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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MAMA 2019인가?

기사승인 2019.12.03  08: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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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ulture critic] CJ E&M이 문화 산업을 운영해 온 방식

[미디어스] CJ E&M이 문화 산업을 운영해 온 노선은 플랫폼 장악을 통한 물량 공세다. CJ E&M은 방송·영화·음악 대중문화 3대 분야에 모두 진출해 높은 시장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의 노선은 저 분야 모두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실현되어왔다. 수직계열화와 문어발 식 사업 확장이다. 방송 분야에선 10여 개가 넘는 케이블 방송 채널을 보유하고 있으며 드라마 제작 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을 거느린다. 영화 제작과 배급은 물론 국내 최대의 멀티플렉스 기업 CGV를 운영한다. 음악 산업에서는 엠넷으로 음악 방송을, 스톤 뮤직으로 음악 유통 사업을, 음악을 제작하는 레이블 역시 십여 개를 품고 있다. 여기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철학이 있다면 유무형의 이윤 지상주의에 입각한 근시안적 행보다.

CJ E&M은 국내 최대의 엔터기업이고 글로벌 시대 문화강국을 이끄는 선봉장을 자처한다. 하지만 문화 산업의 본질은 결국 콘텐츠다. 그들의 콘텐츠 제작 능력이 저러한 자부심을 따라주는지 의문이 크다. 방송에 한해서는 엠넷과 tvN을 통해 방송가 트렌드를 이끄는 기획, 크게 히트한 개별 방송을 선보이고 있지만 영화와 음악은 이야기가 다르다. CJ는 역대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한국 영화 다섯 편 중 네 편을 배급했다. 이건 작품 자체의 우수함보다 스크린 독과점 및 관람 문화가 주요 여가생활로 떠오른 사회 환경 속에 도출되었다. 오히려 CJ가 손대는 영화는 퀄리티만 보면 느슨하고 구태의연한 경우가 많다. 만듦새에 유기성도 없고 새로움도 없으며 닳고 닳은 흥행코드를 기계적으로 조합해서 돌려왔다. 언론 지상에선 ‘한국 영화의 위기’란 테마가 몇 년째 반복해 발설되어왔다. 관람 시장과 제작 규모는 커졌지만 전체적 만듦새는 하향 평준화된 현상을 일컫는 표현이다. ‘CJ 식 기획영화’라고 표현할 수 있는 흥행 공식, 몇 가지 코드에 입각한 천편일률적 영화가 한동안 찍혀 나왔고, 여름과 겨울, 극장가 성수기 대작에 수익이 치우친 불균형한 산업 구조가 나왔다. 올해는 성수기에도 예년만큼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걸 다 CJ E&M이 초래한 건 아니겠지만 그들이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 건 부정하기 힘들어 보인다.

지난 7월 19일 종영한 프로듀스X101 포스터

그들이 요사이 힘을 기울이는 음악 산업도 비슷하다. 엠넷의 <프로듀스> 시리즈는 방탄소년단이 일으킨 케이팝의 재 세계화를 전후해, 음악 콘텐츠 분야에서 소위 3대 기획사에 뒤쳐진 후발주자로서 독자적 콘텐츠를 갖추는 기획으로 이어진 것 같다. 프로토타입으로 시작된 시즌1 이후 점점 그룹 계약 기간이 늘며 <프로듀스 X 101>에선 5년에 달하는 계약 기간이 확보됐고, 시즌2 이후 자사에 레이블을 세워 외주하던 매니지먼트를 직접 맡았다. <프로듀스> 그룹을 보통 6, 7년의 계약을 맺는 일반적 기획사의 전속 그룹처럼 운영하려 한 것 같다. <프로듀스> 그룹들은 하나같이 거대한 팬덤을 모았지만, 프로듀싱과 매니지먼트의 힘은 아니다. 방송의 흥행을 물려받는 수직계열화와 기획사들이 키운 재능 있는 연습생을 넘겨받는 기획사의 하청업체화에 힘입은 일이었다. <프로듀스> 그룹들은 하나같이 음악 퀄리티가 부족했고 콘텐츠에 이렇다 할 투자도 없었다. 일례로 저 그룹들의 뮤직비디오는 소위 말하는 ‘중소 기획사’들만큼도 제작비가 들어간 자국이 보이지 않았다. 가수를 키우진 않고 임대해서 그룹을 운영하니까, 가수들과 유대감도 존재하지 않으며 투자하기보다는 소모하는 것이다.

이건 근본적으로 창작과 경영이 분리되고, 경영 논리가 창작 논리를 압도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00년대 초중반 상업 영화계를 이끌던 주체는 개별 제작사였다. 제작사 대표들은 영화계에 소속된 채 영화계 인사들과 교류하는 ‘영화인’이었다. 이때는 상업 영화계 내부에서 새로운 시도가 감행되기도 했고 작가적 면모를 갖춘 재능 있는 감독들이 대거 데뷔해 필모그래피를 만들어가던 시기다. 때문에 <살인의 추억>과 <지구를 지켜라> 같은 상업적 기대 가치가 불분명한 영화에도 작품의 가치를 보고 투자가 이뤄진 측면이 있다. 마찬가지로 가요계 3대 기획사 창립자들은 가수, 프로듀서 혹은 문화계 현역 출신이다. 창작의 성격과 콘텐츠의 힘을 깊이 이해하고 있으며 거기 자의식을 투사할 개연성이 있는 셈이다. 고유한 색깔을 갖춘 음악을 만드는 전속 프로듀서, 외부에서 곡을 받아 옥석을 가려내며 결과물의 평균값을 보장하는 프로듀싱 시스템이 구비돼있는 건 우연이 아니다. 대형 기획사의 기득권 역시 비판적 쟁점에 오른 지 오래지만, CJ E&M이 천만영화 코드를 맹물이 나올 때까지 우리는 동안 SM엔터테인먼트는 대중 취향을 월장하며 선도하는 음악을 일관되게 발표해왔다.

