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지부장 지민근)가 김호성 YTN라디오 상무의 해임을 촉구했다. YTN지부는 김 상무가 YTN의 갈등과 분란을 조장해왔으며, 자회사인 YTN라디오 경영악화의 책임자라고 규탄했다. 이 같은 노조의 요구에 정찬형 YTN 사장은 절차와 원칙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답했다.

19일 서울 상암동 YTN사옥 앞에서는 김 상무의 해임을 촉구하는 언론노조 YTN지부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정 사장 취임 이후 지난 9개월 간 김 상무의 해임을 요구해왔지만, 정 사장의 거듭된 입장번복 등으로 김 상무의 직을 유지하는 안이 오는 21일 예정된 YTN라디오 이사회에 상정되었기 때문이다.

19일 서울 상암동 YTN사옥 앞에서는 김 상무의 해임을 촉구하는 언론노조 YTN지부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미디어스)

기자회견에서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은 "최남수 사장 사퇴 이후 상암동 이 자리에 다시 선 게 참담하다. 김 상무는 최남수 사장을 지킨다고 노조와 구성원들을 이간질하고, 많은 노조 조합원들이 책임지라 했는데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방송을 하고 있다"며 "자기 책임을 망각한 파렴치한 행위를 계속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YTN지부는 김 상무를 청산해야 할 적폐인사로 꼽는다. 김 상무는 YTN 창립멤버이자 초대 노조위원장으로서 2012년 다른 부장급 직원 4명과 함께 'YTN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한 우리의 호소'라는 기명 성명을 내 좌천됐다. 그러나 2015년 '낙하산 밀실 인사' 논란이 일었던 조준희 사장 시절 기획조정실장으로 발탁된 이후 YTN 총괄상무를 역임하면서 YTN 구성원들에게 보도 공정성 및 해직자 복직 문제를 꼬이게 한 장본인으로 평가받는다.

YTN지부가 이날 정 사장에 제출한 '김호성 해임 촉구안'에는 YTN지부가 김 상무를 '적폐'로 꼽는 이유가 상세히 명시돼 있다.

YTN지부가 김 상무를 적폐로 규정한 이유는 ▲2015년부터 2년간 기조실장을 역임하며 해직자 복직 문제를 퇴직금 누진제 폐지와 연계해 분란을 조장 ▲2017년 YTN 총괄상무 시절 사장 선임 절차의 관리자 역할을 내던지고 직접 후보로 뛰어들어 구성원 집단 반발 자초 ▲2차 사추위 기간 사장직무대행으로서 60명 넘는 대규모 인사 명령을 강행했다 역풍에 직면, 전면 백지화 ▲최남수 사장 선임 전후 사내게시판에 'YTN' 명의로 수없이 올라온 마타도어를 기획·승인 ▲최남수 사장 불신임 투표 당시 총괄상무의 본분을 망각하고 노골적인 신임 투표를 독려 ▲최남수 사장 퇴진 이후 삼성 동영상 관련 인사위의 위원장으로서 류제웅 전 기조실장에게 6개월 감봉 징계로 면죄부 부여 등이다.

YTN지부는 김 상무가 YTN 라디오의 경영실적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도 해임의 근거로 들었다. 김 상무가 본사와 라디오 상무를 겸직하며 6개월간의 라디오 경영 공백을 초래했으며, 2017년까지 3년연속 흑자였던 YTN라디오의 영업이익은 김 상무 취임 첫해에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자본잠식률은 다시 90% 목전으로 치솟았다는 지적이다.

YTN지부는 "김 상무는 적자전환의 원인을 코바코 광고 매출 하락으로 돌리고 있지만, 라디오는 자체적인 영업으로 유치하는 협찬 매출이 광고 매출보다 오히려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상무의 영업력이 실적으로 직결되는 매체"라며 "또한, 적자전환의 가장 큰 원인은 매출은 대폭 줄어든 반면, 비용은 대폭 늘어나는 것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데 있다"고 비판했다.

