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T에서 진행 중인 차기 회장 선출 절차가 황창규 현 회장의 후계자 선출로 귀결되는 것 아니냐는 내부 비판이 나온다. KT 새노조는 황 회장 비서실장 출신 김인회 KT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의 차기 회장 심사위원회 참여를 주요 문제로 삼고 있다.

KT새노조는 18일 KT 이사회에 면담을 요청하는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서한에는 차기 회장 선출 절차에 대한 KT새노조의 우려가 담겼다. KT새노조는 서한에서 "내부 성원들 눈에는 지금의 절차가 KT의 미래를 열어 젖힐 신임 CEO를 뽑는 절차가 아니라 황창규 회장의 적폐경영을 감추기 위한 후계자 임명 절차로 보이는 게 현실"이라며 "특히 내부 의견수렴 과정과 황 회장 경영에 대한 평가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후임자 선출은 황을 위한, 황에 의한 황의 후계자 선출이라는 냉소적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사진=연합뉴스)

KT새노조는 이 같은 우려가 이는 주요 원인으로 김인회 KT 사장이 차기 회장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김인회 사장은 황 회장 비서실장 출신으로, 황창규 회장의 '오른팔'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KT는 지배구조위원회, 회장후보심사위원회 등의 과정을 거쳐 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차기 회장을 선임한다. 현재 김인회 사장은 사내이사로서 유일하게 지배구조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회장후보심사위원회도 사외이사 전원과 사내이사 1명으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김인회 사장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KT새노조는 "만시지탄이지만 황의 복심으로 알려진 김인회 사장은 회장 심사과정에서 배척되어야 한다"면서 "차기 CEO 선출이 황의 후계자 선출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으뜸 원인은 영원한 황의 비서실장 김인회 사장에 있는 만큼 그가 계속 관여하는 CEO 선출은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또 KT새노조는 황 회장과 함께 회사를 운영해 온 내부 임원들 중 지배구조위원회에서 후보로 추천된 이들은 회장직에 탈락할 경우 '책임 경영' 차원에서 KT를 떠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KT새노조는 "CEO에 지원했다가 떨어져도 계속 KT에 남아 차기를 노리며 여기 저기 줄대고 패거리짓는 임원 행태가 KT를 망친 원인의 하나"라며 "CEO 후보에 추천된 내부임원들이 최선을 다해 회장직에 도전하되 최종적으로 회장에 선임되지 못할 때 스스로 물러나는 책임 경영 문화를 이사회가 만들어줄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KT가 정치권 인사와 전직 고위공무원 등에게 자문료를 지급해 로비를 시켰다는 의혹을 조사 중인 경찰은 17일 김인회 사장과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을 소환조사했다. 구현모 사장은 황 회장의 두 번째 비서실장 출신으로 현재 차기 회장 후보 물망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경영고문 로비 의혹과 관련해 황 회장의 비서실이 개입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