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문재인 정부의 18번째 부동산 대책이 기습적으로 발표됐다. 투기 수요를 잡기 위해 종합부동산세를 최고 4%로 인상하고, 15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매입 시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등 고가주택 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한 것이 골자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은 서울 강남 등 13개구 전체, 과천·하남·광명 등 3개시 13개동이 추가로 지정됐다. 지난해 9.13 대책 이후 가장 강력한 규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주요 보수·경제지를 중심으로 정부가 별도의 공급책 없이 수요를 옥죄는 규제를 남발해 재차 집값 폭등이 우려된다며 부동산을 시장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재건축·재개발 등을 통한 주택 공급량 확대와 분양가 상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건축·재개발, 신도시 조성 등의 공급대책은 투기 수요만 늘렸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오히려 분양가 상한제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3기 신도시 개발 중단을 선언하는 등 더 강력한 투기근절 대책이 제시되었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만시지탄이지만 '찔금 대책'이 부동산 시장을 더 악화시켜온 만큼 지금이라도 실효성 있는 규제로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은성수 금융위원장, 홍남기 부총리, 김현미 국토부 장관, 김현준 국세청장. (사진=연합뉴스)

17일 주요 보수·경제지의 12·16 부동산 대책과 관련한 사설 제목은 다음과 같다.

동아일보 <공급없이 대출만 조인 부동산 대책, 현금 부자만 집 사란 건가>
중앙일보 <돈키호테 따로 없는 18번재 부동산 시장 대책>
한국경제 <투기 탓만 하는 부동산 대책으론 집값 급등 못 막는다>
매일경제 <수요 억누르기 한계 못 벗어난 18번째 집값 대책>
서울경제 <두더지잡기식 부동산정책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
조선일보 <이번엔 "靑 직원 집 팔라"까지, 집값 아닌 총선 대책>

이들 사설의 방점은 부동산을 시장에 맡겨 주택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는 데 있다. 동아일보는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 대책이 없고 대출은 줄여 '내 집 마련' 꿈은 더 멀어질까 우려된다"며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공급을 틀어막기만 할 게 아니라 재건축 재개발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지원해 신규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시장을 역주행하는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발상은 실현 가능하지도 않은 정치적 선동이고 희망고문에 불과하다"며 "부동산을 경제논리에 맡겨 시장의 흐름대로 가게 놔둬야 한다"고 했다.

한국경제는 "규제책은 거래 절벽, '로또청약' 광풍, 풍선효과 등으로 인한 집값과 전셋값 동반 상승 등 시장왜곡만 가중시킬 게 뻔하다"며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수요 억제보다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곳에 새 아파트가 대량으로 공급될 것이란 믿음을 주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서울경제는 "도심의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어 새집이 대량 공급돼야 수요와의 균형이 맞는다는 정공법을 버린 채, 규제 완화는 곧 가진 자에 대한 특권이라는 그릇된 이념에 사로잡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집을 사지도 팔지도 못하게 되면 부동산 시장이 마비된다. 집값 급등세를 잠시 억누를 수 있을지 몰라도 속에서 폭발 압력은 점점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집값 안정은 민색 정책의 최우선이 돼야한다. 그러려면 집값 정책에서 정치적 고려를 빼야 한다. 그런데 정부의 집값 정책은 순전히 정치 정책이란 지적이 그치지 않았다"며 "청와대 비서실장이 다주택자 청와대 참모들에게 '한 채 빼고 나머지 집은 처분하라'는 사실상의 지시를 내린 것도 한 예다. 모든 것이 보여주기 쇼"라고 썼다.

중앙일보 12월 17일 <“이사 못하게 됐다” … “또 거래절벽 온다”> 경제 B01면

하지만 재개발·재건축, 분양가 상한제 완화를 통한 공급량 확대 주장은 '허상'이라는 비판이 오랫동안 과거 정부의 실패사례와 함께 제기돼 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해부터 발표한 논평 등에 따르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참여정부는 2005년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강화, 신도시 조성 등의 내용이 담긴 ‘8·31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2006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정부 정책과 반대로 일부 강남 재건축단지 용적률을 완화하기로 방침을 세우면서 강남 집값이 요동쳤다. 또한 김대중 정부에서 강남 투기를 막겠다며 개발한 판교신도시는 오히려 주변 집값을 끌어올려 놓은 상황이었다. 이후 정부는 ‘11·3 대책’, ‘11·15 대책’ 등 공급 확대 쪽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했지만 집값은 계속 올랐다.

분양가 상한제가 공급을 축소시키고 집값을 상승시킬 것이라는 주장은 과거 통계들과 배치됐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연도별 민간아파트 인허가 물량 변화 자료에 따르면 2006년 9.4만호, 2007년 19.4만호이던 수도권 민간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 2008년 12만호, 2009년 12.7만호로 줄어들었으나, 곧바로 회복해 2011년 20.8만호, 2012년 22만호로 상한제 시행 이전보다 늘어났다.

2014년 12월 여야합의로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된 직후인 2015년에는 35.7만호로 2014년 20만호보다 증가했지만 이는 점차 하락해 2018년에는 21.4만호로 줄어들었다.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던 2011년, 2012년 수치와 비슷하거나 낮은 인허가 물량이다. 분양가 상한제와 공급물량 간 상관관계가 크게 없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통계다. 때문에 당시 경실련은 오히려 건설사들의 고분양가 책정과 주변 시세상승, 이로 인한 또다른 고분양이 시행되는 악순환을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끊어내야만 '로또 분양'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엉터리 분양가'를 전면적으로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향신문 12월 17일 <모든 방도 동원해서라도 집값만은 잡아야 한다>. 사설/칼럼 31면

경향신문은 사설 <모든 방도 동원해서라도 집값만은 잡아야 한다>에서 "부동산 정책은 수요 억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서민들이 형편에 맞는 가격으로 원하는 곳에서 집을 살 수 있도록 획기적인 공급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며 "분양가상한제도 전면실시가 답"이라고 조언했다.

한겨레는 사설 <정부 고강도 '집값 대책', 마지막이란 각오로 임해야>에서 "만시지탄의 아쉬움이 크지만, 이번 대책이 '정부 발표→집값 불안 자극→추가 대책'의 악순환에 마침표를 찍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겨레는 "이번 대책 중에서 세금 강화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집값 안정에는 여야 구분이 없다는 점을 인식해 국회가 조속히 후속 조처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는 사설 <고강도 12·16 부동산 대책, 집값 안정 효과 주목한다>에서 "일각에서는 이번 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 매매와 전세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져 서민의 월세 부담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하지만 이는 공공주택 확충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하며, '주택을 통한 불로소득 막기'라는 대책의 큰 틀을 흔들 정도의 부작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경실련은 16일 논평을 내어 정부에 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경실련은 "이번 대책은 여전히 지금의 부동산시장 과열을 ‘서울 등 일부지역의 국지적 과열’로 축소해석하며 잘못된 진단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최소한 집값을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 놔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분양가상한제 전면확대, 공시지가 시세반영률 80% 이상으로 인상, 3기신도시 개발 중단 등의 강력한 투기근절책이 제시됐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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