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김경록 인터뷰’ 논란을 둘러싸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KBS 법조팀 사이에 벌어진 공방을 두고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20일 KBS1TV '저널리즘 토크쇼 J'에 출연한 정연주 전 KBS사장을 포함한 패널들은 KBS의 대응에 대해 “납득이 안 된다”, “언론으로서 보일 태도가 아니다”라고 했다.

20일 KBS1TV<저널리즘 토크쇼 J>에 출연한 정연주 전 KBS사장 (출처=KBS)

앞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PB)인 김경록 씨는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검찰과 KBS법조팀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KBS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며 법적 대응에 나선다고 밝혔고, 이후 조사위원회를 꾸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유시민 이사장이 지난 10일 김경록 씨와의 인터뷰 전문을 공개하며 반박하자 KBS는 같은 날 자사 홈페이지에 인터뷰 전문을 공개하고 보도 경위를 <뉴스9>에서 밝혔다.

정연주 전 사장은 KBS가 인터뷰 녹취록을 공개한 것에 대해 “KBS 구성원 내에서는 법조팀 기자들과 다른 견해도 많았다. 일부 기자들의 의견이 9시 뉴스에 나간 건 심각한 일”이라며 “9월 10일·11일자 기사와 무엇이 다르냐. 방어적이고, 검찰의 시각과 프레임에 매몰된 내용”이라고 했다.

정준희 한양대 신문방송대학 겸임교수는 ‘알릴레오’가 녹취록을 공개하자 KBS가 뒤따라 공개한 건 부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성급했고 형식도 부절적했다"며 "(해당 리포트에서) 9월 10일 리포트를 다시 반복하는 건 KBS 기자들이 제대로 보도했다는 걸 강조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KBS는 지난 10일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KBS, ‘정경심 자산관리인’ 김경록 인터뷰 녹취록 공개>보도에서 법조팀이 검찰에 확인한 내용 2가지를 밝혔다. ‘정경심 교수가 2017년 초 김 PB에게 먼저 코링크 PE의 투자제안서를 들고 왔다는 내용이 검찰이 확보한 자료나 수사 내용에 비춰 사실에 부합하는지’ 여부와 ‘정 교수가 사전에 사모펀드 투자 내용을 알았다면 이것이 자본시장법과 공직자윤리법에 저촉되느냐’ 등이다.

KBS가 검찰에 확인한 내용에 대해 정준희 교수는 “언론은 유력 정치인의 이야기를 따옴표 안에 넣어 보도하며 그 발언의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며 “이와 달리 김경록 씨는 허위 사실을 언급할 우려가 있고 방어권을 고려해서 검찰에 물었다고 하는데 이는 김 씨를 인터뷰 대상자가 아닌 취조 대상자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KBS는 김 씨의 검찰 진술이 자신들의 인터뷰 내용과 같았는지 물어본 것”이라며 “검찰수사 방향이 자본시장법, 공직자윤리법에 맞춰져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보도한 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최욱 팟캐스트 진행자는 “납득이 불가하다.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정경심 교수와 김 PB뿐인데 검찰에 확인한다는 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라며 “자본시장법과 공직자윤리법 위반 여부는 전문가에게 물어보면 되지 왜 검찰에 물어보냐”고 물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은 검찰에 기소되기 전 언론에 의해 ‘여론재판’을 받았던 자신의 사례를 언급하며 KBS 법조팀의 취재 과정을 비판했다. 정 전 사장은 임기 말이던 2008년 검찰로부터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당해 강제 해임된 뒤 2011년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정 전 사장은 “기소장이 나오기 한 달 전부터 언론(조선일보)에 의해 1500억을 배임한 ‘확정범’으로 비판 받았다”며 “재판장에 가면 검찰의 피의사실은 그냥 하나의 주장일 뿐인데 이를 검찰 출입 기자들은 범죄로 확정된 것처럼 받아 쓴다”고 말했다. 이어 “KBS가 칼자루를 쥔 검찰에 범죄가 구성되는지 확인하려 한 건가? 그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KBS의 입장문이 시청자의 의문을 해소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녹취록을 모두 본 시청자들은 ‘왜 KBS 리포트에 보도된 내용 외에는 다 버렸느냐. 취재 편의주의냐. 검찰과 닮아있다’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데 이를 빼놓고 입장문을 냈다”며 “질문에 대한 답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지금 KBS는 다각도로 사실확인을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반성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준희 교수는 “KBS가 유튜브에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건 스스로 자신을 낮춘 것”이라며 “KBS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 언론은 취득한 그대로를 보도해야 하고 인터뷰 대상자에게 프로그램 내용과 취지를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세워둔 원칙인데 잘 지켰냐. (KBS가 보여준 모습은) 낮은 수준의 언론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고 비판했다

20일 KBS1TV<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 정연주 전 사장이 분석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발언 (출처=KBS)

KBS가 ‘알릴레오’와의 공방 초기에 법적 조치를 꺼낸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정연주 전 사장은 “유시민 이사장의 발언이 셌지만 헤아렸어야 한다”며 “KBS가 법적 조치를 꺼낸 건 이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전 사장은 ”언론은 늘 비판하는 입장에 있어야 하는데 비판받으면 견디질 못한다.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이 토론하고 공론화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다 생략하고 소송으로 간다? 이건 언론이 가야 할 길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 전 사장은 KBS뿐 아니라 대다수 언론이 ‘검찰 프레임’에 갇혀 있어 이를 벗어나려면 ‘출입처 시스템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사장 “수사 브리핑 제도를 활용한 전례가 있으니 피의사실 유출을 엄격히 처벌하고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한 브리핑 제도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KBS 구성원에게 “디지털 시대에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어야 한다. 보도도 그렇고 프로그램 만드는 것도,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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