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인사청문회 무산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전례없는 기자간담회가 열린 것은 형식상 검증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간담회 개최가 불가피했더라도 인사청문회 개최를 합의해 내지 못한 여당과 조 후보자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국 후보자 인사청문회 무산과 기자간담회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책임 또한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 지도부가 조 후보자 가족 증인 채택 문제를 두고 여당과 인사청문회 일정 합의를 못 본 탓에 검증의 기회를 놓치고, TV 중계로 간담회를 구경하는 신세가 됐다는 것이다. 한국당이 청문회를 지연시킨 이유로는 '조국 정국'을 추석 밥상에 올리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증인 출석 요구 '87→93→25→22명'… 전략실패 한국당, TV로 간담회 구경> 조선일보 9월 3일 정치 02면.

3일 조선일보는 <증인 출석 요구 '87→93→25→22명'… 전략실패 한국당, TV로 간담회 구경>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무기력한 한국당'이라는 부제를 달아 한국당 지도부를 향한 내부 비판 목소리를 전했다.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선 '조 후보자의 일방적 변명 무대만 열어준 것 아니냐' '당 차원에서 조 후보자 의혹의 법적 문제를 직접 다퉈볼 기회조차 갖지 못해 허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국민이 국회에 부여한 청문 권한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할 수가 없다", "국회 청문회에선 조 후보자가 위증을 할 경우 처벌을 받게 되고 발언 시간도 제한을 받게 된다. 이런 식의 기자간담회는 조 후보자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수 있는 구조" 등 한국당 내 의원들의 반응을 전했다.

중앙일보는 같은 날 <조국 해명에 판 깔아준 여당, 시간 끌다 청문회 놓친 야당>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박지원 대안정치연대 소속 의원의 말을 빌려 한국당을 비판했다. 박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기 꾀에 자기가 속는다'는 속담을 한국당이 실천했다"며 "이제 와서 증인 빼준다니 이미 '청문회 열차'는 떠난 뒤다. 역시 버스 지나니 손 흔드는 한국당"이라고 꼬집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한국당의 태도를 비판하며 대승적 차원에서 인사청문회 일정을 다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 <국민 향해 직접 해명 나선 조국 후보자>에서 "'국민 청문회'란 형식의 기자간담회를 연 건, 한국당이 무수한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가족 증인'을 빌미로 청문회를 회피했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그렇더라도 청와대와 민주당은 국민 공감을 얻기 위해 좀 더 전향적인 대응을 하는 게 필요하다. 재송부 기간에라도 여야가 인사청문회 개최를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법사위원들이 2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향신문은 사설 <'조국 기자간담회'가 인사청문회를 대신할 수 없다>에서 "사태가 여기까지 온 데는 한국당의 책임이 크다. 그러니 기자간담회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청와대와 여당의 주장을 탓할 수만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조국 이슈는 이제 조 후보자 개인의 문제를 넘어 진영싸움이 됐다.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할 태세라는데 이대로 임명 절차로 가서는 국론분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청와대와 여당은 대승적 차원에서 인사청문회 일정을 다시 잡는 방안을 검토하기 바란다"고 했다.

애초 2~3일로 합의된 청문회 일정은 법정시한을 넘겨서는 안된다는 민주당의 강경입장에도 불구하고 '9월 초'를 고집하는 한국당의 입장 등으로 국회 법사위 여야 간사들이 합의해 도출한 일정이었다. 이에 한국당은 조 후보자 가족 포함 87명에 달하는 증인채택을 요구했다. 한국당은 '가족을 증인으로 불러서는 안된다는 법은 없다'는 이유를 들며 '가족청문회' 요구를 지속했다. 증인채택 문제로 사실상 청문회가 무산되자 이번에는 가족을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겠다며 청문회 일정을 다시 뒤로 미뤘다. 그 사이 조 후보자 관련 기사는 쏟아졌다.

한국당이 국회 법사위 논의 때부터 청문회 일정을 지연시키려 한 정황은 지속적으로 포착돼 왔다. 이에 대해선 이른바 '조국 정국'을 어떻게든 추석 밥상에 올려 내년 총선 전략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 후보자와 여당의 전례없는 기자간담회 개최가 나름의 명분을 얻게 된 직접적 계기는 한국당이 청문회를 정략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보수언론 사설에서는 자사 보도와는 맥이 다른 주장이 나왔다. 한국당의 증인 채택 양보로 인사청문회 성사 가능성이 열렸으나 조 후보자와 여당이 간담회 개최를 강행했다는 식의 주장이다.

9월 3일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 관련 조선·중앙·동아일보 사설.

조선·중앙·동아일보 등은 3일자 사설에서 전날 조 후보자 기자간담회 개최를 질타했다. 사설 제목을 살펴보면 <이런 쇼 하지 말고 그냥 조국 임명하고 그 책임을 지라>(조선일보), <'꼼수 간담회'로 조국 초법적 임명 강행하겠다는 건가>(중앙일보), <형식은 오만하고 내용은 맹랑한 '조국 셀프 청문회'>(동아일보) 등이다.

조선일보는 "야당이 가족 증인을 양보할 테니 청문회 날짜를 다시 잡자고 했지만 민주당은 청문회를 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며 "조 후보자가 자청했던 기자간담회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기자는 아무 강제 수사권이 없다. 의혹 대상자가 '몰랐다'고 하면 더 추궁할 방법이 없다. 거짓말을 해도 법적 책임도 없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여권이 갑작스레 '꼼수 간담회'를 밀어붙이면서 법적 절차인 청문회를 무시한 채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이란 의심은 커지고 있다"면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증인 채택 양보안에도 민주당이 "시기를 문제삼으며 이를 거부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전광석화처럼 간담회를 밀어붙였다"고 했다.

동아일보 역시 "조 후보자가 어제 국회에서 기습적으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며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조 후보자 모친과 아내, 딸의 증인 출석을 제외한다고 밝혀 인사청문회 성사 가능성이 열렸으나 더불어민주당과 조 후보자는 당초 여야가 합의한 2, 3일 개최가 무산됐다는 이유로 기자간담회를 강행했다. 여당이 나서서 사실상 국회 청문회를 갈음하는 일방적인 해명 자리를 마련해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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