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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계약직 아나운서 '직장내 괴롭힘' 진정, 절차·규정 무시했다?

기사승인 2019.07.16  22: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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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사규 개정하고 신고 절차 상세히 규정했지만 무시"…아나운서 측 "사내 인트라넷 차단돼 사규 열람할 수 없어"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법원으로부터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은 MBC 16·17 사번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일에 맞춰 회사를 법 위반 사업장으로 진정하자, MBC는 "내부 절차를 도외시했다"며 "소모적 논란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해 자제해 줄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MBC가 아나운서들이 무시했다고 한 내부 절차는 '신고 시 처리 절차' 등의 사규를 말한다. MBC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중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사규를 개정한 것으로 보인다. MBC의 입장은 아나운서들이 회사에 관련 신고를 접수하고 곧바로 다음날 진정을 해 근로기준법에 부합하는 사규를 위반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개정된 근로기준법의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는 조항은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이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사용자가 노동자의 신고를 접수한 경우는 물론,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도 지체 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하도록 의무규정을 두고 있다. 

16일 법원으로부터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아 회사에 복귀한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본청 앞에서 MBC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 1호 사업장으로 진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16일 오후 MBC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문계약직 아나운서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와 외부 진정에 대한 입장>을 냈다. MBC는 "15일 밤 늦게 이메일을 통해 전문계약직 아나운서들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접수했다"며 "MBC는 이미 개정 근로기준법의 시행에 맞춰 관련 사규를 개정하여, 신고 시 처리 절차 등을 상세히 규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전문계약직 아나운서들은 내부 절차를 도외시한 채, 개정법률 시행일 아침 기자회견과 노동청 진정이라는 방식을 택했다. 또 절차와 규정을 무시한 채 타 언론사의 카메라들을 대동해 임원실을 방문해 촬영하게 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MBC는 "그간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고려해 이들의 각종 부적절한 대외 발표와 사실과 다른 언행에 대해 직접적인 대응을 삼간 채,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퇴사가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적 판단을 기다려왔다"며 "MBC의 입장은 '단체협약의 취지 등을 고려해 1심 판결 결과를 따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부 조사와 후속 조치, 그리고 법적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소모적인 논란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해 자제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MBC는 "이번 신고가 개정 근로기준법의 입법취지에 부합하는지를 포함하여, 지체 없이 사실확인을 위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실시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MBC 16·17사번 계약직 아나운서 7명은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 1호 사업장으로 MBC를 서울고용노동청에 진정했다. (사진=미디어스)

이 같은 MBC의 입장에 대해 아나운서측 법률대리인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서)노동자의 신고는 필요 요건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사용자가 어떤 경로로든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알게 되기만 하면 '지체 없이' 즉시 조치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이 있다. 사용자의 조사의무는 노동자의 신고와 달리 필수적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오늘부터 시행된 근로기준법 개정안 제76조 3의 제1항은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이다. 동법 제76조 3의 제2항은 '사용자는 제1항에 따른 신고를 접수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이다. 

류 변호사는 "아나운서들은 근로자지위 보전 가처분신청에서 승소하여 5월 27일 복직했다. 우리는 첫날부터 부당성을 호소했다"며 "언론에 수없이 보도되었고, 사측 입장도 나온 바 있다. 사측은 당연히 이 사건 '직장 내 괴롭힘'을 애초에 '인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류 변호사는 "법률 입법 후 시행까지 수개월 기간을 두는 이유는 자체 시정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국회와 헌법의 배려다. 50여 일의 시정기간이 있었으나 사측은 노골적으로 시정불가 입장을 밝혔을 뿐"이라며 "따라서 법률 시행일인 오늘 진정을 하게 된 것은 50여일 고통받은 아나운서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했다.

진정 당사자인 아나운서 측은 "회사는 절차와 규정을 얘기하는데, 일단 사내 인트라넷이 차단돼 절차와 규정을, 사규를 열람할 수가 없다"며 "도외시하려고 한 적이 없고, 차단을 당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아나운서측은 "회사는 저희가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부적절한 방식으로 계속 노출했다고 하는데, 사실과 다른 언행이 어떤 것인지 허심탄회하게 듣고 싶다"면서 "저희는 저희가 처한 부당함을 신고할 수 있는 법이 생겨서 그 시행일에 맞춰 신고를 한 것인데, 그 신고 자체가 잘못된 일인 것처럼 나온 회사 입장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가해자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류 변호사는 노동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 변호사는 "사용자에게 의무가 부여되는 법률규정은 그 자체로 노동부의 개입근거가 된다. 의무를 강제할 수 있는 재량권이 노동청에 있다는 얘기"라며 "노동청은 이행명령, 시정조치, 시정권고, 강제금 부과, 사업장 폐쇄, 영업정지 등 자체 강제권이 있다. 이를 직장 내 괴롭힘 사안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노동청에 부여된 지금부터의 숙제"라고 설명했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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