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14시간에 걸친 인사청문회가 종료됐다. '이념 편향성', '가짜뉴스 대책'이 청문회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한 후보자의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공동대표, 진보성향 매체 사건수임, 학생운동 이력 등을 거론하며 이념 공세를 이어갔다. 청문보고서 채택 가능성은 낮게 점쳐지지만 한상혁 후보자가 낙마해야할 결정적 한방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방송계 조국", "생계형 좌파"… 자유한국당의 '이념공세'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자정이 가까워서야 종료됐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함께 한 후보자를 집중 검증 타깃으로 삼겠다고 밝혀온 한국당은 정책 검증보단 '이념 편향성' 문제제기에 집중하며 한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한국당의 비판근거는 한 후보자의 이력이었다. 민언련 공동대표, 진보성향 매체 사건 수임, 학생운동 이력 등을 볼 때 한 후보자는 '좌파'이기 때문에 방송의 공정성을 수호하는 방통위원장직을 수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한국당의 주장이다.

윤상직 한국당 의원은 한 후보자가 민언련 공동대표이던 시기 민언련에서 나온 성명과 논평 등이 편향됐다며 "편향된 시각을 가진 사람은 방통위원장으로서 부적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성중 한국당 의원은 "후보자는 편파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방통위원장으로서 중립성·독립성·공정성을 확보할 만한 인물이 아니다"라면서 "학교 다닐 때는 완전 운동권이었다. 주사파였냐"고 물었다. 군사정권에 저항하는 학생운동을 해 강제징집 당한 한 후보자를 향해 '색깔론'을 펼친 것이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당 의원들은 뜬금없이 한 후보자를 "방송계의 조국"이라고 일컫기도 했다. 정용기 한국당 의원은 "'조로남불'(조국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에 이어 '한로남불'이라는 얘기가 나올지경이다. 언론계의 조국"이라고 했고, 박대출 한국당 의원은 "방송통신계 조국이라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의를 이용한 질타에 나섰다.

'민언련 활동 이력이 자랑스럽냐'는 질의에 한 후보자는 "자랑스럽다고까지 말할 것은 없지만 잘못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민언련은 나름대로 저널리즘 원칙에 충실한 언론을 찾고자 노력하는 곳"이라고 답했다.

한국당은 한 후보자가 변호사로서 수임한 미디어 분야 사건 수임에 대해서도 정치적 편향 문제를 제기했다. 2006년부터 2019년까지 총 수임사건 2017건 중 미디어 분야 사건 수임 현황은 MBC 61건, 오마이뉴스 34건, 미디어오늘 16건, KBS 6건, 세계일보 4건 등으로 다수의 '좌파언론' 사건을 수임해 문제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박성중 의원은 "'생계형 좌파' 변호사로서 성공해 인생 역전을 했다. 변호사로서도 18년간 일하면서 1800건을 수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은 한 후보자의 재산이 1800건의 수임 사건 양에 비해 7억 원밖에 되지 않는다며 재산은닉 의혹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한 후보자는 1800건 사건 수임의 경우 법무법인 '정세'로 수임된 건이 상당부분 있어 사건 전부가 자신의 사건이 아니며, 미디어분야 사건의 경우 수임료가 높지 않다고 답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독재시절 학생운동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애쓴 것이 죄처럼 다뤄져 마음이 무겁다. '토착왜구'는 들어봤어도 '생계형 좌파'라는 말은 오늘 처음 듣는다"고 씁쓸해하기도 했다.

다만 언론사 사건수임과 관련, 한 후보자는 MBC의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재임 시절 MBC 사건을 변호한 것에 대해서는 "소홀했다"며 사과했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과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MBC를 관리감독하는 방문진 이사가 MBC 소송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한 후보자는 당시 맡았던 사건들은 항소, 상고로 이어져 온 사건들이 많았고, 방문진 이사로서 지위를 남용해 사건을 맡은 것도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이해가 상충되는 부적절한 수임이라는 지적에는 사과했다.

한편, 한국당은 한 후보자 사건 수임과 관련해 상세한 자료제출이 이뤄지지 않는 한 청문보고서 채택 합의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과방위 한국당 간사 김성태 의원은 "수임자료 내용 파악이 어렵고, 결격사유에 해당하는지 검토해야 할 부분이 많아 추가자료가 더 필요하다"며 "청문회 종료 후에도 법적 조치를 비롯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검증하겠다. 최대한 자료제출을 할 것을 요청한다. 그 전에는 어떤 합의나 의결은 없다"고 말했다.

여·야 불문 '가짜뉴스' 대책 문제제기…"방통위 규제 권한 없다"

한 후보자의 허위조작정보 대책 입장에 대해서는 국회 여·야를 불문하고 각자의 입장에 따라 공세를 펼쳤다.

앞서 한 후보자는 내정 직후 이른바 '가짜뉴스' 문제에 대해 "표현의 자유 보호 범위 밖"이라며 '규제 주체를 정부라고 보느냐'는 질의에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자료에서 "방통위가 직접 규제할 수 없다"며 기존 자율규제와 미디어 리터러시 중심의 관련 대책을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강력 대책을 주장하는 민주당과 보수 유튜브에 대한 규제를 의심하는 한국당 등 정치권 여·야가 각자의 입장에서 한 후보자 검증에 나선 것이다.

한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서면질의 답변대로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방통위가 직접 규제할 권한은 없으며, 현재 방통위에서 진행 중인 '허위조작정보 전문가회의'를 통한 사회적 합의 도출, 미디어 리터러시 중심의 대책 마련에 힘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광온 민주당 의원은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 그런 수준에서 접근하는 것은 좀 한가하게 들릴 수 있다"며 일례로 유튜브발 가짜뉴스를 지목, 인터넷 플랫폼사업자에 대한 허위조작정보 규제를 주장했다.

반면 윤상직, 박대출 등 한국당 의원들은 이효성 현 방통위원장의 사퇴 배경에 허위조작정보 대책과 관련한 청와대와의 입장차이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한 후보자의 내정 직후 입장을 언급, 이날 밝힌 입장을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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