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자유한국당의 무더기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한국당을 뺀 여야 '4+1' 공조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단식으로 쓰러진 후 당무에 복귀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양대 악법을 반드시 막아내겠다"며 강경의지를 내비쳤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한국당에 더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며 4+1 공조 복원을 시사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2일 청와대 앞에서 당 최고위원회를 열고 "단식을 시작할 당시 목표 세 가지 중 지소미아는 연장되었다. 그러나 공수처법,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에 대한 여권의 밀어붙이기는 아직 진행 중"이라며 "대한민국 지키기,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양대 악법을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필리버스터 신청 법안에 앞서 민식이법 등을 먼저 상정해 통과시킬 것을 제안한다"고 했던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여당은 잘못된 패스트트랙을 철회하고 양대 악법을 철회하기는커녕 더 큰 불법으로 나서고 있다"며 "불법국회봉쇄 3일차다. 하루빨리 통과되어야 할 민식이법과 각종 민생법안들이 봉쇄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한국당에 더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 신청을 공식 철회하지 않으면 다른 야당과 협력해 국회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한국당은) 민생법안을 인질로 국회에 해를 가했다. 이런 사람들과는 협상을 할 수 없다"며 "한국당의 몰지각하고 후안무치한 이런 행위가 몇 번째인가. 국가 기능을 정지시키고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 바로 쿠데타"라고 규탄발언을 쏟아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 한국당만 있는 게 아니다. 국회법 절차에 따라 한국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과 정치 세력이 연합해 국회를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정상화하는 방안은 얼마든지 열려있다"고 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당의 무더기 필리버스터 전술은 4+1 공조가 유지되면 사실상 법안 처리를 막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여당 측이 '무제한토론 중 회기가 종료되는 경우 해당 안건은 다음 회기에서 표결해야한다'는 국회법 조항에 따라 이른바 '살라미 임시국회' 전략으로 법안 별 임시국회를 열면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당의 막판 협상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강대강 대치국면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4+1 공조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 이날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당 상무위원회에서 "자유한국당의 무차별 필리버스터 신청은 국회의원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자, 대국민 선전포고와 다름없다"며 "민주당은 이제 한국당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 예산과 개혁, 민생 완수를 위한 4+1 비상공동행동을 제안한다. 여야 4당+1 대표자 비상회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여야4당 합의 패스트트랙법 통과를 위한 농성장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배숙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에서 "한국당이 4+1 동조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고, 대안신당 최경환 수석대변인은 "여당 지도부는 막무가내 한국당과 함께 갈 것인지, 4+1로 갈 것인지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4+1 공조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패스트트랙 법안 중 선거법 개정안을 둘러싼 각 정당의 입장 차를 좁히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의당은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의 준연동형(50%)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는 내용의 원안 처리를 주장하지만 지역구 의석수 축소에 민주당, 평화당, 대안신당 내 반감이 있다. 때문에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50석에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 지역구 240석 비례대표 60석 등의 조정안이 제안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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