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윤 수석이 KBS <시사기획 창>의 '태양광 사업 복마전' 보도와 관련해 정정보도를 요청한 것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시사기획 창>의 보도가 제대로 된 취재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제기됐다.

5일 한국당 박대출, 윤상직, 최연혜 의원은 대검찰청을 찾아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업무방해, 방송법 위반 등의 혐으로 고발했다. 한국당은 KBS <시사기획 창> 보도에 대한 청와대의 정정보도 요청이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세월호 보도를 무마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행위와 유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최연혜(오른쪽부터), 박대출, 윤상직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민원실을 찾아 KBS 1TV '<시사기획 창>-복마전 태양광 사업' 방송을 두고 청와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고발하는 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해 대검 청사로 들어가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KBS <시사기획 창>에서 방영한 '태양광 사업 복마전' 편과 관련해 청와대와 제작진 사이에 보도외압-허위보도 논란이 제기됐다. <시사기획 창>은 지난달 18일 환경을 고려하면 저수지 면적의 10% 이하로 설치하게 돼 있는 수상 태양광 시설이 청와대 관련 TF 회의 이후 면적 제한이 사라졌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박수를 치자 면적제한이 사라졌다는 식이다.

외압 논란을 제기하고 있는 제작진은 "청와대가 허위 보도라고 주장하는 사안에 대해 제작진은 방송 전에 사실관계 확인 등의 절차를 거쳤음을 분명히 밝힌다. 심지어 청와대에도 수차례 입장 표명을 요청하기까지 했다"고 강조했다.

제작진은 "청와대 브리핑 당일 제작진은 청와대 측 주장에 대한 반박 입장문을 작성했지만 끝내 발표되지 않았다"며 "보도본부 수뇌부가 '2~3일만 지나면 잠잠해진다'느니 하는 표현을 써가며 제작진의 입장문 발표를 막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사기획 창>의 보도가 '크로스체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보도였다는 내부 목소리가 제기됐다. 4일 홍사훈 KBS 시사제작국장은 "저수지 태양광 제한 면적을 해제하자고 한 사람이 김OO 농림부 차관인지, 또 김OO 차관에게 당신이 대통령이 박수치는 것을 보고 저수지 태양광 제한을 풀자고 했다는데 맞는지 확인했냐 물었더니, 직접 전화해서 확인했다는 게 취재기자의 답이었다"고 했다. 홍 국장에 따르면 "(취재기자가) 김OO 차관이 '뭐 이런 걸 전화로 물어보냐'면서 끊었다고, 다만 녹취는 안 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홍사훈 국장은 "다음날 21일 청와대 윤도한 홍보수석이 브리핑을 했다. '차관이 얘기했다고 했는데 차관은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 그러면서 KBS에 정정보도를 요청했으나 사흘이 지나도록 반응이 없다는 것이었다"며 "일단 입장문을 작성해서 보자 했다. 오후 5시 즈음 해서 취재기자로부터 입장문이 왔다. 최규성 사장이 들었다는 김OO 차관에 대해 확인을 거쳤다는 부부이 빠져 있었다"고 했다.

홍사훈 국장은 "취재기자를 제 방으로 직접 불러 제가 입장문을 타이핑하면서 수정했다. 김OO 차관에게 전화 취재를 통해 '이런 얘길 뭐 전화로 하느냐' 이렇게 들은 것이 맞느냐고 물었는데, 취재기자가 '그런 얘길 한 것 같진 않다,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기억을 못하겠다'고 답변했다"고 했다.

홍사훈 국장은 "핵심적인 내용을 녹취를 안 했다는 건 그렇다쳐도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 못하겠다는 부분에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며 "그럼 언제 전화했는지 적어야 하니 핸드폰에서 찾아보라고 했는데, 찾지를 못하겠다고 답해왔다"고 전했다. 홍 국장은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 판단에 양쪽의 말을 다 확인해 보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렇지만 일단 취재기자 말을 믿었다"고 했다. 이후 '취재팀은 김OO 차관에게 최규성의 말이 사실인지 6월 초쯤 확인취재차 전화를 했으나 김차관은 이 부분에 대해 직접 확인해주진 않았지만, 아니라고 부인하진 않았음' 이라는 문구가 포함된 입장문을 들고 보도본부장을 찾았다고 한다.

홍사훈 국장은 "본부장은 제작진이 들고온 입장문만 보면 해명이 안 된다"며 "먼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입장문이든 뭐든 내는 게 맞다고 해 제작진의 입장문을 낼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고 했다. 홍 국장은 "때마침 편성본부장으로부터 재방송 여부에 대한 문의 전화가 걸려와 같은 취지에서 재방송도 불방시키기로 결정했다"며 "'<시사기획 창> 부장과 팀장에겐 본부장의 결정사항이다. 사실관계 확인에 주력하라'고 지시했고, 그렇게 그 날이 넘어갔다"고 전했다.

홍사훈 국장은 "22일 취재기자에게 전화를 했다. 묻기 곤란하더라도 확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몇 차례 전화했으나 받지 않았고 23일 아침에 통화가 됐다"며 "'그쪽에선 김OO 차관이 전화 받은 게 없다는데 너 전화 한 거 확실한 거지', 대답을 안했다. 이 때부터 김OO 차관에게 확인을 안 했다는 걸 확신하게 됐다"고 했다. 홍 국장은 "취재기자에게 전화통화로 말했다"며 "'창피한 건 순식간이다. 전화 안 했으면 지금이라도 바로 잡으면 된다. 지금 말하기 곤란하면 내일 아침까지만 내게 말해다오' 이렇게 말하고 끊었다"고 했다.

홍사훈 국장은 "24일 아침 일찍 최종 통화했다. '전화 안 한 건 맞는데, 김OO 차관에게 전화했다는 얘기를 청와대에서 어떻게 아느냐, 우리 입장문 다 넘어간 거 아니냐'는 황당무계한 얘기를 해왔다"며 "차마 내가 널 의심하고 있다는 말을 못하겠어, 그래서 그건 내가 지어낸 말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홍사훈 국장은 "당사자 확인을 시도조차 하지 않은 부분은 우리에게 결정적인 아킬레스건이니 제작진 보호 차원에서 보도본부 최소한의 사람들만 알고 중재위든, 소송이든 걸어오면 조용히 대응하자, 우리가 방어할 부분 방어하고 잘못한 부분 있으면 반론이나 정정보도 해주면 된다고 했다"며 "그런데 그날 <시사기획 창> 기자들의 긴급회의가 소집됐고, 저녁에 <시사기획 창> 제작진들 연명의 성명서가 보도게시판에 게재됐다"고 전했다. 홍 국장은 "<시사기획 창> 소속 기자들 회의가 있다는 걸, 게시판에 (성명서가) 나간다는 걸 내가 알았다면 이런 사정이 있다고 다 말을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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