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윤석열·윤중천 연루 의혹’을 보도한 한겨레·취재기자를 고소한 것과 관련해 “윤 총장이 검찰을 자신의 명예 회복 수단쯤으로 여기는 위험한 발상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한겨레는 <[단독]“윤석열도 별장에서 수차례 접대” 검찰, ‘윤중천 진술’ 덮었다> 보도에서 “(윤중천이 윤석열에게 접대했다는 증언이 담긴) 과거사위 조사를 넘겨받은 검찰이 수사는 고사하고 내부 감찰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썼다. 한겨레는 후속 보도에서 ‘윤석열’의 이름이 적힌 최종보고서 내용 일부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은 한겨레, 취재기자, 보도에 관여한 성명불상자를 고소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해당 언론사가 취재 과정을 다 밝히고 공식 사과를 같은 지면(1면)에 해 주면 고소를 유지할지 재고해보겠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서부지검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에 대해 언론시민단체들은 윤석열 총장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22일 <윤석열 검찰총장은 한겨레에 대한 명예훼손 형사처벌 시도를 중단하라> 성명에서 “현직 검찰총장이 언론에 ‘공개 사과하라. 그럼 봐 주겠다’는 식으로 으름장을 놓았다. 이는 검찰의 수사권을 자신의 명예 회복 수단쯤으로 여기는 위험한 발상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언론연대는 “검찰총장이 고소한 사건을 그의 지휘하에 놓인 검찰이 직접 수사하게 되어 이해충돌에 해당하며 하명수사와 다름없다”면서 “고위공직자에 대한 언론의 감시활동을 형사처벌하려는 시도는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켜 사회에 해로운 결과를 초래한다. 더구나 고소 취하를 빌미로 언론에 특정 지면과 사과 방식을 요구한 행위는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 원리에 위배되는 권력 남용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언론연대는 “검찰총장 역시 언론 보도에 따른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법적 구제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하지만 부당한 방식으로 정의는 회복되지 않는다”면서 “반론권 행사, 언론중재위원회 절차 등 민주적 해결 절차를 외면하고, 검찰수사를 고집한다면 보도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정당성마저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2일 <논란의 검찰총장 발언, 부적절한 언론관 노출된 건 아닌가> 논평에서 “‘무소불위’ 검찰 권력의 언론관이 노출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규탄했다. 민언련은 “윤 총장 개인이 억울한 점이 있다고 해도 수사‧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총장 본인의 조직이 직접 움직이는 일은 자중해야 한다”면서 “검찰을 앞세워 수사부터 시작한 것은 검찰권의 남용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한겨레 보도에 문제가 있다면 김학의 사건 재수사의 당사자인 검찰이 검찰 과거사위와 함께 자료들을 다시 검토하여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면 그만”이라면서 “정권에 발맞춰 언론을 탄압한 전력이 생생한 검찰이 하물며 자기 조직 수장이 제기한 소송에는 오죽하겠느냐는 의심이 일 수밖에 없다. 윤석열 총장은 자신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검찰 개혁을 위해서라도 논란의 발언을 철회, 사과하고 언론사에 대한 소송전을 중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대검찰청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 김학의사건팀 외부단원 일동은 21일 성명을 내고 “수사를 상명하복 조직체계에 속한 검사들이 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검찰총장의 고소와 동일한 결론을 정하고 수사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21일 논평에서 “검찰을 지휘하는 위치에 있는 검찰총장이 자신의 평판 보호를 위해 자신의 영향력이 매우 크게 미치는 검찰을 동원해 개인의 사건을 해결하려 한다는 면에서 더욱더 문제가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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