또 YTN지부는 김 상무가 본사와 라디오 상무를 겸직할 수 있었던 YTN의 시스템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김 상무는 최 사장 사퇴 이후 사장직무대행을 맡으며 '새 대표이사가 오면 회사를 떠날 것'이라고 밝혔지만 본사 상무직만을 내려두고 자신이 겸직하고 있던 자회사 YTN라디오의 상무 자리를 지켰다.

YTN지부는 김 상무가 최 사장 사퇴 이후 YTN에서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라디오 상무를 겸직했다고 보고있다. 지민근 YTN지부장은 "최남수 사장 옹립에 앞장서고 불신임 투표 당시 구성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신임 투표를 독려한 김호성은 파업 당시 이미 본사 촐괄상무를 맡고 있었음에도 라디오 상무를 겸직했다"며 "최남수 사장이 쫓겨났을 때를 대비해 자신의 안위를 챙긴 것이다. 심지어 셀프인사를 통해 아침 라디오프로그램 진행자에 앉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YTN지부는 김 상무 해임 문제에 대한 정 사장의 입장번복을 사태악화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YTN지부는 기자회견문에서 "우리는 김호성이 물러나야 YTN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보고 정찬형 사장이 내정자였던 때부터 김호성 해임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그때마다 사장은 '시간을 달라', '자신을 믿어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그러나 실질적인 조치는 아무것도 취하지 않았다. 사장은 스스로 시간을 흘려보냈고, 스스로 믿음을 무너뜨린 것"이라고 질타했다.

정 사장은 애초 김 상무의 자진사퇴를 제안했지만 김 상무의 반복되는 거절에 비등기이사 재계약, 등기이사직 유지 및 보수체계 변경 등의 안을 제안했다. 줄곧 김 상무 해임을 요구해왔던 YTN지부는 정 사장의 입장번복과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왼쪽부터)오정훈 전국언론노조 위원장과 지민근 YTN지부장이 정찬형 YTN 사장에게 '김호성 해임 촉구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기자회견 종료 후 노조의 '김호성 해임 촉구안'을 받아든 정 사장은 시스템과 원칙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 사장은 "'시스템에 의한 청산'을 기조로 최초에 말씀드렸고, 그 기조하에 미래발전위원회라든가 조직적인 검토 끝에 나올 수 있는 내용이 있으면 반영하도록 생각하고 있다"며 "이번 이사회에서는 라디오의 경영혁신을 위한 가장 좋은 방안은 무엇인지 찾아 회사가 상생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 합법적인 틀 안에서 좋은 방안을 찾도록 할테니 조합에서도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YTN 바로세우기 및 미래발전위원회'는 2008년~2017년까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되지 못했던 보도·운영을 바로잡기 위해 설치된 YTN의 노사합의 기구다. 미래발전위원회의 조사결과와 이사회 논의 등의 절차를 통해 김 상무 해임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YTN지부는 정 사장의 결단을 김 상무 해임 문제 해결의 열쇠로 보고 있다. 미래발전위원회는 YTN 본사의 노사합의 기구로 자회사 인사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우며 중소기업중앙회, 한림제약, 대교홀딩스, 제이에스티나 등 YTN라디오의 주주들은 YTN라디오의 대주주인 정 사장의 결단에 따르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YTN라디오의 사원들은 YTN지부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 라디오 사원 14명 중 11명은 지난달 17일과 20일 낸 성명을 YTN지부 기자회견 장소에서 배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YTN라디오의 구성원은 YTN 사측, 노조 그 어디와도 대립하고 싶은 의사가 없다. YTN라디오가 아닌 프로그램 및 경영 관련 사항을 간섭받고 싶지 않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YTN지부가 YTN라디오의 방송과 경영에 간섭하려는 시도를 멈추고 지상파 방송사인 YTN라디오의 독립권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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