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여덟 살 필구의 인생은 행복이었을까? 그 당시 필구는 행복하지는 않았나 보다. 다른 친구들과 달리, 자신만 아빠와 엄마가 각기 결혼한다고 하니 골치가 아프다. 필구가 아빠에게 가겠다고 결심한 것은 오직 엄마의 행복을 위해서다. 아빠는 이미 결혼했고, 이제 엄마가 결혼하려는 상황에서 자신이 '혹'이 되었으니 말이다.

동백은 까불이가 잡힐 때까지 아들을 보호해야만 했다. 옹산에서 자신 곁에 두는 것은 불안하다. 필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다른 곳에 보내는 것 외에는 없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종렬이 있었다.

너무 쿨하게 아버지와 살겠다고 나선 아들이 서운하다. 그렇게 떠나면서도 뒤도 돌아보지 않는 아들이 동백은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필구는 동백이 보이지 않자 서럽게 운다. 무슨 여덟 살 아이가 이렇게 생각이 많을까? "무슨 아빠 엄마가 결혼만 해"라는 필구의 오열은 참 서글프다.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용식이는 흥식이가 범인이라 확신했다. 그렇게 흥식이 집 쓰레기까지 몰래 가져와 분석한다. 그리고 집에서 나온 머리카락은 까불이를 잡는 결정적 증거가 되었다. 용식이의 그 집요한 수사가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의미다. 까불이 정체는 흥식이 아버지였다.

방 한구석에 있던 휠체어는 5년 전 공사장에서 추락하며 생긴 사고 후유증 때문이었다. 그 사고로 흥식이 아버지의 살인도 멈췄다. 옹산 사람들이나 경찰들 역시 흥식이 아버지가 까불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움직이지도 못하는 사람이 살인을 저지를 것이라 생각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까불이는 붙잡혔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향미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는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향미 손톱에서 나온 DNA는 흥식이 것이 아니었다. 흥식이 DNA와 대조해 봤지만 달랐다. 흥식이 아버지 오른손에 상처가 그것이라면 이야기는 쉽다. 머리카락에서 채취한 DNA와 일치했다면 향미를 죽인 이는 흥식이 아버지다.

사건은 너무 명쾌하게 마무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과연 이게 전부일까? 우선 톱밥을 먹인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 기존 까불이 사건에서 톱밥을 먹인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단순하다. "시끄러워"를 외치는 흥식이 아버지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이 이유의 근거 역시 찾을 수 있다. 흥식이가 짝사랑했던 여성들이다. 마지막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에스테틱 여사장도 흥식이가 짝사랑했다. 그런 점에서 연결고리는 존재한다. 외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살인마인 흥식이 아버지가 분노해서 벌인 사건으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건설현장에서 일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톱밥의 정체도 쉽게 이해가 된다. 문제는 향미 죽음이다. 향미 손톱 DNA가 흥식이 아버지가 맞다면, 마지막까지 손에 쥐고 있다 삼킨 샛노란 것은 뭘까? 작가가 허술하게 설치한 장치는 아닐 것이다. 이는 분명 그 죽음에 다른 진실이 있다는 의미다.

향미가 죽어가는 30~40분 동안 꼭 쥐고 있었던 그것. 그 실리콘 재질의 샛노란 것은 과연 무엇일까? 향미가 삼킨 그것이 다잉 메시지라면, 어쩌면 까불이가 혼자가 아님을 보여주는 그 무엇일 가능성이 높다. 향미를 살해한 것이 흥식이 아버지가 맞다면, 흥식이는 왜 트럭을 도난차량으로 신고했을까?

흥식이는 왜 자신이 책임질 수 있다는 말을 반복했던 것일까?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폭력에 노출되었던 아이. 고양이를 증오했던 아버지는 그렇게 흥식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싫어했다. 박수무당이었던 아버지의 변화,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 자란 흥식이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필구가 서울로 간 후 그 빈자리는 정숙의 몫이었다. 필구는 자신의 빈자리를 할머니가 채워주길 바랐다. 그렇게 두 사람은 엄마가 되어 깊고 힘겨웠던 과거의 아픔을 치유해갔다. 평생 딸을 버렸다는 자책으로 살아왔던 정숙을 동백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동백은 가슴이 답답하다. 점점 필구가 자신을 닮아가는 것 같아 불편하다. 방문을 닫고 목소리가 작아진다. 이는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덕순이 필구에게 '혹'이라는 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동백은 서러웠고, 분노했다. 7살 어린 아이에게 동네 사람들이 했던 '혹'이라는 말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살아간다. 아이는 그 말을 결코 잊을 수 없다.

곧바로 서울로 향한 동백은 단무지에 즉섭밥을 먹고 있는 필구를 데리고 나왔다. 종렬의 아들이 아닌 조카로 위장되어 방치되듯 지내는 필구를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아들이 알려준 코를 때리라던 조언을 종렬을 향해 처음 시도해봤다. 동백은 그렇게 조금씩 강해지고 있었다.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누군가를 사랑하는 여자가 아니라, 아직 어린 필구를 잘 키울 수 있는 엄마가 되고자 서럽게 울며 용식이에게 이별을 고했다. 서럽게 우는 이 두 사람은 정말 남남이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정숙은 혹시나 하는 우려 속에 용식이 마음을 엿봤다.

흔들리지 않고 동백이 곁에 있어 줄 사람이라 확신이 들자 유언을 하겠다며 뭔가를 언급했다. 지켜보겠다는 무언의 압박에 당황하는 용식이는 무슨 유언을 들었을까? "퍼주고는 살아도 빚지고는 못 사는"으로 정의된 덕순에게 정숙이 무슨 말을 했을까? 동백이를 며느리로 받아달라는 부탁이었을 것이다.

"하나 더 죽으면 난리가 나겠구먼" 흥식이 아버지가 한 말이다. 그냥 한 발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저 단순히 흘려버릴 수 없다는 것은 명확하다. 용식이가 흥식이네 쓰레기봉투를 뒤지다 발견했던 작고 동그랐던 하얀 플라스틱 박스 역시 그저 흘릴 물건이 아니다. 그 안에 샛노란 뭔가가 담겨 있었다면 향미 죽음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필구를 통해 동백은 엄마로 더 성장했지만, 용식과 연애는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 역시 과정일 수밖에 없다. 까불이가 잡히며 모든 것은 끝난 듯했지만, 명확하게 마무리를 하지 않은 작가의 의도는 여전히 까불이 사건에 진실이 남겨져 있다는 의미다. 아직 2회가 남아 있다. 끝날 때까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