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유재석이 만든 비트 하나로 시작된 나비효과는 결국 신해철까지 소환했다. 의외의 전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지난주 예고편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김태호 피디의 큰 그림은 놀랍기만 하다. 결국 그가 생각하는 한국 대중음악이 무엇인지 '신해철'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유재석이 송가인과 만나는 상황도 많은 시청자들이 반가워 했을 듯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강렬하게 다가온 것은 역시 '신해철'이었다. 김태호 피디가 유재석의 비트 하나로 시작한 '유플래쉬'는 단순한 도전이 아니었다. <무한도전> 시절에도 보여주었던 그 함의가 잘 녹아 있었다는 점에서 중요했다.

'유플래쉬'는 단순하게 유재석이 드럼을 치고 무대에 오르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곡 하나가 만들어지는 과정, 김 피디가 원하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그 과정에 있다.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 있음을 <무한도전> 시절부터 말해왔다.

하나의 음악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이들의 고통스러운 창작의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 속에 담겨 있는 음악을 짜내서 만들어낸 값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그 과정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반갑고 고맙다.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음악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익숙한 뮤지션이지만 대중적이지 않은 이들을 만난 것도 반갑다. 실력 좋은 뮤지션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은 즐거운 일이다. 음악의 다양성이 보장된다면 더 많은 천재들을 우리는 만날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그 뛰어난 음악인들이 모여서 하나의 완성된 곡을 만드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완성된 음악만 소비하는 현실에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곡 하나가 나올 수 있는지 알게 해준 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이다. 유희열이 음악인들을 대신해 유재석과 제작진에 감사를 표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화려한 무대 뒤에는 수많은 이들의 노고가 있다. 작사 작곡, 편곡과 프로듀싱 과정, 그리고 세션들의 노력과 음악 엔지니어들까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수많은 이들이 모여 집중해서 얻은 것이 하나의 곡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노래 한 곡이 얼마나 위대하고 값진 성과물인지 깨닫게 된다. 이를 알게 해준 '유플래쉬'는 그래서 고맙다.

결국 김태호 피디는 이를 위해 유재석에게 드럼을 치도록 요구했는지도 모른다. 바로 신해철 말이다. 여전히 신해철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다. 그만큼 떠나보내기 아쉬웠던 마왕, 그런 신해철을 추모하는 가장 좋은 것은 당연하게도 음악이다.

'마태승 콘서트'가 열렸다면 어땠을까? 팬들이 원해서 준비되었던 콘서트였다. 팬들이 요구하고 신해철이 받아서 진행하던 콘서트. 마지막으로 이승환이 승낙하면서 이 꿈의 콘서트는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일주일 후 마왕은 우리 곁을 떠났고, 이 꿈의 콘서트는 정말 꿈이 되고 말았다.

빨리 답을 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을 부채를 안고 있었다는 이승환은 기꺼이 제작진의 요구에 응했다. 신해철의 '미발표곡인 아버지와 나 Part3'가 바로 그곡이다. 내레이션만 존재하는 이 곡을 이승환과 하현우가 아주 멋진 곡으로 완성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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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은 신해철이 시도했던 원맨 아카펠라 곡인 'A.D.D.A'와 같은 방식으로 곡을 완성했다. 무려 600번의 클립으로 완성된 곡이다. 이승환의 방식 그대로 하현우도 녹음을 했으니, 이들이 쌓아 올린 이 노래들은 오직 한 사람 신해철을 위한 헌정이었다.

산 자와 죽은 자가 모여 만들어낸 '스타맨'은 그래서 위대했다. 이승환이 얼마나 고뇌를 했는지 곡은 말하고 있다. 노래만 이틀 동안 불렀다니 놀라울 정도다. 완벽하게 어울리는 이들은 마치 살아있는 이들이 함께 노래를 하는 것처럼 다가올 정도였다.

나지막한 신해철의 목소리에 혼을 담은 이승환과 하현우의 목소리는 완벽한 하모니였다. 가장 아름다운 추모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제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스타맨'에서 이승환이 노래로 이야기하듯, 그는 여전히 우리 곁에 존재한다.

김태호 피디의 큰 그림은 위대함을 만들어냈다. 현존하는 최고의 뮤지션들과 다양한 작업을 하고 그 결과물을 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 김 피디는 이승환을 통해 신해철을 소환했다. 결국 유재석의 그 짧은 비트는 고인을 무대 위로 올리는 이유가 되었다.

현대 대중음악의 중심에 신해철이라는 위대한 음악인이 있었다고 김태호 피디는 이야기하고 있다. 그 위대함이 곧 현재의 우리를 만들었다는 메시지는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김 피디가 그린 거대한 그림은 그래서 더욱 강렬하게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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