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선거제도 개혁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1표의 가치가 공정하게 반영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은 양심적인 학자, 시민사회단체들이 대부분 찬성하는 개혁 방향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되어야 일하는 국회도 만들 수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각 정당이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받게 되므로, 정책으로 경쟁하게 될 수밖에 없다. 지역구만 관리하는 국회의원은 ‘해당 행위’를 하는 셈이 되므로, 자연히 그 정당 내에서 입지를 잃게 된다. 따라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은 무능하고 부패한 국회를 바꿀 거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국회의원 특권 상징 금배지(연합뉴스)

그런데 선거제도 개혁에 반대해 온 자유한국당은 의원 숫자를 갖고 발목을 잡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려면 의원수 증대가 필요한데, 이것은 국민들이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은 국회의원 숫자를 300명에서 270명으로 줄이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선거제도 개혁을 방해하기 위한 속보이는 전략이다. 국민들이 국회의원을 싫어하는 이유는 특권 때문인데, 자유한국당은 특권 폐지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의 경과를 보더라도, 자유한국당의 태도는 속보이는 것이다. 작년 12월 15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다른 4개 정당과 합의서를 작성했다.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그 합의서에는 ‘의원정수를 10% 범위 내에서 늘리는 것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작년까지는 자유한국당도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 무조건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막상 선거제도 개혁이 가시화되려 하니까 자유한국당은 의원 숫자를 줄이는 카드를 꺼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에 반대할 논리가 부족하니까, 국민여론을 핑계로 선거제도 개혁을 무산시키려는 의도로 ‘의원정수 축소’를 꺼낸 것이다.

이런 국면에서, 선거제도를 개혁하고 국회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의 300명으로도 선거제도 개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330명으로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면 선거제도 개혁도 쉬워지고, 일을 제대로 하는 국회를 만들기에도 낫다.

사실 선거제도 개혁이 아니더라도 국회의원 특권을 폐지하고 숫자를 늘리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숫자는 절대로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OECD 국가 평균 인구 10만 명당 1명의 국회의원을 뽑는데, 대한민국 인구가 5천만 명이 넘은 것을 고려하면, 300명의 국회의원 숫자는 너무 적다.

오죽하면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라는 상임위원회가 있을까? 현대 국가에서 환경 따로, 노동 따로 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환경과 노동을 묶어서 상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 국회의원 숫자는 적은 편이다.

방법은 있다. 여론의 지지를 얻으려면, 국회의원 특권을 선폐지하는 것이다. 지금 국회에서 심의 중인 2020년 예산부터 국회의원 연봉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 현재 1억 5천만 원이 넘는 국회의원 연봉을 1억 원 수준으로만 낮춰도 국회의원 숫자를 상당히 늘릴 수 있다. 개인보좌진 규모를 9명에서 7명으로 줄이겠다는 것도 로드맵으로 제시하면 된다. 내년 4월 15일 총선을 통해 선출되는 21대 국회부터 그렇게 하면 된다.

또한 국회의원들의 낭비성 해외 출장을 줄이고, 전직 국회의원들에게 지급되는 편법 연금을 없애고, 각종 예산사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의 조치도 필요하다. 그렇게 하면 절감되는 예산으로 380명의 국회의원을 둬도 된다.

이렇게 특권을 선폐지하면 국민여론도 반전될 수 있다. 특권을 선폐지하고 국회 예산을 현재 수준에서 동결한다면, 국민들도 국회의원 증원에 반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목소리가 집권 여당 내에서 나오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선거제도 개혁과 검찰개혁을 성사시키는 것이 중요하지, 자신들의 밥그릇이 중요한가?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들이 특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이면서, 선거제도 개혁과 국회 개혁을 국민 앞에 약속하는 것이야말로 지금의 혼란한 정국에서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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