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7개월 만에 검찰에 출석해 "자유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를 저와 한국당이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주장하면서 언론의 빈축을 사고 있다. 폭력사태 주도, 의원감금 교사 등의 혐의로 검찰에 출석한 그가 나머지 한국당 의원 59명에 대한 조사를 자신에 대한 조사로 갈음해달라고 하는 등 정치적 구호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검찰 조사가 미온적이라는 비판도 함께 제기된다.

한겨레는 14일 사설 <의원 60명 중 나경원 대표만 '검찰 출석', 말이 되나>에서 13일 서울남부지검에 출석해 "여권의 무도함을 역사는 기억하고 심판할 것", "'자유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를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궤변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국회법에 따른 절차인 패스트트랙 저지를 사전 모의하고,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감금을 교사했다는 혐의를 받는 나 원내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과 관련, 13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한겨레는 "여당 시절 국회법에 회의방해죄 등 엄벌 규정을 도입한 게 바로 자유한국당임에도, 그 지도부는 지금까지 201일째 경찰과 검찰의 소환 요구를 거부하며 상식 밖의 행동을 보여왔다"고 비판했다.

의원이 아닌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검찰에 자진 출석해 묵비권을 행사하며 당 의원들의 불출석을 지시했고, 나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지도부는 패스트트랙 수사 대상 의원들에게 '공천 가산점'을 부여하겠다고 했다가 내외부 비판을 받고 철회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조사를 마친 후 한국당이 책임질 일이 있다면 원내대표인 자신이 지겠다고 말해 나머지 59명의 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검찰 조사를 자신에 대한 조사로 갈음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한겨레는 "법 집행이 국회의원들에게만 시혜적으로 이뤄질 수는 없다. 이제 나 원내대표 출석을 계기로 59명 의원도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이와 함께 한겨레는 검찰의 미온적 수사 태도를 비판했다. 한겨레는 "한국당 의원들이 여러차례 검찰·경찰의 소환을 거부했는데도, 검찰이 그동안 증거 수집을 위해 한 일은 <국회방송>을 압수수색한 게 거의 전부"라며 "검찰은 21대 총선 예비후보 등록일인 다음달 17일 이전에 관련 수사를 마치고 국회의원들의 기소 여부를 법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향신문은 같은 날 사설 <나경원 검찰 출석, 패스트트랙 수사 해 넘기면 안된다>에서 "검찰 문턱을 밟으면서까지 정치적 구호를 되풀이한 그에게선 국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데 대해 일말의 반성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면서 한국당 의원 조사불응 방침에 대해 "결국 정치적으로 어물쩍 뭉개고 넘어가자는 것인데,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조국 전 법무장관 수사에는 줄곧 엄정한 법 집행을 외쳐온 의원들이 자신들의 문제에는 눈을 빤히 뜬 채 법치를 유린하고 있다. 이런 오만과 이율배반이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국회 패스트트랙은 여야 간 법률안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폭력으로 밀어붙이거나 회의장을 점거하는 야만적 충돌사태를 더 두고볼 수 없다는 반성 끝에 마련한 제도"라며 "국회폭력을 막기 위해 만든 그 제도마저 폭력으로 짓밟고, 폭력의원들이 아무 처벌도 받지 않고 넘어간다면 선진화법은 휴지 조각이 되고 같은 행위가 되풀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향신문은 검찰의 엄중 수사를 촉구했다. 국회 선진화법의 유지 여부를 가를 이번 수사에서 검찰이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법의 엄중함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수사를 시작한 지 벌써 7개월이 지났다. 더 이상 질질 끌면 검찰도 비난을 피할 수 없다"며 "또다시 소환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받아서라도 강제수사에 나서야 한다. 내년 선거철에 들어가면 또 무슨 핑계로 버틸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나경원 검찰 출석… 한국당, 檢의 '조국 잣대' 피할 수 없다>에서 "민주당은 성역 없는 엄정하고도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들이댄 공정·정의·법치의 가치를 나 원내대표를 포함한 한국당 의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우리 역시 한국당이 '저항권'을 주장하려면 특권 뒤에 숨어선 안된다는 점을 누차 강조해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일보는 "검찰은 나 원내대표 조사와 그동안의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조사 대상 여야 의원 110명 중 혐의가 확실한 일부 의원들을 다음주쯤 기소할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 경우 다음달로 예정된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저지를 위한 한국당의 투쟁 동력은 약화하고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 한국당의 ‘의원직 총사퇴’ 운운은 자충수일 뿐"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정의당 지도부는 지난 12일 대검찰청을 방문해 패스트트랙 수사와 관련, 한국당 의원들을 조속히 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당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검찰이 왜 한국당 피의자들에게는 이렇게 머뭇거리는지, 제1야당 봐주기인지 눈치보기 수사인지 그 상황을 들어야겠다. 영상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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