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어제부터 ‘소녀시대 유리 오빠’를 제목으로 네이버에 올라온 기사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유리 오빠’는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5위 안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13일 검찰은 만취한 여성을 집단 성폭행하고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유포한 혐의를 받는 연예인 정준영, 최종훈, 권혁준 씨에 대해 징역 5년에서 10년을 구형했다. 이 중 가장 높은 형량을 구형받은 권 씨는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유리의 친오빠로 알려졌다.

네이버에 '유리 오빠'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관련 기사 화면 갈무리

이에 대해 대다수의 언론은 이들의 범죄 사실과 관계 없는 혈연관계, 즉 ‘특정 걸그룹 멤버의 오빠’라는 점에 집중했다.

인터넷판 국민일보 <소녀시대 유리 오빠가 정준영·최종훈보다 형량 높은 이유>, 동아일보 <‘유리오빠’ 징역10년 구형 “약혼자 동생에게 미안”…정준영은 징역 7년>, 노컷뉴스 <소녀시대 유리 오빠, 징역 10년 구형…“동생에게 상처줘”>, 시사저널 <‘집단 성폭행 혐의’유리오빠 10년, 정준영 7년, 최종훈 5년 구형> 등이다. 세계일보 등은 인터넷판 기사에 걸그룹 멤버 사진을 배치하기도 했다.

어떤 보도는 권 씨가 10년 구형된 이유는 비공개 공판이라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특정 걸그룹 멤버의 오빠라는 사실을 부연에 부연을 거듭했다. 권 씨는 2015년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 출연해 유리의 친오빠란 사실이 알려졌고 13일 최후진술에서도 “약혼자와 가족, 공인의 신분으로 평생 살아야 하는 동생에게 죄를 나누게 하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점을 평생 마음에 각인하며 살겠다”고 말했다는 식이다.

관련 범죄 혐의로 가장 무거운 형량이 구형됐으며 걸그룹 멤버의 친오빠로 알려져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목에 붙였다는 일부 기자들의 주장도 있지만, 범죄 혐의와 유명 걸그룹 멤버의 오빠라는 사실은 관계성이 없다는 점에서 섣불리 걸그룹 멤버를 강조하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이사는 “이런 기사에서 피해 보는 건 걸그룹 멤버다.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오빠가 지은 죄까지 동생이 엮여서 문제시될 이유는 없다”며 “해당 보도로 피해를 보는 이가 누군지를 언론은 먼저 생각하고 보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범죄를 저지를 때 자신의 동생이 걸그룹 멤버임을 악용했다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지만 그것도 아니다”며 “걸그룹 명을 제목에 부각하는 건 불필요한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기사 내용에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두 번 언급될 수는 있지만 제목에 다는 건 부적절하고 과도하다. 특히 걸그룹 이름은 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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