CJ그룹의 기업광고

CJ E&M의 영화, 음악 산업에서 장인의 전통은 단절되고 시장 확장을 위한 매뉴얼만 있는 것 같다. 콘텐츠의 질은 방기 되고 이윤을 내기 위한 독과점 등의 환경이 구축되어왔다. 거꾸로 말하면 압도적인 플랫폼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으니까 콘텐츠를 고민할 실익이 없는 것이다. 나아가서 장인의 전통을 지향하는 제작자들은 이 불공정한 정글 속에서 살아남을 길이 요원해진다. 몇 년 전 CJ E&M의 한 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가 빅뱅이나 소녀 시대를 키우려면 키울 수도 있을 거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거보다 장르 별로 레이블을 인수하는 게 훨씬 수익이 크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이 한 마디엔 그들의 사업관이 집약돼 있다.

CJ E&M의 사업 방식에 장점이 없지는 않다. 단기간에 사업 규모를 불리고 그럼으로써 산업 파이 또한 증대하는 파괴력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 과정에서 산업의 다양성과 미래 자원이 흩어진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몇 년 간 CJ E&M은 케이팝 산업은 물론 힙합에 과녁을 맞힌 채 <쇼미 더 머니>를 제작하고 메이저 힙합 레이블을 다수 인수했다. 그 과정에서 힙합은 메인스트림 장르 음악으로 떠올랐지만, <쇼미 더 머니> 바깥의 힙합 신은 <쇼미 더 머니>의 식민지가 되었다. <쇼미 더 머니> 역시 방송의 화제성이 떨어진 상태에서 무리하게 시리즈 연장을 감행하며 시청자들의 염증과 무관심을 불렀고 힙합이란 장르 음악의 생명력 역시 덩달아 탕진되고 있다.

<프로듀스> 그룹 또한 위태롭기 짝이 없는 불균형한 구조다. 한 시즌이 끝나면 곧이어 다음 시즌을 제작하고, 이전 시즌으로 데뷔한 그룹을 다음 시즌의 그룹이 밀어낸다. 앞선 그룹에 투입되는 방송 및 매니지먼트 자원 역시 다음 그룹에게 이전되는 면이 있어 그를 두고 각각의 팬덤 사이 불만과 알력이 초래된다. 그런 알력이 지금처럼 그룹 활동이 위기에 처했을 때 여론의 암초를 형성할 것임은 불문가지다. 프로듀스 그룹은 CJ와 CJ 산하 레이블, 그룹 멤버들이 소속된 기획사 등 무려 십여 개에 달하는 주체들이 계약에 참여한다. CJ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은 지분을 가진 기획사들은 지속 가능한 운영에 협조하기 내키지 않을 수 있고, 어중간하게 발을 걸친 사람만 많다 보니 누구 하나 책임감을 가지기 힘들고, 각자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거나 특정 유력 기획사의 이해관계가 크게 반영돼 매니지먼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모두가 CJ E&M의 사업 방식이 자초한 누란지위다. CJ E&M은 문화 역시 사업이고 사업에는 수익을 내는 효율성이 가장 중요하다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 안목과 원칙의 부재, 문화에 대한 존중 없이 문화를 발라 먹는 태도는 산업 생태계를 해치는 걸 넘어 기업의 수익 활동에도 리스크가 될 수 있다. 

2019 MAMA(Mnet Asian Music Awards 2019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

엠넷은 자사의 연말 가요제 2019 MAMA를 앞두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엑스원과 아이즈원을 MAMA에 출연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이 발표됐다. 원리원칙대로 따지자면 취소해야 하는 건 두 그룹의 출연이 아니라 마마 자체다. 투표 조작을 저지른 건 엠넷인데, 왜 두 그룹은 자숙으로 사죄하고 엠넷은 연말 축제를 벌이는가? 이건 무언가 뒤바뀐 상황이다. 엠넷은 몇 줄의 입장문을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문장으로 마무리했다. 물의를 일으킨 주체는 엑스원과 아이즈원은 아닐 것이다. 무엇을 위한 사과이며, 누구를 위한 MAMA인가? 아니, 그들은 왜 문화산업을 운영하고 있는가? “CJ가 문화를 만듭니다”라는 슬로건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당장의 투표 조작 사태를 수습하는 것을 넘어, 저 물음에 숙고를 거쳐 자답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선할 것은 자신들이 벌인 사업에 대한 책임감 있는 대응이다.

윤광은 https://brunch.co.kr/@mcwanna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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