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최근 문재인 대통령 발언 등으로 이른바 '가짜뉴스',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정부의 규제 의지가 명확해지는 가운데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정부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면서도, 방송통신위원회가 규제 시행의 주체가 되는 것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윤 전 수석은 2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통화에서 방통위가 '가짜뉴스' 대책을 마련·시행할 시 어떤 근거로 '가짜뉴스' 여부를 판단하고 규제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한상혁 위원장(후보자)께서 말씀하셨던 부분은 의도적이고 반복적인 허위사실 유포 행위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이라면서 "다만 구분해야 할 것은 제도 자체를 방통위가 만들더라도 입법행위가 된다는 것이다. 국회가 판단할 문제"라고 답했다.

이어 윤 수석은 "허위조작정보냐 아니냐, 고의성이 있느냐 없느냐, 영리적 목적이냐 아니냐 등을 결정하는 주체가 누구냐가 가장 핵심일 텐데, 저는 방통위가 본인들이 이걸 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운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사진=연합뉴스)

앞서 청와대는 지난 9일 개각 발표에서 한상혁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대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높이는 동시에 건전한 인터넷 문화의 조성과 방송통신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유도하여 방송통신 이용자 편익을 높여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한 후보자는 내정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건전한 인터넷 문화 조성을 저해하는 허위조작정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개선책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지금 문제되고 있는 가짜뉴스 내지 허위조작정보는 '표현의 자유' 보호 범위 밖에 있는 내용"이라면서 '가짜뉴스 판단 주체가 정부라고 보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정부에서 한다 안 한다 이런 문제보단 어떤 정보를 의도적 허위조작정보, 극단적 혐오표현이라고 볼지 정의부터 필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윤 전 수석은 정부의 규제 의지에 공감하는 이유 중 하나로 정부기관이 '가짜뉴스'의 피해 당사자로 정의될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에 대한 처벌 내용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예를 들어 정부 정책에 대한 '가짜뉴스' 유포·확산 시 정보통신망법상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윤 전 수석은 2010년 미네르바 사건으로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정을 받은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에 대해 "그때 헌재 판결이 지금도 계속 유효한가라는 부분에 대한 논란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전 수석이 언급한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은 '자기 또는 타인에게 이익을 주거나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에 대한 처벌 내용을 규정한 조항이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등을 비판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다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본명 박대성)는 1심 재판 중 해당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이에 대해 헌재는 해당 조항이 "'공익' 개념이 불명확하고, '허위의 통신'이 어떤 목적의 통신인지 분명히 하지 못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 허위사실을 표현하는 행위도 헌법상 표현의 자유로 보호되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지만, 허위사실의 표현이 사회윤리 등에 반한다고 해도 헌법이 규정한 언론·출판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해당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윤 전 수석은 "그때만 해도 주요 언론 또는 의사소통 방식이 PC를 통해 이루어졌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모바일로 소통이 가능하다. 언제 어디서든 연결돼 있다. 그만큼 허위정보로 인한 전파 폐해가 광범위해졌다는 것이고, 이런 차이를 어느정도 감안하고 사안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라 의도적이고 반복적인 허위조작정보의 확장성이 커진 만큼 과거의 위헌 결정의 내용을 달리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윤 전 수석은 "미래에 대한 관측이나 경제생활에 대한 예측 정도가 아니라 뻔히 알고 있는 사실, 누구나 '이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볼 수 있는 것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조작했을 때 이걸 어떻게 할 것이냐는 부분을 굉장히 좁혀서 봐야 한다"며 "이 정부가 오보나 이런 부분을 처벌하겠다는 게 아니다. 목적성을 가지고 경제·정치적 이익을 목표로 하는 특정의 소수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게 논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가짜뉴스' 규제의 주 대상으로 '유튜브'를 꼽고 있는 것으로 보여 '유튜브 규제' 적절성, 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 실효성 문제가 동시에 대두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13일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를 재차 언급한 날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은 자신들이 쓰는 것만을 뉴스라고 생각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꼭 그렇게만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면에서 좀 더 넓게 봐야 한다"며 '유튜브 영상'을 예로 들었다.

이에 대해 윤 전 수석은 "유튜브 상황이 심각한 건 그들이 전혀 팩트에 기반하지 않고 얘기하고 있다는 것, 자극적인 내용을 얘기할수록 수익이 올라간다는 것"이라며 관련 대책 마련의 공감대가 여야를 불문한 정치권 전반에 형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역외사업자 규제 실효성 문제에 대해서는 "페이스북, 유튜브, 구글 등도 가짜뉴스에 대한 심각성은 다 알고 있다"면서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게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자극적인 뉴스, 정보를 보여주는 유튜브 알고리즘 문제다. 이 부분들은 분명히 문제가 있고 유튜브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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