제품 효능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방송을 제작한다. 관련자는 말한다.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사례자 중 실제 먹고 효과를 본 사람은? 거의 없다고. 그들은 자괴감이 들었다 고백한다.

방송프로그램뿐일까. 언론사 기사로 둔갑한 광고들도 있다. 똑같은 상품을 홍보하는 광고성 기사가 식품업계 큰손의 지원 아래, 업계에 유리한 논문이 인용되며 1년에 10~20여 회 등장한다.

<SBS 스페셜>은 그저 살을 뺀다는 다이어트나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의 이면에 복잡하게 얽힌 진실을 밝힌다.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치열하게 밥상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오늘 당신이 좋다고 선택한 음식은 음식 정치(food politics)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는 조언한다. 과학은 그렇게 획기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고. 누군가 획기적인 발전의 결과물이라고 한다면 '누가 돈을 대지?' 의심하라고.

매년 새해가 들어서면 획기적인 발견인 듯 등장하는 다이어트의 화두, 올해는 초콜릿인가 했던 <SBS 스페셜>의 제안은 그 어느 해보다 '건강'했다. 우리가 쉽게 믿는, 우리를 둘러싼 모든 건강에 관한 정보들이 사실은 '조작된 상품'일 수 있음을 진지하게 경고한다. 그리고 그 선택에 있어 우리의 '주체적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권유한다. 그 어느 해보다도 맑은 정신으로 시작할 수 있게 만드는 '건강에 대한 화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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