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1 협의체'가 국회 본회의에 내년도 예산안과 선거법 개정안 등을 상정하기로 하면서 정치권이 막판 반전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이에 조선·동아일보 등 주요 보수언론은 제1야당을 배제한 법안처리는 '입법 독주', '무법 폭주'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한국당은 필리버스터 신청 철회와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 보류를 맞바꾸자는 막판 협상안마저 거부했다. 내년도 예산안은 법정 처리시한을 1주일이나 넘겼지만 한국당은 '4+1 협의체'의 예산심사를 검토하는 기재부 공무원을 고발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왼쪽부터)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대안신당 유성엽 창당준비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조배숙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최고위원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여야 4+1 원내대표급 회동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주말 여야 '4+1 협의체'는 9일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내년도 정부 예산안 수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안 등을 일괄 상정하기로 했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9일과 10일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과 패스트트랙 법안, 민생법안 등을 모두 상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상황이 이렇게 이르게 된 데에는 한국당의 책임이 크다. 앞서 여야 3당 교섭단체는 지난 6일 한국당이 필리버스터 신청을 철회하면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을 보류하고 민생법안을 우선처리하자는 협상을 시도했다. 그러나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원내대표단 회동에 불참하면서 끝내 협상이 불발됐다. 나 원내대표는 '새 원내대표가 책임있게 합의하는 게 맞다'고 거부했다. 한국당은 9일 오전 새 원내대표를 뽑는다.

9일 조선일보는 사설 <'예산안도 선거법도 정권 마음대로' 이런 무법 폭주 국회는 없었다>에서 "과거에도 여당의 법안 날치기 처리는 종종 있었지만 게임의 규칙인 선거법과 나라 곳간 예산을 두고 이렇게 무법 폭주한 경우는 없었다"며 '4+1 협의체' 비난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4+1 협의체'를 교섭단체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회 운영 원리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국회법상 의원 20인 이상의 교섭단체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국회를 '4+1 협의체'가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4+1 협의체'에는 제대로 된 교섭단체가 민주당뿐이다. 6석의 정의당에다 4석의 민주평화당, 창당도 안 한 호남 지역 의원들의 모임 대표가 들어가 있다"며 "교섭단체 자격을 갖춘 바른미래당은 원내대표가 '4+1은 사설 모임에 불과하다'며 반대하자 당 대표가 멋대로 다른 의원을 내보냈다고 한다. 제 멋대로"라고 썼다.

국회법에 따라 20명 이상의 소속 의원을 가진 정당은 하나의 교섭단체가 되고, 국회 운영의 상당부분이 교섭단체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예산안과 법안의 처리를 놓고 제1야당이 협상 테이블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개별적·독립적 헌법기관'으로서 개별 의원들이 협상을 진척시키는 상황을 일종의 편법으로 규정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뒤따른다.

이 같은 주장은 기재부 공무원을 고발하겠다고 나선 한국당 소속 김재원 예결위원장이 "그들(4+1 협의체)은 국회법상 규정된 교섭단체의 대표자도 아닌 정파적 이해관계로 뭉친 정치집단일 뿐"이라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에 대해 국회 예결위 간사인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예산안 심사를 반드시 교섭단체 간 합의를 통해 해야 한다는 국회법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고 반박했다.

조선일보 12월 9일 사설 <'예산안도 선거법도 정권 마음대로' 이런 무법 폭주 국회는 없었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사설 <선거법·공수처법·예산안… 모두 다 與野 합의 처리가 옳다>에서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경기 규칙을 정하는 선거법과 사상 최초로 500조원이 넘는 슈퍼 예산안을 제1야당을 배제한 채 강행 처리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위기"라며 "여당은 이제라도 제1야당을 무시한 입법 독주를 멈추고, 야당도 대안을 갖고 진지하게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역시 '4+1 협의체'에 대해 "제1야당을 배제한 편법적인 기구"라면서 "오늘 한국당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후임 원내대표가 선출된다. 이를 계기로 여야는 극단적인 대치를 끝내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사설 <예산안·패스트트랙 처리, 한국당은 마지막 협상 박차지 말라>에서 "한국당은 막다른 선택지 앞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경향신문은 "민생법안을 세운 필리버스터는 차가운 민심에 맞닥뜨렸고, '4+1 협의체'는 11일부터 4일 안팎의 임시국회를 이어가겠다고 공언했다"며 "필리버스터를 한 법안은 다음 회기에 먼저 처리토록 한 국회법상 다수가 조율한 안건을 한국당이 끝까지 막기는 현실적으로 힘들어졌다. 예산·선거제 심의에 모두 빠져 명분도 실리도 놓치는 첫 제1야당이 될 수 있는 셈"이라고 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거듭 말하거니와 예산안과 선거제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처리해야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시초를 다투는 예산안과 민생법안을 먼저 처리하고, 패스트트랙 법안은 임시국회에서 매듭짓는 것도 합리적·대승적일 수 있다. 한국당은 자승자박이 된 필리버스터를 풀고, 국회는 예산안·선거제 협의를 끝까지 포기해선 안된다"고 촉구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한국당, 민식이법과 비쟁점법 우선 처리 동참해야>에서 "출구가 없는 건 아니다. ‘4+1 협의체'는 한국당 새 원내대표가 협상 의지를 밝힌다면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해 더 논의할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라며 "한국당도 원내 협상창구 교체를 계기 삼아 대화 테이블에 나서야 한다. 민식이법의 발목을 잡고 민생법안에 대해서까지 필리버스터를 하는 것은 한국당으로서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한편, '4+1 협의체'는 한국당 새 원내대표와의 협상 마지노선을 선거법 개정에 두고 있다. '4+1 협의체'에 바른미래당 대표로 참석하고 있는 김관영 의원은 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통화에서 "(한국당이)선거법에 대해선 최소한 연동형 비례제에 대해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협상을 시작해야지 아예 맨바닥에서 협상을 다시 시작하면 지연전술에 말릴 수가 있다"며 "그것(연동형 비례대표제) 자체를 거부하면서 협상하자고 하면 그 협상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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