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LG유플러스 측이 CJ헬로 인수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승계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동자들이 규탄에 나섰다. 유료방송 인수합병을 심사하는 정부에 노동계, 시민사회와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25일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은 'CJ헬로 고용승계 못하겠다는 LG유플러스, 제정신인가'라는 제목의 규탄 성명을 냈다.

앞서 24일 연합인포맥스 'CJ헬로 합병 앞둔 LG유플러스, 비정규직 처리 어찌할꼬' 기사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 과정에서 비정규직 고용승계 문제를 두고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 합병을 앞두고 비정규직 처리에 대한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2021년까지 협력사 직원 절반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한 상태에서 CJ헬로 비정규직까지 품에 안을 여력이 부족하지만, 노동조합의 반발을 의식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유무선 망관리 노동자 1700여명을 직접고용했고, 내년부터는 홈서비스센터 노동자를 단계적으로 자회사로 정규직화하기로 했으며, 5G와 마케팅에 투자한 비용이 높아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게 해당 보도 내용이다.

기사에서 한 업계 관계자는 "내년까지도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8천억 원에 인수하면서 인건비 부담까지 견디고 비정규직을 품에 안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4월 희망연대노동조합과 CJ헬로 고객센터지부가 용산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G유플러스에 구체적인 케이블방송 발전 계획과 고용보장 방안을 밝힐 것을 촉구하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희망연대노조는 성명에서 해당 기사를 언급하며 "요컨데 LG유플러스는 CJ헬로의 케이블TV와 인터넷을 설치, 수리하는 노동자 1200여명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기가 막힌다. 자본의 아집과 몽니에 치가 떨린다. 노동자를 '비용'으로 인식하고 '처리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는 대목에서 실소가 터진다"고 비판했다.

이어 희망연대노조는 '재정적 부담'이라는 이유에 대해 반박했다. 희망연대노조는 "LG유플러스가 직접고용했다는 유무선 망관리 노동자들은 바로 우리 노조 LG유플러스한마음지부 조합원들"이라며 "LG유플러스와 LG그룹은 마치 정규직화를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인 것처럼 포장하고 '결단'으로 선전했지만, 이는 불법을 바로잡은 것에 불과하다. 노동부 근로감독 결과 '불법파견'으로 판단 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자회사 설립 형태의 홈서비스센터 노동자 정규직화에 대해서는 "LG유플러스 조끼를 입고, LG유플러스 장비를 들고 다니며, LG유플러스 고객을 만나 LG유플러스 서비스를 개통/AS하는 노동자들은 LG유플러스의 상시지속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이기 때문에 '진짜사장' LG유플러스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투쟁해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노숙농성, 단식농성, 고공농성을 이어간 뒤에야 '자회사 정규직화'라는 노사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희망연대노조는 "문제는 이런 반노동 자본,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CJ헬로 고객센터 노동자들을 쳐내려한다는 것"이라며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공개한 LG유플러스-CJ헬로 합병 관련 사업계획서 요약본에는 ‘고용안정’이나 ‘정규직화’라는 단어가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경영계획서 요약문에서 "케이블TV의 고유한 책무인 지역채널 운영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존중한다"면서도 상품 경쟁력 제고를 위해 LG유플러스의 양방향 특화 서비스를 점진적으로 도입하고, 인터넷 고객을 중심으로 IP기반의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 및 모바일 동등 결합하는 안을 내놨다. 또한 '협력업체 운영계획'을 명시하여 "협력업체와의 긴밀한 상생협력 체계를 지속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CJ헬로 인수 이후 IPTV 서비스 및 상품영업 강화와 함께 기존 하청구조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희망연대노조는 "노조가 반대하는 '나쁜 인수'는 바로 이런 것"이라며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금 당장 통신재벌의 나쁜 인수에 제동을 걸고 노동조합, 시민사회와 대화에 나서라. 우리는 늘 그랬듯 통신재벌과 정부의 예상을 뛰어넘는 투쟁을 벌일 것이고, 이길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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