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가 1일 한국에 대해 무역보복 정책을 발표했다. 말로는 아니라지만 한국 법원의 일본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이 아닐 수 없다. 일본정부의 보복으로 분명 국내 기업들의 타격이 예상되지만 동시에 수출을 못하는 일본 기업들 역시도 손해를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태평양전쟁 당시 악명을 떨쳤던 ‘카미카제 특공대’를 연상케 한다.

일본정부가 규제키로 한 품목은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품목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생산에 핵심 재료들로 알려졌다. 일본으로서는 한국이 가장 아파할 부분을 겨냥한 것이다. 해당 품목들은 90% 이상을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것들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 인한 국내 기업들의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삼성 등 한국기업들이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차질을 빚게 될 해당 소재들의 재고는 앞으로 3개월 분량으로 알려졌다.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일본은 한국과의 무역에서 27조원의 흑자를 보고 있다.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 정치·외교적 문제에서 이번 조치의 원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 외교적으로는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조치이며, 정치적으로는 반한 감정을 부추겨 선거를 앞둔 자민당과 아베 정권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일본의 경제보복조치는 발표 하루 전 채택된 G20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역행하는 모순을 드러냈다. 이번 G20을 주최한 일본은 ‘자유롭고 공정하며 무차별적인 무역’의 공동성명 채택했다. 시쳇말로 공동성명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한국에 대해 억압적이고 불공정하며 차별적인 경제보복조치를 단행한,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무엇보다 일본의 대한 금수조치는 자국의 수출기업에게도 타격이 클 수밖에 없어 해당 기업들도 전전긍긍하는 분위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번 조치를 계기로 한국기업들의 탈일본이 현실화된다면 일본 정부는 얻은 것 없이 자국 기업들의 정상적인 비즈니스를 방해한 꼴이 된다. 아무리 독점적이고, 핵심적인 소재라 할지라도 거래가 막히면 사는 쪽만큼 파는 쪽의 피해도 있기 마련이다.

일본 내부서도 비판 여론…아베 정부 속내는?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이번 일본의 경제보복조치와 비슷한 경우가 중·일 간에도 벌어졌었다. 중국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자 일본은 미국 등으로 수입처를 바꾸었고, 일본은 타격을 받지 않았다. 이번 일본의 금수조치 소재들 역시 희토류처럼 한국기업이 일본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것들이지만 절대적으로 수입 대체 방법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자신들이 찾은 방법을 한국은 못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일본 기업들이 우려하고, 일부 일본 언론이 비판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일본 정부의 금수조치가 알려지자 해당 일본수출기업의 주가는 폭락하고, 한국 반도체 관련 주가는 상승했다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빚어졌다. 이런 현상이 일본의 보복에 대한 역설을 암시하는 복선이 될 것인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결과가 일본 정부의 뜻대로 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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