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엄경철 KBS 신임 보도국장이 KBS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나와 “전달보다는 검증하고 따져보는 뉴스가 필요하다"며 "기자 인력의 50%를 출입처와 무관한 독립적인 심층 취재 공간으로 열어보겠다는 게 개인적인 포부”라고 밝혔다. 엄 보도국장은 지난 4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보도국 운영계획안에서 필요한 영역을 제외한 출입처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엄 국장은 12일 “대한민국 언론의 7,80%가 출입처에 의존하고 있다. 중요한 공적 정보이긴 하지만 모든 소스는 오염될 수 있다. 이를 검증하고 따져보는 행위보다는 전달하는 측면이 강해 뉴스가 모두 똑같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12일 KBS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엄경철 KBS 신임 보도국장 (출처=KBS)

엄 국장은 “청와대, 외교부 등 필수적인 부서를 남겨두고 출입처를 폐지하려 한다. 굳이 출입처를 가지 않더라도 공공기관 정보는 바로 받아볼 수 있다”며 “(주요 부서의) 뉴스 전달 기능을 담당하는 기자들과 출입처에 직접 가지 않는 독립 탐사 기자를 나눠 출입처에서 멀어지자는 두 가지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출입처 제도 폐지와 관련해 내부 반발이 많지만 각 부서에서 어느 정도 규모로 인력을 빼서 독립적인 취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지 논의를 시작한 상태다. 1차 검토 결과가 나오면 단계적으로 하나씩 실현해볼 계획이라고 한다.

엄 국장은 출입처 제도 폐지안은 조국 전 장관 보도,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인 김경록PB 인터뷰 논란과 연관되어 있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이 장관 후보자이기 때문에 언론의 관심이 높은 건 당연하지만 장관 검증 보도의 양적인 측면에서 과하다는 비판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며 “원인 중 하나가 출입처 제도에 있지 않나”고 말했다.

엄 국장은 KBS 보도가 “원오브뎀이 됐다”며 KBS의 현주소를 짚었다. 엄 국장은 “유튜브를 통한 1인 미디어 등 채널이 늘어나 굉장한 영역에서 전문가들이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다. 시민들이 단순한 수용자가 아니고 찾아다니며 소비하기에 굳이 KBS의 저 정도의 정보, 저 정도의 깊이의 뉴스를 찾아볼 이유가 없어지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느껴진다”고 했다.

논란이 됐던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인 인터뷰 왜곡 논란과 관련해, 지난 11일 보도국 자체 1차 조사보고서가 나왔다고 밝혔다. 인터뷰를 한 법조팀 기자, 데스크, 당시 보도국장을 거친 심층 인터뷰와 외부 자문을 받은 결과가 조사 보고서에 담겨 있다. 이를 12일 보도국장과 본부장, 기자협회가 함께 논의해 시청자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엄 국장은 “시청자위원회가 이를 바탕으로 저널리즘 행위가 어떻게 개선되야 하는지 권고를 하는 수순으로 갈 것 같다”고 밝혔다.

독도 헬기 추락사고 영상 미제공 논란에 대해 “피해자에 대한 보도 감수성이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엄 국장은 “문제가 되는 건 당시 촬영했던 KBS 직원의 개인적 판단과 촬영된 영상을 보도국에서 습득해 보도하게 된 공적 행위 둘 다”라며 “영상이 어떤 과정을 통해 습득했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정보를 제대로 못 받은 채 보도를 했는데, 우리의 보도 영상이 유족 피해자에게 고통을 주는 흉기가 되어버린 셈”이라고 했다.

이어 “단독 보도는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며 “특히 재난에 가까운 사고로 공적 행위를 하다가 피해를 본 분들이어서 감수성이 높아야 하고 실제로 보도를 하는 과정에서도 감수성이 높아야 하는데 우리가 과거의 관행, 보도 중심주의, KBS 중심주의가 너무 강한 것 아니냐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수신료 분리징수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 명이 넘었다는 소식에 대해 엄 보도국장은 “내부에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과거 수신료 분리징수 이야기는 정치적인 이유가 깔려 있는 주장으로 분류됐지만, 지금은 결이 다르다. 국민들이 스스로 발제했고 숫자가 늘어 20만 명이 넘었다는 것이 충격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엄 국장은 조만간 평일 <뉴스9>앵커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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