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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2.9% 인상, 뭘 의미하나

기사승인 2019.07.15  09:2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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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여당 내 동결론 제기돼 ‘줬다 뺏는’ 결과로 귀결

결국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2.9% 오른 8590원으로 결정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중 두 번째로 최저임금 공약을 달성할 수 없게 됐다는 점에 대해 사과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언론에 전달하면서 최저임금 문제에 대해 '교수 출신'다운 긴 설명을 덧붙였다. 소득주도성장의 폐기나 포기가 아니라며 소득주도성장을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해석하는 것은 좁은 해석이고 편견이라는 주장도 했다.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모든 공약을 지킬 수는 없다. 김상조 정책실장 등의 주장대로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자명하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근차근 노력한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과 단기적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이다 ‘줬다가 빼앗는’ 결과를 만들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애초 ‘최저임금 1만원론’의 진원지는 진보정치였다. 이는 정치적 구호였다. 이전까지 민주노총 등 노동운동 세력의 최저임금 관련 요구는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라는 식의 상대적 기준으로 제시됐었다. 그런데 최저임금의 수준이 지속적으로 상향되고, 이런 경향이 안정적으로 지속되면 2022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저임금 1만원론’은 노동운동의 주류는 물론이고 기성 정치세력까지 수용한 의제가 되었다. 지난 대선에 출마한 모든 후보가 2022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에 동의했던 것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볼 때 최저임금의 수준은 거시경제 상황을 고려해 사회적 합의기구의 자율적 결정에 의해 정해지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 점에서 애초에 ‘최저임금 1만원론’에 일종의 함정이 있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만일 문재인 정권이 ‘최저임금 1만원론’을 정치적 주장으로서 다루면서 고용과 임금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성실히 마련해갔다면 공약을 달성하지 못한 것에 대한 좌측에서의 비판은 그리 거세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오히려 최저임금 수준의 상향 외의 대안이 없다시피 했다는 데서 왔다. 2018년 최저임금 논의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에 시작됐기 때문에 위와 같은 상황 속에서는 대폭 인상 논의가 불가피했다. 오늘날과 같은 후폭풍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 여당의 최저임금 인상 외의 대안 마련이 시급했지만 선거 기간 동안 약속한 노동 관련 공약은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라는 생색내기로 대체되었다.

정부 여당이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을 밀어 붙인 것은 정책을 단기적 시각으로 정치적 이해득실만을 고려해 입안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은 2019년도 최저임금 결정 국면까지만 가능할 것이며 그 이후에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차원에서 만일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이 전문가들의 비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정권 내에 지속적으로 최저임금을 유의미한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을 전제하고 이뤄진 것이라면 그나마 나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이번에 최저임금위가 결정한 2.9% 인상은 그것조차도 아니었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 결국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시늉을 하면서 진보적 유권자층의 지지를 확보한 후 자영업자 등의 반발에 부딪치자 후퇴해버린 것에 지나지 않는 일이 된 것이다.

청와대 김상조 정책실장이 14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한 청와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최저임금의 인상 수준은 최저임금위가 독립적으로 결정한 것이니만큼 정부 여당의 책임을 묻는 것은 어렵다는 반론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내놓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다. 여당 내의 ‘경제통’이란 사람들이나 중소기업 정책을 다루는 장관이 된 인사가 최저임금의 동결론을 아무렇지도 않게 주장하고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을 공식화 해온 것이 최저임금위 내 논의에 미친 영향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 수준 결정에 관여한 공익위원들의 사퇴는 이런 사정 속에서 이뤄졌다. 과거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공익위원들이 근로자 위원안에 투표해 관철시켰던 일을 정확히 반대로 재현한 것은 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 정권이 얻은 것은 무엇일까? 최저임금 인상폭을 3%를 넘지 않는 수준에서 방어해낸 것은 공세적인 결정이라기 보다는 수세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보수언론 등은 드디어 ‘최저임금 인상 폭주’가 멈췄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자영업자 등의 고통과 반발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애초에 이들의 고통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한계로부터 온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구조적 한계’란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 속에서 불안정한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이들 중 그나마 일정 이상의 자본을 갖춘 이들이 생계를 위해 자영업을 선택한 후 몰락하고 있는 것이며, 그마저도 불가능한 이들의 경우는 아예 공적 논의에서 배제돼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굴 및 노동정책의 전환, 사회안전망 확충과 이를 위한 증세 논의 등이 필요하다. 그런데 최저임금 관련 정책에서 정부 여당이 오락가락하다 ‘줬다가 뺏는’ 결과를 만들면서 사회적 대화의 한 축인 노동계의 지지는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핵심 노동정책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총선을 목전에 둔 정부 여당의 인사들은 ‘중도화’로 요약할 수 있는 정책적 메시지를 만드는데 여념이 없다.

이 모든 상황을 개혁적 정권이 다가오는 총선에서 안정적 의석을 점하고 개혁을 더 강하게 밀어 붙이기 위해 일시적으로 ‘추진력’을 확보하려는 행태로 이해할 수 있을까? 총선 다음에는 2022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의식해야 한다. 지금도 이런 식인데 총선 이후에 달라지라는 법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런 체념은 결과적으로 개혁에 독이 될 것이다. 정부 여당의 핵심 관계자들은 지금부터라도 무엇을 ‘유산’으로 남길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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