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9일 문재인 정부 중폭 개각이 단행될 예정이다. 각 부처 장관들의 교체 명단이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장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방통위원장 교체는 독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대통령 직속 합의제 기구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방통위 출입기자들은 방통위원장의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22일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에 갖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청와대 압력에 의한 교체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여당과 방통위가 허위조작정보 대응방안을 두고 각을 세워왔기 때문이다.

이효성 위원장의 사의 표명 직후부터 대체자가 거론된 것은 이러한 의혹을 증폭시켰다. 특정 언론시민단체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변호사, 청와대 실세와 친분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전직 언론사 사장이 유력한 차기 방통위원장 후보로 거론됐다.

방통위는 방통위설치법에 의해 만들어진 대통령 직속 합의제 기구다. 다른 부처 장관과 달리 방통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들의 임기를 3년으로 보장하고 있다. 방통위는 언론의 영역인 방송을 담당하는 기구이기 때문이다. 언론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방통위의 독립성 보장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방통위를 지켜본 기자들의 의견은 어떨까. 미디어스는 전·현직 방통위 출입기자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이들은 방통위원장이 방통위설치법에 따라 임명되는 자리인 만큼, 3년 임기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었다.

A기자는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방통위원장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나가는 건 방통위를 출입하면서 본 적이 없는 일"이라며 "청와대가 굳이 교체 카드를 꺼내들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A기자는 "이효성 위원장의 경우 균형을 잘 잡은 편이고, 방송통신 융합에 대해서도 소신을 갖고 있는 분"이라며 "공영방송 수장을 교체했을 때 청와대의 미션은 모두 해결했다고 생각했는데, 청와대가 플러스 알파를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B기자는 "방통위 시스템을 만든 이유는 정치적 견해는 다를 수 있지만 미디어에는 사회적, 문화적 가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디어라는 건 반드시 효율성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아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방통위는 정치적 중립과 임기 보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B기자는 "이효성 위원장은 찍혀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정부는 진보정부이고 민주정부라고 하는데, 방통위원장을 교체한다면 오점을 남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C기자는 "이효성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는데, 자의인지 타의인지 모르겠다"며 "방통위원장 교체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C기자는 "방통위원장은 장관이 아니다. 장관은 청와대와 코드가 맞지 않으면 교체될 수 있지만, 방통위원장은 임기가 정해진 자리다.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본다"며 "청와대가 방통위에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D기자는 "청와대가 허위조작정보 대응방안과 관련해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압을 행사했다고 본다"며 "이효성 위원장이 학자 출신이다보니 아닌 건 아니라고 바른 말을 하는 스타일이고, 그러다보니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봤다. D기자는 "방통위원장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임기를 보장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E기자는 "7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표철수 상임위원이 '위원장이 3년 임기를 채우지 않고 도중에 물러나는 국면을 맞아 상임위원으로서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고 전하며 "나는 이 말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E기자는 "방통위는 방송통신의 규제를 관할하는 독립된 위원회인데, 정치적 외풍 때문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며 "방통위의 중요도를 생각했을 때 출입기자로서 자괴감을 많이 느꼈고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F기자는 "너무 갑작스럽게 임기가 보장된 방통위원장을 교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정황상 가짜뉴스를 때려잡지 못했다는 이유로 정권 입맛에 맞춰 코드인사를 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F기자는 "새로운 방통위원장이 온다고 해도 남은 임기는 1년도 되지 않는다"며 "1년 동안 새 방통위원장이 뭘 할 수 있을까. 불확실하고 석연치 않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최근까지 방통위를 출입했던 G기자는 "비정상적인 교체라고 생각한다"며 "형식은 사퇴지만 누가 보더라도 타의에 의한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에서 개각과 함께 교체가 됐다"고 지적했다. G기자는 "이효성 위원장의 교체될 만한 이유를 생각해보면 허위조작정보 대응은 정부가 과도하게 접근한 것에 각을 세운 것이고, 중간광고의 경우 꼭 옳다고 볼 수는 없지만 청와대가 이를 활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환경을 조성하려고 하는 거라면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G기자는 "업무 추진 능력이나 조직장악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부 동의한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보면 최시중 방통위 시절과는 다르다"며 "지금은 과기정통부가 많은 방송기능을 떼어갔고, 방통위 업무 과제의 많은 부분이 국회 과제인데, 국회 과방위가 멈춰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객관적으로 이효성 위원장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G기자는 "시민단체와 일부 언론이 개혁 의지에 미치지 못한다며 막연히 깎아 내리는 건 구조적 문제를 보지 않는 것"이라며 "방통위의 위상을 재고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해 강력한 독립기구로 만들자는 생산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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