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지난달 22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이 위원장의 사의 표명을 두고 사실상 경질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위원장이 허위조작정보 대책,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등에서 정부여당과 이견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7일 이 위원장이 "타의로 떠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언론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정점에 달하고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집회에서 공영방송 카메라 기자들이 쫓겨났다. 국정농단을 저지른 박근혜 정부를 비호해온 언론에 대한 비판도 터져 나왔다. 시민들의 언론불신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방송을 장악하는 등 언론자유를 탄압한 결과물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언론의 자유 보장'을 약속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지방선거 공약 중 하나 역시 '언론이 자유 보장'이었다. 민주주의의 토대인 언론의 정치적 독립성을 수호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방송의 자유를 수호하는 방통위 수장으로 이효성 위원장을 선택했다. 이 위원장은 언론학계에서 신망이 두터운 어른으로 정부가 언론 자유 보장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지난해 본격적으로 불거진 가짜뉴스 대응 과정에서 청와대와 방통위의 의견이 엇갈리며 이상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등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과 허위조작정보들이 창궐했는데,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이 달랐던 탓이다.

법적 대응을 포함한 강경대응을 원했던 청와대와 달리, 이효성 위원장은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를 들어 미디어 리터러시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청와대와 여당에서 이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는 후문이다. 이 위원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사실상 경질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효성 위원장 사의 표명 여부의 사실관계를 가리기에 앞서 따져봐야 할 것은 방통위원장의 중도사퇴가 언론의 자유에 미칠 영향이다. 방통위가 언론의 한 축인 방송을 담당하는 만큼 방통위원장의 임기 보장은 곧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으로 볼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치되는 대통령 직속 합의제 기구다. 일부 기구 설치에 대한 법률이 별도로 존재하는 경우가 있는데, 방통위설치법이 이 가운데 하나다. 이런 경우 중대한 헌법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독립된 기구를 구성하기 위해 별도의 법률을 제정하는 사례다. 즉 방통위설치법은 언론의 한 축인 방송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설치된 법률이고, 이 법을 지키는 것이 곧 언론의 자유를 지켜나가는 길이다.

청와대와 민주당 입장에서도 이효성 위원장의 사임은 정치적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특수한 상황이 아닌 상황에서 3년 임기가 보장된 방통위원장의 교체는 정부여당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선이 많다. 문재인 정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책의 연속성 측면에서도 득이 될 게 없다.

실제로 방통위원장의 중도 사퇴는 정권교체나 구체적인 범죄사실이 있을 때나 있을 법한 일이다. 지금까지 방통위원장 중도 사퇴는 2차례 있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교체될 당시 이계철 당시 방통위원장이 사임했고, 최시중 위원장이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사건으로 중도에 물러났다.

방통위원장 사퇴를 대하는 시민사회와 언론계의 태도도 석연치 않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방송독립시민행동은 후임 방통위원장의 자격 조건을 거론하고 나섰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묵묵부답이다.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부르짖던 결기는 온데간데없다. 언론개혁시민연대만이 "방송통신위원장은 개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논평을 냈을 뿐이다. 시민사회의 자성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9일로 예정된 개각에서 새 방통위원장이 누가 될지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전직 언론사 사장, 언론시민단체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변호사의 이름이 유력하게 오르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언론이 던져야 할 근본적인 물음은 다시 언론의 자유다. 초심으로 돌아가 언론의 자유라는 가치에서 방통위원장 교체 여부부터 재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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