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와 관련해 언론의 역할과 자기성찰을 언급하자 보수야당과 보수언론 등지에서는 대통령이 자신의 책임을 언론에 떠넘겼다는 식의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조국 정국'에서 이른바 '검찰발 보도' 논란으로 '검찰개혁'과 함께 '언론개혁' 구호가 떠오르고, 출입처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지만 일부 언론은 성찰보다 정파적 해석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14일 문 대통령은 조 장관 사의표명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면서 "그런 가운데에서도 의미가 있었던 것은 검찰 개혁과 공정의 가치, 언론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언론 스스로 그 절박함에 대해 깊이 성찰하면서 신뢰받는 언론을 위해 자기 개혁의 노력을 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음날인 15일 조선일보는 사설 <'조국 사태' 만든 文, 사과 한 마디에 남 탓 열 마디>에서 "문 대통령은 심지어 조국 사태를 보도해온 언론에 '성찰'을 요구했다"면서 "성찰은 무능한 국정과 이해할 수 없는 아집으로 나라와 국민을 힘들게 만든 문 대통령이 해야지 왜 기자들이 해야 하나. 지금 남 탓할 처지인가"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 사설에서 '김경록 인터뷰' 논란이 일고 있는 KBS와 '조국 보도 참사' 기자 성명이 붙었던 한겨레신문을 '지금 정권의 응원단'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KBS와 한겨레신문에서조차 조국의 문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고 일선 기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KBS와 한겨레신문 기자들에게 성찰을 요구하는 건가"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 기사 <언론 개혁하라는 文대통령, 조국 보도에 불만 표시>에서 "청와대와 여권은 그간 조 전 장관 일가 의혹을 둘러싼 언론보도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해 왔다"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친여언론인 김어준씨 등 친문 인사들이 이번 '조국 사태' 중반부터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의혹 보도 대부분을 '가짜뉴스'라고 매도했던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고 해석했다.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야당들이 "'언론이 자기 개혁을 위해 노력해달라'는 작심 훈계 발언은 조 전 장관 의혹 보도 등 불리한 뉴스는 가짜 뉴스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14일 논평에서 "'언론이 자기개혁을 위해 노력해 달라'는 작심 훈계발언은 조국 사태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모르는 대통령의 무지한 인식의 발로"라고 했다.

조선일보 10월 15일 <언론 개혁하라는 文대통령, 조국 보도에 불만 표시>

중앙일보는 이날 기사 <문 대통령 "조국·윤석열 환상적 조합, 꿈 같은 희망 됐다">에서 "언론 개혁에 직접 뛰어든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달리 언론의 자정을 강조한 것이기는 하나, 사실상 '언론=개혁대상'이란 인식을 명확히 한 셈"이라고 했다. 이어 중앙일보는 "이는 최근 KBS의 검찰발 보도를 문제삼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연일 기성 언론을 비판하고 있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등 '친문 스피커'들의 인식과 맥이 닿아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나쁜 선례 남긴 조국사태… 갈라진 사회, 상처입은 민심>에서 "'언론 스스로 깊이 성찰하면서 신뢰받는 언론을 위해 자기 개혁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한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논평했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게다가 언론의 자기개혁 노력까지 주문했다. 조국 사태는 조 장관 일가가 온갖 특권을 누리며 반칙을 반칙을 저질렀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대통령이 장관 임명을 강행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했고, 매일신문은 "조 장관 사퇴를 마치 언론 책임으로 돌리는 화법을 구사해 국민적 실망감을 더했다"고 했다.

반면 '언론개혁'을 시대적 과제로 인식하고 노력을 다짐한 언론사도 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 <'조국 사퇴', 이제 혼란과 갈등 접고 검찰개혁 완성해야>에서 "'조국 사태'는 검찰개혁 못지않게 언론개혁도 시급한 과제임을 일깨워줬다"며 "시민들은 의혹 부풀리기, 인권침해, 검증되지 않은 피의사실 유포 등 무책임한 보도를 쏟아낸 언론에 대해 실망과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언론은 깊은 자성과 성찰을 요구받고 있고, 이에는 '경향신문'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신뢰받는 언론이 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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